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출간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내가 매일 들여다보던 글자들이 종이에 인쇄되었다는 게,
종이가 한 데 묶여 두툼한 450장짜리 책이 되었다는 게,
그 책이 서점에서 돈을 받고 팔리고 있다는 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기뻐서 어질어질하지만,
초조한 마음은 그런 나를 다시 책상 앞에 앉히고는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며 글을 쓰라고 압박한다.
김칫국도 마음 놓고 못 마시고, 발만 구르고 있는 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지금의 여흥을 좀 더 즐기라고 한다.
하지만 관심이란 건 생각보다 금방 식는다.
일단 시작했으면 그다음부터는 쉴 새 없이 노를 저어야 한다는 걸
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보통 시작은 두렵고, 끝은 슬프다.
그러나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이 살 가치를 만든다.
얼마 전 포춘쿠키점이라는 사이트에서 읽은 문구다.
그렇다, 나는 지금 두렵다.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그토록 염원하고 고대하던 작가로서의 시작이지만
자그마한 나룻배에 노 하나를 들고 덜렁 바다로 나온 이 막막함이란.
파도소리가 주는 설렘보다는 일렁이는 물결 속의 까마득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 나의 끝을 모른다.
이제 겨우 시작을 했을 뿐이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중이다.
우리 모두의 삶이 대체로 그렇다.
두려움과 슬픔 그 사이 어딘가를 헤매며
기뻐도 하고, 괴로워도 하고, 즐거워도 하고, 앓기도 하며 살아가니까.
당분간 언어사전에는 소설에 쓰인 단어들을 중점적으로 적어볼 예정이다.
나의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아직 안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나의 세계를 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두려움을 느끼자마자 먼 미래에 다가올 슬픔을 예감하기보단,
살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더 많이 찾아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니까.
그 사이에서 가치 있는 감정들을 더 많이 찾아낼수록
슬픔이 찾아오는 시간은 더욱 늦춰질 테니까.
언젠가는 분명히 찾아올 끝을 조금씩 밀어내며 앞으로 전진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