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산-주금산 종주 백패킹
나는 금요일 저녁에 지도를 보며 주말에 떠나고 머물 곳을 찾았다. 하지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민둥산에 가려고 했으나 열차표를 알아보니 오전에 출발하는 열차는 모두 매진이다. 나는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배낭을 정리하고 일단 서울에서 가까운 산으로 떠나기로 했다.
내가 찾은 곳은 철마산, 그리고 주금산이다. 철마산(711m, 786.8m)은 진전읍 해참공원 철마산 입구 출발점에서 동쪽으로 약 4.5km(남봉)와 6.8km(북봉)의 거리에 위치한(남양주시 진건면) 산으로 남봉과 북봉으로 나누어져 있다. 철마산은 현재 남봉(711m)을 정상으로 하고 있지만 남봉에서 북쪽으로 2.3km 정도 떨어져 있는 북봉(786.8m)이 실제 정상(최고봉)이다.
북봉은 '내마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산 정상에는 대부분 깃대봉을 세우고 태극기를 다는데 남봉에만 깃대봉이 세워져 있다. 아마도 철마산의 정상이 북봉보다 낮은 남봉으로 정리되고 있는 듯하다.
주금산(813m)은 경기도 포천시와 남양주시, 가평군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주금산의 정상은 조망이 좋지 않아 정상으로서의 의미가 무색하다. 베어스타운 앞에서 주금산으로 등반할 때는 정상에서 철마산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독바위 옆 헬기장의 조망이 일품이다.
나는 해밀마을 철마산 입구 출발점에서 철마산(남봉 711m) - 철마산(북봉, 내마산 786.8m) - 주금산(813m)에 이르는 종주를 하기로 했다. 출발이 지연되어 오후 1시경에 철마산 입구에서 남봉을 향해 출발했다.
철마산(남봉 711m)까지 오르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간혹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오기도 했지만 쉬엄쉬엄 두 시간 반 코스로 등산하기에는 좋은 산이다.
2/3 지점에 다다르면 급경사와 완경사로 구분되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나는 가의도에서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완경사 방향으로 진입했다. 그 작은 푯말을 지나 완경사 방향으로 10m 정도 들어가면 고맙게도 약수가 나오는 곳이 있다. 나는 빈 물병에 약수를 가득 담아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완경사라고 하지만 정상에 가까워진 만큼 제법 가파르다. 나는 1시 15분쯤에 출발하여 중간에 사진도 찍고 쉬기도 하면서 3시 30분쯤에 철마산(남봉 711m)에 도착했다. 오르는 길에 등산객 5~6명과 마주쳤는데 주말인데도 한적한 것을 보니 인기 있는 산은 아닌 거 같다.
철마산 북봉(내마산 786.8m)으로 가서 일몰 촬영을 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북봉의 조망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시간도 어중간하여 나는 그냥 남봉에서 짐을 풀기로 했다.
철마산 남봉에는 비박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등산로 옆으로 움푹 파인 공간이 있었다. 나는 바닥을 정리하고 그곳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등산로 옆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뿐더러 길 반대편에서 부는 바람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았다. 예상대로 새벽에 산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텐트에는 전혀 바람이 닿지 않아 아늑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침낭 속에 누워 숲 속 나무 사이로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어보면 바닷가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와 같다. 그 저녁 철마산 남봉 정상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나는 새벽 4시쯤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철마산 북봉(내마산 786.8m)을 향해 출발했다. 남봉은 서쪽 조망이 비교적 좋아서 해가 지는 풍경을 담을 수 있었지만 동쪽 조망은 좋지 않았다. 나는 북봉에서 일출을 찍기 위해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예상보다 배낭을 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바람이 많이 불어 텐트 접는 시간이 오래 걸린 탓이다. 나는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출발했다. 지도에 철마산 북봉(내마산)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어두운 산길을 걷다 보니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북봉은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했던 것처럼 아무런 표시도 없다. 어느 산악회에서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이곳이 철마산 북봉(내마산) 임을 알리고 있다.
북봉으로 가는 도중에 나무 사이로 찍은 사진이 유일한 일출 사진이다. 철마산 남봉에서 북봉으로 가는 길은 험하지 않지만 넉넉하게 1시간 30분 정도 예상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철마산 북봉(내마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주금산으로 연결되는 능선길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능선길이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리막길이 많다. 그만큼 오르막길을 만나야 하기에 나는 정상으로 가는 내리막길이 달갑지 않다. 그래도 이따금 만나는 푹신한 낙엽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기분이 묘하게 즐거워진다.
철마산 북봉(786.8m)에서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서는 등산객을 만날 수 없었다.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때론 익숙해지는 것으로부터 서글픔이 밀려온다. 시간이 지나 서글픔 또한 익숙해지는 나를 발견할 때면 흐르는 시간에게 더욱 서운함을 느낀다.
주금산 독바위에 가까워지면서 백패커 몇 분과 마주쳤다. 전날 주금산에서 비박을 하고 하산하는 분들도 있었고, 사이트를 찾아 산을 오르는 분들도 있었다. 독바위 근처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정말 압권이었다. 경기도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나는 헬기장에서 다시 주금산 정상으로 향했다. 헬기장에서 주금산 정상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조망은 좋지 않았다. 사방이 나무들로 가로 막혀 산 정상이라기보다는 숲 속의 작은 공원처럼 느껴졌다.
주금산 정상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철마산(남봉)에서 출발하여 주금산 정상까지 꼬박 5시간이 걸렸다. 나는 주금산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베어스타운 방향으로 하산했다. 하산길은 하염없이 내리막길이다. 스틱이 없었으면 다리에 무리가 많았을 것 같다. 나는 계곡을 따라 하산했는데 오랜만에 들리는 계곡 물소리가 정겹다.
이로써 철마산 남봉에서 시작한 이번 여행은 철마산 북봉(내마산)을 지나 주금산으로 이어졌다. 출발은 가볍게 시작했지만, 주금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피곤함이 밀려왔다. 가의도에서 넘어지며 오른쪽 무릎에 멍이 들었는데 오랜 시간 산행으로 무릎에 무리가 많았다. 다음에는 무리한 산행보다는 걸으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