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근 Jun 11. 2016

< 롯데리아 여인과 이효리 >

- 남기고 버리느냐 아니면 절제할 줄 아느냐 -

“조금 더 먹지 그래...”

“아냐. 다 먹었어. 배불러.”

“그러길래 조금만 시키지! 이것저것 시켜놓고 반도 안 먹으면, 이 남은 음식들은 어떡하냐!”

“진짜, 쪼잔하게 왜 그래? 먹다 배부르면 남기고 버리면 되는 거지!”


여자의 언성이 높아지자 남자는 목소리를 낮추라는 손짓을 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음식이 정말 맛이 없거나 상했으면 모를까, 네 욕심대로 시켜놓고 반 이상 남겨 놓는 건 정말 아니지 않냐?”

“무슨 보릿고개 시절 이야기하니? 음식을 즐기고 나서 남기면, 버리면 되는 거지! 음식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문화야!”

평소엔 잘 먹지도 않는 햄버거가 먹고 싶어 들어간 돗데리아에서 우연찮게 듣게 된 남녀의 대화였다.

그리고 그 둘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가수 이효리가 생각났다.


‘10 minutes'란 노래로 섹시 가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던 이효리...

하지만 걸그룹 ‘핑클’의 리더였던 그녀가 처음 낸 솔로 앨범인 ‘10 minutes’는 가창력에 대한 평론가들의 수많은 혹평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노래는 있지만 가수는 없다’며 라이브(Live)가 힘든(?) 그녀의 가창력을 신랄하게 비판한 평론가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 비평 속에서 어쩌다 가요 프로그램에서 듣게 된 그녀의 라이브는 같은 가수가 불렀는지 의심이 들만큼 음원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었다.


‘자고로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가수지!’

이효리에 대한 내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다 한 5년 전쯤인가?

모 잡지와의 인터뷰 내용을 본 후 나는 내 생각을 바꾸게 됐다.


가벼운 식사 자리에서 진행된 인터뷰...

인터뷰를 마친 후 음식이 제법 남은 모양이었다.

그러자 이효리는 종업원에게 음식을 싸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기자는 이효리에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전 국민이 다 아는 유명 연예인이신데, 음식을 싸 달라고 하시면 창피하시지 않나요?”

 

그러자 그녀는 담담히 이렇게 대답했다.


“음식을 버리는 것을 창피해해야지, 싸 달라고 하는걸 창피해해야 하나요?”


그 말을 들은 기자는 질문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고 했다.

    

‘이효리... 멋진 여자였구나! (노래 실력은 그닥 이지만......)’

그 인터뷰 기사를 본 후, 나는 그녀의 노래실력은 차치하더라도 그녀의 건강한 의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가끔 들려오는 그녀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를 듣게 될 때마다 그 기사의 내용이 항상 생각났었다.

  

여기 음식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 다른 두 여인이 있다.


국민 핸드백이라는 ‘L'사의 빽과 얼마 전 타계한 무하마드 알리도 사랑했던 ‘C'사의 시계를 몸에 걸친 한 여인, 하지만 이효리보다는 분명 돈이 많치 않을게 분명한 그 여인은 음식 버리는 걸 ‘문화’라 여겼고,

온 국민이 다 아는, 한 때 만인의 연인이었던 그녀는 음식 버리는 일을 ‘부끄러운 일’이라 여겼다.


배가 부르는데도 꾸역꾸역 집어넣으라는 말이 아니다.

먹을 만큼 적당히 시키고, 부족하면 더 시키고......


진정 음식을 즐기는 일을 ‘문화’로 여긴다면, 자신이 즐긴 문화의 반 이상을 쓰레기 통에 넣는 바보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우리 주위엔 아직도 많은 이들이 매 한 끼 한 끼를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기고 버리느냐...

아니면 절제할 줄 아느냐...


어떤 게 옳은 것일지는 각자 선택의 몫이다.



( * 이효리 씨 관련 기사 내용은 제가 기억하고 있는 부분을 쓴 것이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효리 씨 가창력에 대해 비방하는 글이 아닙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 내 사랑 내 곁에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