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은퇴하지 않았다

전) 공룡센터 | 현) 투자계의 티라노사우르스

by Jason Han

스포츠 선수의 전성기는 짧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20대에 정점을 찍고, 30대 중반이면 코트를 떠난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게 끝이다. 조명이 꺼지고, 군중이 사라지고, 통장 잔고도 서서히 사라진다.

오랫동안 정설처럼 받아들여진 통계가 있다. NBA 선수의 60%가 은퇴 후 5년 안에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다는 것. 앨런 아이버슨은 총 수입 약 2,400억 원을 벌었고, 앙투안 워커는 NBA 연봉만 약 1,400억 원이었다. 둘 다 파산했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다. 코트 위에서 수십 년간 갈고닦은 직관과 자신감이, 코트 밖에서는 오히려 독이 됐다. 승부에 익숙한 사람들은 투자에서도 크게 베팅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 베팅에서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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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남자가 있었다.

2m 16cm, 147kg. NBA 역사상 가장 지배적인 센터로 불렸던 남자. 덩크 한 방에 백보드가 흔들렸고, 그를 정면으로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사실상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공룡 센터'라고 불렀다.

샤킬 오닐.

그는 현역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농구는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그래서 코트 위에서 뛰는 동안에도, 피닉스 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은퇴 후에는 배리 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Ed.D.) 학위까지 받았다. 전공은 '조직 학습 및 리더십'. 숫자보다 사람을, 전략보다 본질을 먼저 공부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하나의 원칙이 있었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에만 투자한다."

거창하지 않다.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단순한 원칙이 그를, 선수 시절보다 더 부유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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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9년, 구글

LA 포시즌스 호텔의 점심 자리였다. 샤킬은 에이전트와 함께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VC 투자자 론 콘웨이가 있었다. Twitter, PayPal, Facebook, Google의 초기 투자자. 실리콘밸리에서 '갓파더'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식사 중 론 콘웨이의 손자들이 샤킬을 알아보고 달려들었다. 샤킬은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줬다. 론 콘웨이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샤킬, 마음에 드는 회사가 있는데, 한번 보겠어요? 뭐든 검색할 수 있는 엔진인데, 세상을 바꿀 겁니다."

샤킬은 25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까맣게 잊어버렸다. 몇 년 후, 그는 신문을 통해 자신의 수익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정확한 금액은 본인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다만 그가 남긴 말은 이것이었다.

"신문이 나한테 얼마 벌었는지 알려줬어. 믿을 수가 없었어."

그 회사의 이름은 Google이었다.

2. 2013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초인종

한 남자가 미국의 유명 투자 오디션 프로그램 샤크탱크에 나타났다. 그가 들고 온 것은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 초인종이었다. 스마트폰으로 현관 앞을 확인할 수 있는 기기였다. 마크 큐반을 포함한 심사위원 전원이 거절했다.

샤킬은 그 방송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직접 연락을 취해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몇 년 후, Amazon이 이 회사를 약 1조 원에 인수했다. 회사의 이름은 Ring이었다.

샤크탱크 심사위원들이 그 뉴스를 어떤 표정으로 읽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3. 2016년, 버거 가게 155개를 팔다

샤킬은 한때 미국 전역에 파이브가이즈 매장 155개를 보유했다. 전체 체인의 10%에 달하는 숫자였다. 버거가 좋아서 시작했고, 어느새 그 버거 가게의 10분의 1을 소유하게 됐다.

그리고 2016년, 그는 155개 전 매장을 통째로 매각했다. 추정 매각가는 약 1,000억~1,300억 원. 미련 없이 팔고, 그 자금을 Big Chicken, 파파존스, 코인 세차장으로 분산시켰다. 좋아하는 것을 사고, 때가 되면 팔고, 또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 그에게 투자는 집착이 아니라 순환이었다.

4. 2015년, 신던 신발의 주주가 되다

1992년, NBA에 입단하던 해 샤킬은 Reebok과 계약을 맺었다. 그 신발을 신고 30년을 뛰었다. 그리고 2015년, 그는 ABG(Authentic Brands Group)라는 회사의 주요 주주가 됐다.

ABG가 보유한 브랜드 목록을 처음 보는 사람은 잠시 멈칫하게 된다. Forever 21, JCPenney, Juicy Couture. 그리고 Elvis Presley와 Marilyn Monroe의 저작권. 2021년, ABG는 Adidas로부터 Reebok을 약 3조 원에 인수했다.

30년간 신던 신발 브랜드의 주주가 됐다. 어떤 투자는 그렇게, 삶의 긴 호흡 위에서 완성된다.

5. 2016년, 아들과 함께 간 경기장

어느 날 아들이 말했다. "아빠,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 해요. 같이 가요."

샤킬은 따라갔다. 그리고 3만 명이 꽉 찬 경기장을 봤다. 스크린을 향해 함성을 지르는 군중. 아무도 공을 던지지 않고, 아무도 뛰지 않는데, 그 에너지는 자신이 뛰던 코트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그해 NRG Esports에 투자했다. 아들 덕분에 e스포츠 구단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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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이 투자들의 공통점이 보일 것이다.

Google은 직접 들었던 아이디어였고, Ring은 방송을 보다가 발견한 기회였다. 파이브가이즈는 자신이 즐겨 먹던 버거였고, Reebok은 30년간 신던 신발이었다. NRG는 아들과 함께 본 경기장에서 시작됐다.

어떤 투자도 리포트를 읽다가 시작되지 않았다. 모두 일상 안에 있었다.

결과는 숫자로 말한다.

NBA 19년 현역, 총 수입 약 2,900억 원. 현재 추정 자산 약 7,000억 원. 코트 위에서 번 돈보다, 코트 밖에서 더 벌었다.

하지만 샤킬 오닐의 이야기에서 진짜 흥미로운 것은 수익률이 아니다. 그가 투자를 대하는 태도다. 화려한 재무 모델도, 복잡한 밸류에이션도 없었다. 오직 하나. 내가 직접 경험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는가.

어쩌면 가장 단순한 원칙이,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

공룡은 은퇴하지 않았다. 그저 서식지를 바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