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4
유리한가, 불리한가.
이득인가, 손해인가.
합리적인가, 모순적인가.
거창하게 던져놓고 보니 우습다.
당장 정해야 할 것은 '그래서 할 건가, 말 건가'에 불과한데.
바이러스 교수 가라사대, "인생은 레이스다!"
일리 있는 말이다, 우리가 직선적으로 사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점에서.
정해진 꼭짓점 외에는 어디서도 꺾어 갈 수 없는 윷놀이를 떠올려보라.
모두가 빠른 지름길로 가고 싶어 하지만, 운이 나쁘면 먼 길을 돌아가야만 한다.
늘 인생이라는 윷놀이 판 위의 말처럼 조바심을 내며 살았다.
윷을 높이 던져봐도 변변찮은 도와 개.
어쩌다가 윷이나 모가 나오면 꼭 지름길을 지나치고.
힘차게 던지면 낙, 대충 굴리면 뒷도.
뒤에서 쫓아오는 누군가를 따돌리며 숨 가쁘게 앞서 나가는 와중에도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결승점이, 사실은 출발점과 같다는 것이다.
나 역시 '작가'라는 출발점에 도달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함께 출발했던 동료들이 지쳐서 자취를 감추거나
흥미를 잃고 또 다른 놀이판으로 이탈하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처음 시작한 그 놀이판에 머물며 끊임없이 윷을 던졌다.
더 이상 뒤에 따라오는 말도, 앞서 나가는 말도 없는 나와의 싸움에서.
지독하게 끝나지 않던 윷놀이를 하며 나는 변했다.
나이를 먹었고, 글의 재미를 알았고, 좋아하는 것에 확신을 얻었다.
고독하기만 한 줄 알았던 윷놀이는 제법 즐거웠다. 어느샌가부터 즐기고 있었다.
자연스레 알았다, 내 도착점은 작가일 수가 없다는 걸.
권위를 향한 열망이 아닌, 글자에 대한 열정.
명예를 위한 경쟁이 아닌, 즐거움을 쫓는 시도.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자아를 찾으려는 목표.
출발점이 작가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도착점이 작가일 수 있다고들 그래.
이제 겨우 출발점으로 돌아온 말이 다시 나를 다그친다.
"출발할 거야, 말 거야."
고개를 돌려본다. 윷판을 벌리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왜 직선으로만 가야 할까? 곡선으로는 갈 수 없나?
윷을 내려놓는다. 빙빙 한 바퀴를 돌아온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며.
앞으로만 가야 하는 직선길은 이제 질렸다.
원한다면 어느 방향으로든 꺾을 수 있는 곡선길이 좋다.
뛰어들었다, 더 넓은 세계로.
더 이상 소설을 내 드라이브 속에서만 존재하는 글자로 남길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