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1
그때까지만 해도 난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고민 중이었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글 쓰며 시간을 축내는 현재에 대하여.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과연 내 삶을 변화시키기는 할는지.
자신 없는 발걸음으로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바로 그 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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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발견한 나는 의아했다.
공모전 때문에 매칭 사이트에 시놉시스와 소개글을 올려둔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공모전은 떨어졌는데?
순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치밀어 오르려는 걸 간신히 짓눌렀다.
여기서 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간 다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냥 '거 봐~' 하고 넘길 수 있는 상태이고 싶었다.
예정보다 빨리 산책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발을 돌렸다.
긴박하지만 느릿하게, 기대하고 싶지만 마주하고 싶지는 않은 상태로.
집으로 향하는 동안은 몰랐다.
늘 같은 방식으로만 존재했던, 그래서 그렇게 유지해 왔던 나의 세계에
문자 알람처럼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는 것을.
해저로부터 시작된 진동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벌써 고요하게 파동이 일고 있었다는 것을.
내 눈앞이 그토록 캄캄했던 것은, 날 적시기 위한 파도의 그림자 때문이었나.
내 귀가 그렇게나 먹먹했던 것은, 정수리 위로 치솟은 파도가 날 덮치기 직전이어서였나.
어쨌거나 그 사실들을 깨닫기 전부터 내 인생은 이미 들썩이기 시작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