<찹수이 (Chop Suey)>부터 <호텔 방>까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은 그의 매니저이자 조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그의 부인 조세핀 (별칭 Jo)이 그의 사후 대부분 휘트니 미술관에 기증하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그의 주요 작품들은 휘트니 미술관에서 많이 소장하고 있고, 유명한 "나이트 호크스(Nighthawks)"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워낙 인기 있는 화가인데다가 그의 주요 작품들은 이미 유명 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라 그의 작품이 경매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2018년 11월 13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찹 수이 (Chop Suey)"(1929년 작)이 $91,875,000 (약 1,040억 상당)에 판매되었다. 이로서 이 작품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이 되었다. 역대 경매가로 비교해보자면, 인플레를 고려했을 때, 가격 47위에 해당하는 마크 로스코의 "주황, 빨강, 노랑 (Orange, Red, Yellow)" (1961년작)의 바로 뒤를 잇는 48위에 해당하게 된다. [마크 로스코의 "주황, 빨강, 노랑"은 2012년 같은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86.9-millions [인플레 고려가격 $92.6-millions]에 판매된 바 있다]
호퍼의 "찹 수이"는 식당 안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데, 테이블에서 마주한 두 여인이 화면의 주를 이룬다. 두 여인 모두 화가의 아내인 조세핀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밝혀진 바에 따르면 호퍼가 생전에 자주 가던 뉴욕시의 콜럼버스 서클에 위치한 저가의 중국 음식점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의 제목이 된 찹 수이 (Chop Suey)는 미국화된 중국 음식의 이름 중 하나이자, 그림 속의 간판으로 미루어 식당의 이름이기도 하다. 중국 음식이 현지화 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찹수이는 그런 관점에서는 미국식 자장면. 조리법에서 보자면, 우리나라의 잡채와 비슷한 음식이다. 찹 수이란 원래 雜碎에서 나온 단어로 미국인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대중적인 음식에 속한다. 조리법도 비교적 간단해서 고기나 해산물, 그리고 잘게 썬 야채를 볶다가 간장, 참기름, 피쉬 소스, 칠리 페이스트 등 여러가지 소스를 넣어 후루룩 볶은 스터 프라이 (stir fry)라는 총칭으로 불리는 조리법을 사용한 요리다.
이러한 대중적 음식, 그리고 그 요리 이름을 딴 음식점, 그리고 그 속의 마주한 두 인물. 미국의 일상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그의 기존 작품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호퍼의 작품은 당시 미국의 일상과 풍경이긴 하나,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도심의 일요일 오전 풍경이나 깊은 밤의 간이 식당, 그리고 변두리의 한적한 주유소 등, 현대인의 고독을 도드라지게 표현되게 그려왔다. 따라서, 이 "찹 수이"라는 작품은 호퍼로서는 예외적으로 작품 속에 그려진 인물들이 모두 일행이 있다는 점이 차이가 있는데, 따라서 이 작품은 호퍼의 작품 중에는 가장 따뜻한 작품이라고도 평가되기도 한다.
Edward Hopper, Chop Suey (1929) oil on canvas ; 81.3 × 96.5 cm 세부 화면 왼쪽 가장자리 중간의 여인의 측면이 절묘하게 잘려나간 것도 재미있는 한 측면.
<찹수이>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 중에 최고가로 경매에서 거래된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비싸게 거래된 작품은 무엇일까?
<위호큰에 부는 동풍 (East Wind Over Weehawken)>이라는 1934년의 풍경화이다. 뉴저지의 한적한 교외를 그린 작품으로 2013년 12월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40.5-million (한화로 약 466억원)에 거래되었다.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천50만불, 약 466억에 거래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Edward Hopper, East Wind Over Weehawken (1934) 출처: https://www.cnbc.com/2013/12/05/edward-hopper-painting-sets-new-record-with-405-million-sale.html
그 다음으로 비싸게 거래된 작품으로는 <호텔 창>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2006년 소더비에서 $26,896,000 (한화로 약 309억원)에 거래되었다. 이 작품은 호퍼 자신이 특정 호텔이 아니라 일반적인 호텔의 모습을 상상한 것이라 밝혔다. 그리고, 이것이 '외로움'에 관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하지만, 그것이 특정 개인의 외로움이라기보다는 '인간 조건에서 오는 외로움'이라고 밝혔다.
호퍼가 기억에 의존해 그린 호텔 방. 특정 개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에 대해서 그렸다고 작가가 밝힌 적이 있다. Edward Hopper, Hotel Room (1955) 출처: https://artdaily.cc/news/18390/Sotheby-s-Sets-Record-For-Edward-Hopper-at--26-9-M#.YPp-jegzY2w
에드워드 호퍼의 경매 기록을 훑어보니, 확실히 식을 줄 모르는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그 가격도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물론 그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기보다는 재력을 갖춘 사람들의 미술품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인플레의 영향도 있겠지만, 인플레만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가격 폭등이니까 말이다.
오랜 시간 생계를 위해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가 매니저의 역량이 탁월한 아내 조를 만나면서 작품 판매가 순조로워지면서 호퍼는 후반의 작가 생활 동안 경제적으로는 성공한 화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과묵하고 내성적인 호퍼는 연극과 영화를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던 그가 극장에 자주 가는 것이 가장 큰 사치라고 밝힐 정도로 경제적인 성공 후에도 검소한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작품에서도 드러나는 그의 세계관은 부귀영화나 세속적 가치에 대한 추구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러한 호퍼가 지금 살아서 자신의 자그마한 작품이 1천억도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된 것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럼, 유명 미술관 소장 중이라, 이변 없는한 가격 걱정 없이, 개인의 소장고에 들어가버려 앞으로 볼일없겠구나 생각할 일 없이 맘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 몇 점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Hopper, Automat (1927), oil on canvas ; 71.4 × 91.4 cm, Des Moines Art Center, Des Moines, Iowa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개인전에서 $1,200에 판매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