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간 새 출발
두 시간에 걸쳐 방 청소를 했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여름용으로 옷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그건 변명이고, 어제 면접 탈락 소식을 들어서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방 청소를 했다! 방을 바꿀 순 없으니, 분위기라도 바꿔보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침대 밑 박스들에 묻은 먼지도 털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버렸다. 면접의 결과와 함께 이전의 일들을 다 리셋하고 싶은 마음이다. 새 출발 같은 말 참 싫어하는데, 의도적으로 리프레시를 해줘야 된다. 그래야 몸도 그렇고, 마음도 정신을 차린다.
살면서 많은 면접을 본 건 아니지만, 면접은 까 보기 전까지 모른다는 <면까몰>은 내게 해당사항이 없다. 면접을 보고 나면, 딱 느낌이 오는 편이다. 아, 이번엔 안 될 거 같다! 이번 면접도 사실 그랬다. 결과가 나온 어제보다 면접 당일에 더 우울했던 건 면접 보자마자 탈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열심히 준비한다고 면접을 다 잘 보는 건 아니더라. 이거 정말 우주의 기운이 모아져야 가능하구나! 어떤 질문에든 완벽한 대답이 나오는 날들이 있는데, 그 날은 그런 날이 아니었을 뿐이다. 세상살이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던 고3 담임 선생님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엄마는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고 너무 생각 없이는 살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며. 뇌를 반쯤 꺼내놓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요즘 날들의 양상
1) 우울해지기 싫어서 자꾸 사람을 만난다. 이건 어쩌면 터질 거 같은 뇌 속의 생각을 비울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친구에게 내 문제를 유머로 삼아 이야기하다 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2) 자꾸 명언 이딴 거에 감정 이입한다. 특히나, 무명 시절이 길었던 배우들의 수상 소감, 인터뷰 같은 걸 가난 포르노 보듯이 소비하는 지경이다. (이런 내가 미치도록 싫지만) 자기 위로하기 딱 좋아서, 당분간은 이러고 살지 않을까 싶다.
3) 어휴, 다시 해야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