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시간. 조용한 빛으로 걷는 길
끝이 아니라 나로 살아내는 시작의 자리에서
삶은 종종 멀리 있는 무언가로 나를 데려가려 했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하고, 더 사랑받아야 하며, 더 의미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재촉했다. '무언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막연한 불안과 '지금의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결핍감이 내 삶을 밀어붙였다. 나는 그런 다짐들 사이에서 흔들렸고, 그 흔들림 속에서 자꾸만 나를 잃어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점점 작아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물음을 던지는 일조차 잊고 살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기보다 지금 여기의 나를 바라봐야겠다고. 사람들의 기대나 기준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들을 먼저 들여다보아야겠다고. 그것은 아주 작은 결심이었지만 내 안에서는 작은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조금씩 길이 달라졌다. 빠르게 도달하는 법이 아니라 천천히 도착하는 감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감각은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오랜 시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어떤 진심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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