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예술치료 공부를 할 때도 자기 동영상을 찍게 했다. 자신이 왜 예술치료를 공부하는지, 등등 인터뷰에 응하는 장면을 찍게 한다. 그리고 녹화된 파일을 모든 학생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재생한 후, 자신의 행동 습관, 말투, 목소리 등등에 대해 분석하는 글을 쓰게 했다.
자기 동영상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다. 얼굴이 예쁘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두 질색을 하면서 억지로 한다. 목소리 듣는 것도 소름 돋아한다.
그런데 자기 얼굴만 이상하게 보이지, 다른 사람들 얼굴은 그냥 실물과 똑같아보인다.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얼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타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셀카는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찍는 사진이다. 그래서 남이 찍어주는 사진과는 다르다. 표정부터 달라진다.
그런데 자신의 목소리 녹음이나 얼굴 영상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거부감이 사라진다.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 내 목소리를 듣는 게 정말 이상했는데 지금은 그냥 전형화된 느낌이다. 그리고 폴댄스 하면서 동영상도 많이 찍다보니 내 얼굴을 보는 것에도 이제 익숙하다.
지금 인터뷰 동영상을 찍었더라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자신의 얼굴을 직접 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칼 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정작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내 얼굴을 보지 못한다. 내가 보는 내 얼굴은 투사된 이미지다. 카메라 렌즈를 통하거나 거울을 통해 투사된 이미지다.
생각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된다. 내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타인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은 결코 같을 수가 없다. 타인의 머리를 빌려서, 그 속에 들어가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입장에서 근접하게 보고 생각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러면 자기 통제와 성숙한 인격이 필요하다. 그래서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