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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M K Jeong Aug 09. 2024

엄마와 토론

어느날 너무 그리워서

♡♡이 글은  2017. 08.08. 작성된 글이다. 나의 엄마는 2014년 4월 16일 심정지 상태로 소천하셨다♡♡


가끔 급하게 소천하신 엄마가 생각난다. 그분과 나는 정치적으로 많이 차이가 있었다. 한 번은 대선 TV 토론을 보다가 누구누구를 찍느냐를 놓고 엄마와 한바탕 논쟁이 붙었다. 엄마는 “대선 공약이 너무 지역감정이 개입되어 있다”. 나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것이니, 그것을 지금 바꾸기 어렵다.” 엄마는 “왜 민주적 선거를 하느냐.. 잘못된 것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니냐?” 등등. 내가 엄마의 논리에 굴복하지 않으면, 우리 귀여운 엄마는 나에게 밥 주는 것을 거부하셨다. "내 주방에서는 내가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이것이 너의 논리냐? 엄마의 논리에 막혀서 일주일을 밥상에서 제명된 적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분은 내 어린 시절부터 논리로 튼튼히 무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려 애를 쓰셨던 것 같다. 가끔 엄마와의 논쟁이 기억날 때면 나도 모르게 그리움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왜 살아계실 때 그 귀한 사랑을 깨닫지 못했을까? 살면서 후회할 일이 없도록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엄마에 대해서만큼은 많은 후회가 남는다.  

지금도 마음에 맞는 지인들과 만나면 토론의 장을 연다. 때로는 서로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끝날 때도 있고, 때로는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즐겁게 토론을 마칠 때도 있다.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의 과거적 사고와 현재적 사고가 혼돈되어 이중, 삼중, 사중적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엄마… 그분이 지녔던 중립적 사고, 진실을 찾아보려 노력하시던 그 지혜가 너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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