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에서 독점을 설계하는 방법
<자기가 판 회사를 54% 비싸게 다시 사는 이유>
UCK Partners는 2019년 유모멘트를 1,300억원에 팔았다. 그리고 2025년, 같은 회사를 2,000억원에 다시 샀다.
사모펀드가 한 번 엑싯한 자산을 재인수하는 일은 드물다. 더구나 자신이 매각한 가격보다 54% 높은 값을 치르면서까지. 이 딜을 단순한 재투자로 읽기 어려운 이유다. UCK가 다시 베팅한 데는 웨딩 산업에 대한 냉정한 구조 분석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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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결혼, 늘어나는 매출>
표면만 보면 웨딩 산업은 사양산업이 맞다. 혼인 건수는 2013년 32만 건에서 2023년 19만 건으로 10년 사이 40% 감소했다. 인구구조가 이 흐름을 되돌릴 가능성은 낮다.
그런데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예식장업 전체 매출은 2,220억원에서 3,888억원으로 75% 늘었다. 유모멘트 단독으로는 2022년 636억원에서 2024년 937억원, 2년 만에 47% 성장했다.
결혼은 줄었는데 매출은 올랐다. 이 역설을 만든 구조적 힘이 세 가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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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힘: 공급이 먼저 무너졌다>
팬데믹은 웨딩 업계를 가르는 선이 됐다. 전국 예식장 수는 2019년 890개에서 2023년 733개로 4년 만에 18% 감소했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 업체들이 대거 폐업했고, 살아남은 곳들이 빠져나간 수요를 흡수하며 가격 결정권을 쥐었다. 수요가 줄었지만, 공급이 더 빠르게 빠졌다.
<두 번째 힘: 결혼을 미룰수록 더 쓴다>
결혼을 늦게 결심한 커플일수록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2024년 기준 강남 프리미엄 웨딩홀의 황금 시간대 식대는 1인당 8만원을 넘어섰고, 전체 비용은 2,200만원 이상으로 올라섰다.
한국에서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이벤트가 아니다. 양가의 공식적인 결합이고, 어디서 식을 올리느냐는 신랑신부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체면이 걸린 문제다. 이미 쓰기로 결심한 돈이라면, 검증된 프리미엄 브랜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세 번째 힘: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시장>
현재 전국 예식장업 매출 1위는 유모멘트다. 그런데 2위부터는 모두 단일 지점 운영 업체다. 법인 단위로 다지점을 운영하는 프리미엄 웨딩홀 체인은 유모멘트가 사실상 유일하다.
왜 대기업은 이 시장에 들어오지 않을까. 예식장업 전체 시장 규모가 3,888억원이다. 롯데쇼핑 연매출의 약 2% 수준으로, 신사업 검토 테이블에 오르기조차 어려운 숫자다. CJ가 아펠가모를 직접 운영하다 2016년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적 금지가 아니라, 굳이 할 이유가 없는 시장이다.
결과적으로 자본력 있는 법인이 독점적으로 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 자리를 UCK가 다시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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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K의 진짜 카드: F&B DNA>
UCK는 국내 PEF 중 F&B 투자 역량이 가장 두텁게 검증된 하우스다. 공차를 800억원에 인수해 3,500억원에 매각했고(IRR 47%), 구르메F&B는 1년 만에 IRR 100%로 엑싯했다. 현재도 설빙, 엄지식품, 테로사 커피를 보유 중이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UCK의 1호 펀드에는 공차와 아펠가모가 나란히 담겨 있었다. UCK는 처음부터 웨딩홀을 F&B 자산으로 바라봤던 것이다.
웨딩홀 매출에서 식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UCK가 쌓아온 메뉴 개발, 원가 구조 개선, 식자재 소싱 노하우를 유모멘트의 식음료 운영에 이식한다면, 객단가를 높이면서 마진도 함께 끌어올리는 그림이 가능하다. 단순한 공간 비즈니스가 아니라, F&B 역량을 얹은 프리미엄 경험 비즈니스로 재정의하는 것이 UCK의 진짜 thesis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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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베팅은 맞을까?>
UCK의 재인수는 단순한 재투자가 아니다. 공급 붕괴, 객단가 상승, 과점 구조 완성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를 읽고, 유일한 법인 플레이어 자리를 다시 확보한 전략적 선택이다. 여기에 F&B 운영 역량까지 더한다면, 출점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밀어붙일 수 있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혼인 건수 감소가 계속되는 흐름 속에서, 이 구조가 UCK의 엑싯 타임라인까지 버텨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