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son Sungil Kang Jun 15. 2018

우동의 고장 가가와현 다카마쓰 사누키 우동여행

때론 따뜻한 국물에, 때론 차갑게 우동에 대한 편견을 깨자

사람이 먹을 때는 입으로 먹는 것만큼이나 마음으로도 먹는다.


현대인의 관광활동은 일상생활권을 떠나 잘 먹고, 잘 놀고, 잘 머물다 오기로 단순화할 수 있다. 인간활동은 육체적 에너지를 공급해 줄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단순화한 관광활동에서 '잘 먹기'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관광활동에서 '잘 먹기'는 단순히 생물학적 차원 이상의 무언가를 갖고 있다. 우리는 잘 먹기 위해 굳이 관광지의 맛집을 찾아가고, 지역특산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주문한다. 사진을 찍어 SNS등 소셜 네트워크에 올리는 것으로 관광활동의 신성한 의식 중 '잘 먹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관광객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흐른다.


관광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먹기'의 대상이 되는 음식은 일상에서도 단순한 미각적 만족을 넘어서는 어떤 의미를 수반하고 있고 나아가 사치와 탐닉을 함축하고 있다(앨런 비어즈워스, 테레사 케일, 1997). 이를 통해 음식은 사회적 구별을 상징화한다. 예로부터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는 사회계층에 따라 달랐다. 예를 들면, 지금이야 웰빙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고조로 통밀 등의 유색빵이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흰빵은 부의 상징이었다. 멀리 갈 것 없이 제주의 경우에도 불과 30-40여년전만 하더라도 흰쌀밥은 제주말로 '곤밥(고은밥)'이라하여 평범한 서민계급에서는 제사나 명절, 아버지가 기분이 좋을 때나 먹을 수 있었다. 음식은 이처럼 개인의 사회계층, 나아가 그 계층에 기반하고 있는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독일의 격언이 함축하는 의미일 것이다. 


현대사회는 공장의 자동화에 의한 비용인하를 통해 본격적인 소비사회의 진입을 알렸다. 음식 또한 이 시대의 흐름을 거스리지 못했다. 공장식 단일품종의 대량생산 방식의 채용, 저장기술의 발달, 물류의 혁신 등은 음식 자체가 가진 계급성을 완화시켰고, 이제 누구나 원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혁신적으로 향상된 시대에 살게 되었다. 바야흐로 '풍요의 시대'에 진입해 있는데, 우리는 왜 '먹기'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더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문장에 있다.


다카마쓰우동투어버스 홈피에 소개된 다양한 우동


소박한 정성이 담긴 한 그릇에 열광하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담은 우동


일본에서 가장 작은 면적인 '카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Sanuki)로, 인구 100만 명에 900여 개가 넘은 우동집이 있어 일본 우동의 고장이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에도시대부터 우동은 이 고장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이었는데, 우동의 원료인 소맥 재배에 알맞은 기후와 그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의한 자연스럽게 우동이 주요한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카마쓰는 이 카가와현의 도읍지이다. 


이 사누키 지방의 지역 특산음식 우동을 소재로 한 영화가 '우동'이다. 이 영화의 시대 배경은 세토대교가 건설된 이후인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사누키 우동 열풍이 발생한 때를 그린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리는 전반적인 흐름은 1980년대 카가와 현의 타운 정보지에 연재된 우동점의 소개 계획 등이 영화의 모티브로 차용된 것으로 보아 이때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시간 흐름을 압축해 놓은 영화이다. 고향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물과 소맥분, 그리고 소금만으로 만들어 먹던 소박한 우동만 있었던 주인공은 화려한 뉴욕으로 떠났지만 실패를 맛보고 결국 고향으로 귀향한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지역의 타운 정보지에 입사하고 일본 현대 도시민의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어 평범한 타운 정보지를 이 고장의 특산물인 우동에 대한 맛집 탐방 타운정보지로 특화해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것이 세상의 진리인지라 가락국수 붐을 타고 모여든 도시 관광객에게 우동은 단지 이 시대의 핫한 사람으로 와서 먹어봐야 하는 상징과 같은 음식일 뿐이다. 우동에 숨어 있는 지역민의 정서나 우동집의 사정 등은 알바 아니다. 이 영화는 이처럼 우동 붐과 그로 인한 지역과 우동집에 발생하는 갈등, 주차문제 등 부정적 영향 등을 동시에 조명하고 있다. 


영화 우동에서 우동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다. 주인공이 사는 조그만 마을에서 제면소와 우동집을 하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학교에 제공하는 우동면은 어린 시절을 비롯해 마을에서의 삶을 상징하는 주요한 메타포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제면소의 대끊김과 이를 잇기 위한 노력에 전 마을 사람들이 응원한다. 타운 정보지 대표는 예전 세토대교로 혼슈와 이어지기 전 연락선을 타고 시골 다카마쓰를 떠나고 돌아오는 지역민의 애환에 대한 상징을 연락선에서 파는 소박한 우동 한 그릇이 오롯하게 담겨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이처럼 사누키 지역에게서 우동이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한 끼의 소박한 음식만은 아니다. 그들에게 우동은 곧 자신의 정체성을 매개하는 중요한 매개체이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수단이다.


우동의 나라 사누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영화 우동의 한 장면


한편, 관광적 측면에서 보자면 비록 음식인 우동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어떤 장소가 어떤 경로를 통해 관광지화 되고 관광지화 되고 해당 장소에서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영향은 무엇이며, 이를 통해 지역은 어떻게 재편되는지에 대한 것을 영화 한 편에서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치 필자가 살고 있는 제주가 2010년부터 현재까지 관광지로서 소비되고 있는 현상과 그로 인한 폐해 등이 이 영화를 보면서 기시감이 들 정도로 닮았다. 붐이 이는 상품은 희소할 때 시장에서 가치를 갖지만 결국 그 가치로 인해 시장에 수요와 공급이 몰리면서 희송성의 가치는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다음 붐이 불어닥칠 사회문화적 조건과 만날 때까지 마치 스테디셀러와 같은 지위에 있다 조건 미성숙 시 진부화된 이미지로 쇠퇴하기 때문이다. 소위 '관광의 자기 파괴성'의 발현이다.


그렇다면 이런 진부화는 어떻게 극복할 있을까? 그것은 서울에어의 다카마쓰 취항에서 답을 엿볼 있다. 일본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진부화된 우동국의 지위지만, 한국과 중국과 같은 새로운 시장은 일본 내의 진부화로 인한 인기 감소를 충분히 상쇄하리라 생각된다. 만약 이런 새로운 시장개척의 기회가 적다면, 결국 답은 진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세밀한 이미지 관리 노력이 병행일 것이다. 마치 인기 연예인이 자신의 이미지 관리하는 것과 같다. 


차게해서 먹는 자루 사누키 우동, 튀김은 선택메뉴


내가 쓰는 다카마쓰 우동투어


이번 다카마쓰 여행의 목적은 나오시마였다. 우동에 대한 이야기는 이곳에 도착 후 알게된 것이다. 한마디로 아무런 정보없이 무조건 떠나온 여행이었기에 뜻밖에 만난 이 지방의 우동이야기는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여행경로 중간 중간 만나 보았던 마카마쓰의 우동전문점에 대해 소개해 본다. 


나오시마 혼무라지구 民宿石井商店 食堂

나오시마는 이번 다카마쓰 여행을 가게된 이유인 곳이다. 예술의 섬이라 불리고 예술이 어떻게 낙후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지에 대한 사례를 직접 보고 경험하기 위해 찾은 곳이다. 연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나오시마는 그러나 여행자에게 음식으로는 그리 넉넉하지 않은 환경을 제공한다. 남쪽 섬 사람 특유의 생활시간 때문인지 관광객이 도착하는 첫배 시간보다 훨씬 후인 11시경에야 비로소 이곳저곳 음식점이 문을 열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 시간 때면 나오시마 관광의 핵인 베네세하우스 지구에 머무는 시간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식당은 혼무라지역 관광안내소 버스정류장 옆에 있다. 작은 일본 시골 섬마을 그대로의 정서를 갖고 있는 우동집이다. 자전거로 한바퀴 돌면서 지친 중간에 들린 곳이어서 부카케우동 곱배기를 시켰다. 면 자체의 탱탱함과 고소함을 즐기기엔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이 우동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마치 메밀소바처럼 찬우동을 장국에 찍어 먹는 맛이란... 배고파서 더욱 인상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가격도 착하다 400엔에서 500엔이면 족하다.


우동 자체의 맛을 오롯히 즐기게 해주는 자루 우동. 나오시마 혼무라지구 民宿石井商店 食堂


리쓰엔공원 맞은 편 사누키우동 우에하라야본점

다카마쓰 최고의 랜드마크인 세계문화유산 리쓰엔공원 맞은편에 있어, 리쓰엔 공원을 둘러 볼 예정인 여행자는 한번 꼭 가보기를 추천하는 집니다. 이집은 다른 우동집과 달리 주문방법이 독특하다. 우동부터 튀김이나 초밥까지 일일이 하나하나 먹고 싶은 것을 주문 후 일괄계산하는 시스템이다. 뜨거운 우동을 먹으려면 우동 데우기도 직접 해 먹어야 하는 등 서비스 제공에 고객을 참여시켜 여행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운영자에게는 인건비 절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하지만 최초 방문자라면 잠시동안 매우 당황할 수 있다. 이것 저것 집다보니 한상이다. 곁눈질로 이웃해 있는 일본분들 먹는 메뉴를 보니 단촐하게 뜨겁거나 찬 우동 한접시를 주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문방법이 매우 특이했던 우동집


미나미신마치 Udon bou

다카마쓰 최고 번화상점가인 마루가메마치와 이어진 미나미신마치 거리의 골목에 있는 우동집. 제면까지 직접하는 지 이 집 우동면을 따로 살 수도 있다. 나름 지역민에게 알려진 유명한 집이다. 히라가나로 붓글씨로 도배한 메뉴판이 거북하다면 가게 곳곳에 붙여놓은 사진메뉴를 보고 선택하면 된다. 선택한 메뉴는 봄철 계절한정 새우 튀김우동(카키아게우동). 주방에 계신 분들이 모두 연세가 지긋해서 뭔가 전통있는 집에 와 먹는 다는 분위기가 있다. 온면과 냉면 두 가지 타입 모두 주문 가능했지만 온면을 주문했다. 가격은 740엔.



소도시마 쿠사카베항 三太郎 草壁港店

소도시마는 다카마쓰 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약 1시간 정도 달려 들어가는 세토내해의 섬 중 꽤 규모가 큰 섬이다. 올리브는 이 섬의 특산물로 일본에서 꽤 유명하다는 것은 섬에 도착한 이후에 알았다. 그래서인지 여객선사도명도 올리브라인이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도착한 소도시마는 날씨 때문인지 스산하다. 여객선이 서는 항구에서 버스를 타고 올리브 공원을 둘러 본 후 찾은 쿠사카베항. 구글맵에 의지해 항구에 있는 선원들이 먹을만한 곳은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우동집이다. 수타 우동이라는 간판이 반갑다. 날이 날이만큼 뜨끈한 고기우동을 시켰다.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맞는 수타우동의 면발이 먹는 재미를 더했던 곳으로 기억된다.


소도시마행 여객선 간이매점

영화 우동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일본 본섬이 혼슈와 세토대교로 연결되기 전 혼슈를 오가는 연락선은 다카마쓰 사람들에게 여러 감정을 들게 했을 것이다. 그 연락선에 마지막으로 맛보는 고향의 맛 우동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먹는 한국사람들에게 익숙한 유부가 들어간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 타입 우동은 그래서 오히려 색다르다. 


소도시마행 연락선(?)에서 제공하는 소박한 우동



다카마쓰 사누키우동 투어 팁


1. 이도저도 싫고 머리쓰기 귀찮으면 우동투어버스를 이용해보자. 사이트는 주소는 다음과 같다. 예약은 필수.  http://www.kotosan.co.jp/sp/order/ 

2. 하루 2식을 우동으로 채울 면사랑 한 가득 충전(아쉽게도 필자는 우동이 유명한 곳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작정 떠난 곳이라 하루 2식 우동을 하지는 못했다.)

3. 유명한 우동맛집이나 일반적 동네골목의 소박한 우동집이나 별 차이 없으니 로컬답게 여행하려면 마주치는  골목의 허름한 우동집에 들어갈 용기

4. 사누키우동 사서 귀국 후 먹어보기(현지에서 먹던 그 면발이 아님에도 쫄깃한 듯 느껴진다.)

5. 생각보다 다양한 우동에 놀라지 말자. 덥고 사누키 우동 본연의 맛을 즐기려면 차가운 부카케우동을 비롯해 카레우동, 레몬우동, 고기우동 다양한 우동에 감동한다.

6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다카마쓰 외의 시골 맛집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7. 아쉽게 스킵했던 우동집

- 마쓰시마역 메리켄야(역전 앞 가볍게 들려 맛볼 수 있는 우동집)

- 야시마섬 와라야(우동투어버스를 타면 들리는 유명한 우동집)



선물용 각종 우동면, 낱개로도 포장된 선물용으로 살 수 있다.




#일본여행 #시코쿠여행 #마카마쓰여행 #우동투어 #우동맛집 #우동 #사누키우동 #우동의고장 #우동국 #다카마츠여행 



앨런 비어즈워스, 테레사 케일(2010). 메뉴의 사회학. 한울아카데미.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사누키_우동 2018.06.14 접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