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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시대를 넘어 AX 시대가 온다

인공지능 전환의 시대 -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by 장재준


생성형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물결이 거세지며, AI는 단순한 도구적 활용을 넘어 산업의 본질을 재구성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AX(AI Transformation)라는 개념이 급격히 부상하며, 산업 전반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변곡점이 되고 있다. 이는 DX(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와 AT(Analog Transformation.아날로그 전환)의 흐름을 잇는 차세대 패러다임으로, 디지털화와 아날로그적 가치의 균형을 넘어 AI가 산업 운영의 근본 원리를 재편하는 단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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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에서 DX(Digital Transformation)가 한때 중요한 키워드였던 시절이 있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전통적인 산업들이 인터넷과 모바일 가상 세계로 빠르게 융합됐고 5G, 클라우드 같은 ICT 인프라를 활용하며 자동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존 산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DX의 개념은 구산업이 5G 및 클라우드 등 기반 ICT 인프라를 통해 자동화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DX가 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기술 혁신이라면, 그 반작용으로 AT(Analog Transformation)의 개념이 대두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산업의 근간이 되는 과정에서, 인간적 경험과 감성을 강조하는 아날로그적 요소들이 다시금 가치 있게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가미한 하이브리드 기술, 인간 중심의 UX/UI 설계, 물리적 경험의 중요성이 새롭게 떠오르며 DX의 균형을 맞추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DX로 인해 형성된 가상세계와 그 기술들이 아날로그적인 현실 물리세계와 융합이 일어나면서 이젠 가상이란 개념이 무의미해 지는 단계에까지 이르었다.


이제 산업은 한층 더 진화하여 AX(AI Transformation)로 향하고 있다. AX는 AI를 통해 유기적인 인텔리전스로 나아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DX가 ICT 기술을 통해 기계화와 자동화를 이루어 산업의 생산성을 키웠고 AT가 아날로그적 물리 세계와 융합되며 인간적 감각과 경험의 중요성을 재조명했다면, AX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AI는 단순히 사람이 하는 지적 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유기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내고, 서로 다른 산업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한다. 그리고 AX는 AI를 기반으로 한 자율적이고 예측적인 산업 구조를 만들어낸다. AI는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나아가 아예 산업의 핵심 운영 원리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AI가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AX로의 진화가 발 빠르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그 구체적 방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다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으나 AI가 모든 산업의 체질을 바꾼다는 큰 방향 아래에서 특정 기업의 AI 중심 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혹은 과감한 AI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동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온디바이스AI가 급부상하고 있다. '모든 곳에 AI를 뿌린다'는 개념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온디바이스 AI, 인공지능이 모든 곳에서 존재하는 시대


AX 시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온디바이스 AI다. 클라우드 기반 AI가 데이터를 중앙에서 처리하는 방식이었다면, 온디바이스 AI는 독립된 하드웨어에서 AI가 자체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 기술은 특히 AI의 개인화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다. 클라우드 기반 AI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온디바이스 AI는 사용자의 기기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퀄컴이 이 기술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퀄컴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은 CES 2024에서 이렇게 말했다. “온디바이스 AI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가 자체적으로 구동되는 기술이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바꿀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제 AI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시대가 되는것이다. 그것은 산업을 바꾸고, 인간의 생활을 바꾸며,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까지도 바꾸는 혁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시대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중심에는 AX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17SSW897.jpg?type=w773 [그림] 인공지능이 그린 최초의 자화상



MS가 애플을 눌렀다.


시대의 변화는 기업의 가치에도 반영된다. 2024년 1월 15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이 애플을 넘어섰다. 2조8872억 달러. 애플의 2조8747억 달러를 제친 숫자였다.


이것이 단순한 일시적인 결과일까? 아니다. 이 차이는 AI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독점 논란과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신형 아이폰 출하량 감소 우려로 흔들리고 있다. 반면 MS는 생성형 AI에 올인하고 있다. 오픈AI와 손을 잡고, AI 퍼스트 전략을 밀어붙이며 거대한 전환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체제 이후 MS는 클라우드 퍼스트를 넘어 AI 퍼스트 기업으로 변신했다. 검색엔진 빙(Bing)에 AI를 통합했고, 애저(Azure) 클라우드 플랫폼에도 생성형 AI를 심었다. 오피스365에도 AI 코파일럿을 도입하며 기업 생산성을 AI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제 MS의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MS는 이것을 생태계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AI를 일상과 업무의 모든 순간에 녹여내려는 전략이 있다.


MS의 키보드 변화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윈도우 키보드 구성은 3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키보드에 AI 코파일럿 키가 삽입된다. 화면 오른쪽 사이드바에서 프롬프트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하고, AI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며, 사용자의 행동을 보조한다. MS는 AI를 더 이상 우리가 부를 때만 응답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모든 순간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동반자로 만드려 한다.



CES 2024, AI가 산업의 근간이 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도 생성형 AI가 산업을 주도하는 흐름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전통적인 전자 기업 뿐만 아니라,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도 한국의 나노엔텍과 함께 만든 피부진단기기와 함께 생성형 AI 기반 '뷰티 지니어스'를 선보이는 등 산업을 가리지 않고 AI 혁신이 확산되고 있다. 중공업 분야에서도 HD현대, LX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산업의 기간 인프라로 자리 잡았던 네트워크와 클라우드가 이제 AI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AI를 단순한 자동화의 도구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과 소통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며, 산업의 근간이 되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볼리 같은 소형 로봇에 AI를 적용하며, LG전자는 미래형 콘셉트카 알파블과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발표하며 이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AX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AI를 기본적인 전략 로드맵으로 삼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고, 초연결을 넘어 공감지능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 AX의 개념은 더욱 확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이 네트워크와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산업의 기간 인프라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 그 자리를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AI가 운영체제이자 포털이 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예측도 등장하고 있으며, 넓게 보면 테슬라의 스타링크와 같은 글로벌 연결망과도 지향점이 맞닿아 있다. LG전자 조주완CEO가 AI를 “공감지능”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한 연결만으로는 미래를 장악할 수 없다. 이제는 AI가 인간과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AX 이후에는 무엇이 올 것인가?


일부 전문가들은 AI가 인간과 공존하는 단계를 넘어, AI 스스로가 산업과 사회를 독립적으로 재편하는 AGX(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 시대가 열릴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는 인간이 A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AI를 혁신하는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혁신이 인간의 손을 거쳐야 가능했다면, AX 이후의 미래는 AI가 스스로를 발전시키며 새로운 산업 질서를 창출하는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의 기간 인프라이자 핵심이 되어 해당 영역의 체질을 바꾸는 AX 전략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각 기업들도 공격적인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AI의 물결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기다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과거 1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변화보다 현재와 미래 10년이 더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끊임없는 질문이 꼬리를 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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