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의 와그 (WAUG) 투자, 그 이면을 읽다

by Jason Han

하나투어가 와그(WAUG)에 투자했다.


국내 1위 여행사가 글로벌 액티비티 플랫폼 지분을 최대 15%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는 전략적 투자(SI)다. 단순한 재무투자가 아니다. 항공·호텔 인벤토리 연동, 크로스셀링, AI 기반 추천 서비스, 그리고 인바운드 전용 플랫폼 Hop&Hop 공동 출시까지. 구체적인 협업 방향이 명시된, 전략적 결합이다.



왜 지금, 왜 와그인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IMM PE는 1,289억원을 투입해 하나투어 최대주주에 올랐다. 코로나가 막 여행 산업을 집어삼키던 시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위기가 구조조정의 명분이 됐다. BCG 출신 송미선 대표가 영입됐다. PE식 경영이 이식됐다. 그리고 3가지 변화가 하나투어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첫째, 비용 다이어트. 면세·호텔 등 비핵심 사업을 전면 청산했다. 온라인 판매 비중을 10%대에서 40%대로 끌어올리며 판매 수수료율이 6.7%에서 4.6%로 내려갔다.

둘째, 객단가 혁신. '하나팩 2.0'이라는 이름으로 패키지의 질을 바꿨다. 쇼핑 의무를 없애고, 시내 중심가 호텔을 넣고, 소규모로 세분화했다. 중고가 패키지 GMV 비중이 2019년 14%에서 2025년 51%로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셋째, 운영 레버리지. AI 수요예측 기반으로 전세기 사입을 최적화해 사입비용을 전년 대비 27% 줄였다. 매출은 줄었는데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576억원)를 기록한 이유다.


3년 연속 1,000억대 적자에서 2023년 흑자전환, 2025년 영업이익 역대 최대. 머릿수가 아니라 질로 싸웠다는 5년의 기록이다.


그런데 IMM은 지금 팔려고 한다.

2024년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며 엑시트를 공식화했다. 목표 밸류에이션은 2조원대. 인수가 대비 주가는 여전히 아쉬운 구간을 오간다.


구조조정은 끝났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남았다. 성장 내러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패키지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 개별자유여행(FIT) 비중은 65%로 역대 최고, 패키지는 27%로 하락세다. 잘 다듬어진 여행사만으로는 2조원 밸류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팔기 전에,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와그다. 그리고 핵심은 Hop&Hop이다.


발표된 협업 항목 중 항공·호텔 인벤토리 연동과 크로스셀링은 기존 아웃바운드 사업을 방어하는 논리다. 그러나 Hop&Hop은 다르다. 완전히 새로운 수익원이다. 와그 입장에서도 이번 딜은 단순한 투자 유치가 아니다. 액티비티 단일 플랫폼에서 항공·숙박·액티비티를 한 번에 커버하는 올인원 플랫폼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 선언이다.


인바운드 시장은 매력적이다. 2024년 방한 외국인은 한국관광공사 기준 1,637만명. 2,0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류의 글로벌화로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 Klook 같은 글로벌 OTA도 한국 상품을 팔지만, 대부분 경복궁 입장권이나 DMZ 투어 수준의 클리셰한 상품들이다. 성수동 공방, K-뷰티 원데이 클래스, 드라마 촬영지 코스 같은 찐 로컬 경험은 현지 밀착 네트워크 없이는 소싱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나투어ITC의 국내 인프라가 이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딜의 핵심 논리다.


그러나 결정적인 물음표가 남는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외국인 유저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하나투어는 100% 내국인 플랫폼이다. 와그의 글로벌 유저 규모는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이번 딜의 가장 핵심적인 전제가 블랙박스다.


결국 Agoda, Expedia 같은 글로벌 OTA의 유통망을 빌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Hop&Hop은 독립 플랫폼이 아니라 글로벌 OTA들의 한국 콘텐츠 공급자로 포지셔닝될 수 있다. 나쁜 그림은 아니다. 그러나 "인바운드 플랫폼 리더십"이라는 선언과는 결이 다르다.


하나투어의 플랫폼 전환 의지의 증거일까, 아니면 IMM 엑시트를 위한 밸류에이션 내러티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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