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비실 간식 배달부가 병원 급식소를 인수하기까지

위펀의 치밀한 확장의 기록

by Jason Han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탕비실이 유독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 한 잔 마시러 갔다가 동료와 수다 떨고, 과자 집어 들다가 업무 스트레스를 잠깐 내려놓는 그 공간. 대기업이라면 관리팀에서 알아서 채워주겠지만, 직원 스무 명짜리 스타트업에서는 누군가가 직접 편의점에 다녀와야 했다.

2016년, 앱 개발 회사를 운영하던 김헌 대표가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직원들 간식을 챙기러 편의점을 들락날락하면서 그는 생각했다.

"이걸 대신해줄 서비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 하나가 지금은 연매출 1,400억원 짜리 B2B 플랫폼이 됐다.


---

<처음엔 정말 간식이었다>

2018년 12월, 위펀이 법인을 설립했다. 서비스 이름은 스낵24. 사무실에 간식을 정기 배달해주는 B2B 구독 서비스다.

아이디어는 단순했지만, 시장이 있었다. 인사팀은 간식 관리에 시간 쓰기 싫고, 직원들은 좋은 간식이 오길 바라고, 누가 어떤 간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데이터로 쌓이면 큐레이션도 가능하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교과서 같은 구조였다.

카카오, 현대차, 우버. 고객사가 하나씩 늘어났다. 5년 뒤, 연평균 성장률 113%를 기록하며 9,400개 기업, 임직원 80만 명에게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가 됐다.

그리고 2023년부터,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됐다.

---
<돈이 생기자, 사기 시작했다>

2023년 2월. 벤처 투자 시장 전체가 얼어붙어 있던 시기였다.

위펀은 그 안에서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시작했다. 한국산업은행, 농협은행이 새로 참여했다. 멀티클로징 방식으로 끌어모은 돈은 최종 누적 330억원.

그리고 그 직후부터 인수합병이 시작됐다. 6건, 3년, 연속으로.

각각의 인수에는 이유가 있었다. 위펀이 무언가를 살 때마다, 그건 서비스의 빈 구멍을 메우는 퍼즐 조각이었다.

---
<첫 번째 퍼즐: 물류>

간식 구독이 커질수록 배달이 발목을 잡았다.

외부 물류사를 쓰면 단가가 높고, 품질 관리가 어렵고, 데이터도 쌓이지 않는다. 위펀은 결정했다. 직접 갖겠다고.

개인 편의점 납품 물류 1위 기업 우린을 인수했다. 전국 1,500개 편의점과 대기업 급식소에 납품해온 물류망이 통째로 들어왔다. 회사 이름은 위펀풀필먼트로 바꿨다.

그리고 6개월 뒤, 같은 업계 2위인 일화로지스도 인수했다. 맥콜로 유명한 일화의 물류 자회사다. 상온에 냉장까지 더해지자 취급 가능한 상품이 4,500 SKU, 업계 최대가 됐다. 도시락과 신선식품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려면 냉장 물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류 1, 2위를 연달아 잡아 압도적 1위로 올라선 셈이다.

---
<두 번째 퍼즐: 공간>

탕비실을 채웠으니, 다음은 카페였다.

넥스트씨앤씨. 카카오, 현대글로비스, 세브란스병원, 야놀자의 사내카페를 운영해주는 업계 1위 기업이다. 바리스타를 직접 교육하고,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커피머신 설치·AS까지 직접 한다.

위펀은 이 회사를 인수했다. 기존에 커피머신 렌탈과 원두 구독(커피24)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카페 공간 자체를 운영한다. 고객사 안에서 위펀이 닿는 공간이 탕비실 하나에서 카페 전체로 넓어진 것이다.

---
<세 번째 퍼즐: 경쟁사>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더 잘 만들거나, 더 싸게 팔거나, 아니면 그냥 사버리거나.

위펀은 세 번째를 선택했다.

B2B 간식 구독 업계 2위 스낵포를 영업양수했다. 스낵포의 고객사는 115개. 그 안에 카카오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 같은 굵직한 이름들이 있었다. 경쟁사를 없애면서 동시에 그 고객사들을 한꺼번에 흡수했다.

---
<네 번째 퍼즐: 시간대>

간식(오전)과 커피, 조식은 있었다. 그런데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인 점심이 없었다.

푸드테크 기업 푸딩 인수로 런치24를 출시했다. 회사가 점심 예산을 설정하면, 직원은 앱에서 메뉴를 고르고, 도시락이 사무실로 배달된다. 잔반과 용기도 수거해간다.

구내식당을 만들기엔 직원이 너무 적고, 배달앱을 쓰기엔 법인 정산이 너무 번거로운 중소기업들의 정확한 니즈를 파고든 서비스다.

---
<다섯 번째 퍼즐: 고객군>

그리고 가장 최근, 가장 큰 딜.

휴먼푸드. 2003년 설립, 전국 220개 사업장에서 위탁급식을 운영하는 우량 B2B 급식 회사다. 2024년 매출 472억원, 영업이익 51억원. 주요 고객은 기업과 병원.

인수 금액은 약 270억원.

이번엔 혼자 하지 않았다. 사모펀드 에픽플랫폼파트너스, 하나에스앤비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위펀은 나중에 FI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도 챙겼다.

이 인수 하나로 세 가지가 바뀌었다.

도시락 배달 → 급식 공간 직접 운영 으로. IT기업·스타트업 → 병원·시니어시설로. 단독 소규모 딜 → 사모펀드 컨소시엄 대형 딜로.

위펀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이 달라진 것이다.

---
<퍼즐이 완성되면 어떤 그림이 나오나>

프랑스에 소덱소(Sodexo)라는 회사가 있다. 기업 구내식당, 병원 급식, 직원 복지포인트까지 운영하는 토탈 복지 서비스 기업이다. 시가총액은 약 10조원.

에덴레드(Edenred)도 있다. 식권 핀테크에서 시작해 교통비, 문화생활비까지 아우르는 직원 복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위펀이 가려는 방향이 거기다. 간식에서 출발해서 커피, 조식, 점심, 급식 공간 운영까지. 직원의 하루 식생활 전체를 책임지는 플랫폼.

IPO 목표 밸류에이션은 최소 2,500억원 이상. 상장 시점은 이번 휴먼푸드 인수로 2027년으로 미뤄졌다. 몸집을 키우느라 일정을 늦춘 것이다.

---
<다음 퍼즐은 뭘까?>

위펀의 M&A를 보면 패턴이 있다. 인수할 때마다 묻는 질문이 하나다.

"지금 우리 서비스에서 아직 채우지 못한 빈 구멍이 어디인가?"

식권·복지포인트 핀테크? 식자재 직접 소싱? 시니어·헬스케어 메디푸드?

탕비실 간식 배달부가 병원 급식소까지 인수했다. 다음엔 어디까지 갈까.


작가의 이전글LG생활건강의 토리든 인수 검토가 던지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