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에 담긴 구슬을 하늘에 비춰봤어
구슬이 물결처럼 일렁이는 빛을 만들어냈어
유리병에 네가 담아주었던 구슬은 참 예뻤지
그런데 이미 유리병에 금이 가 있던 걸
너는 몰랐을 거야
유리병을 깨뜨려 입 안에 넣어 잘근잘근 씹었어
놀란 너는 입안에서 날카로운 파편을 꺼냈어
그러곤 이유가 아닌 이유를 들어주고
깨진 조각을 모아다 다시 모양을 만들어줬지
여름철 장미꽃 향기가 나던 네 눈빛을 기억해
네가 붙여준 유리병은 자꾸만 깨졌지
마음껏 깨져버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구슬은 결국 몇 개가 흩어져 버렸어
유리병은 없어진 구슬을 다시 담고 싶었어
너는 다시 구슬을 주워다 줬는데
처음 준 거랑은 다른 모양이었지
아 너는...
유리병을 내어버리기로 했어
이제는 구슬을 담을 수 없겠구나
지금은 내열강화 유리병을 가지게 되었어
네가 준 구슬은 없어졌지만
다른 반짝이는 물건을 넣어놔서
괜찮아?
네가 준 구슬은 여전히 투명하게
빈 유리병 속에서 햇빛 소리를 내네
이젠 구슬은 가지고 싶지 않아
그때도 튼튼한 걸 샀으면 좋았을 텐데
네 구슬의 그림자를 돌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