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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들파파 May 15. 2022

주식투자를 접었었던 이유(2)

여윳돈이었는데도 실패. 결국 문제는 내 자신이다.

  '여윳돈이 있을 때 레버리지까지 써서 몰빵을 쳐야겠다'


  2년 전 첫 몰빵투자 실패로 몇천을 날리고 몇천의 빚을 더 졌다. 그 사이에는 주식투자는 거의 하지 못하고 주로 본업에 충실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2년쯤 지났을 때 또 돈이 좀 생겼었다. 7~8년 전 일이라서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때도 월급이 충분하지 않을 때라서 돈을 모으기는 어려웠을 텐데... 아무튼 생겼었다.


  그리고 2년 전 다짐. 여윳돈, 레버리지, 몰빵. 드디어 다시 실행할 때가 왔다. 2년 전 나에게 실패 경험을 주었던 L디스플레이는 그 사이에 내 기준에서 본전을 넘어서 이익 구간까지 지나고 있었던 것 같다. '아 역시 여윳돈이다. 그때 전세금을 내어줄 일이 없어서, 안 팔고 지금까지 버텼으면 손해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몰빵투자는 어느 한 부분이 맞는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당시 내가 다녔었던 B투자회사에 친구가 있었다. 똑똑하고 냉철한 이미지. 그전에 S옥션이라는 회사에 대한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을 내가 직접 확인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나에게 신뢰를 주는 친구였다. 그 친구를 통해서 K생명과학이라는 기업을 알게 되었다.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사업 내용을 봐도 이해를 하기는 좀 어렵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분기 재무제표를 보니 기존 사업 매출로 어느 정도 이익은 꾸준히 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신약이다. 무릎 관절염 치료제 분야의 혁신적인(치료 시간과 비용을 확 줄여주는) 신약 제품이 국내에 이미 출시가 되어 있다. 해외시장까지 바라보면 시장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해외에서도 임상을 시작했고, 성공적인 결과로 판매허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가 된다. 해외에서의 성과까지 나온다면 지금의 주가가 너무 싸다.


  여윳돈도 생겼다. 집에는 입주를 했으니 당분간 큰돈 들어갈 일은 없을 것 같다.(이 또한 착각이다) K생명과학으로 골랐다. 투자 규모를 키워야 한다. 신용대출을 또 받았다. 아내랑 상의는 했었나... 기억이 나질 않는 거 보면 상의도 안 했었던 것 같다. 재테크와 관련된 큰 의사결정을 할 때 가족과 상의를 하는 것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주식 부분은 상의를 하자. 보통 당신이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2년을 넘게 보유하고 있을 때쯤이었다.(더 오래도 보유할 수 있었다) 신약 제품 원료를 A라고 보고하고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는데, 실제 원료가 B라는 기사나 나왔다. 아시다시피 의약품은 신체에 직접 투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에 매우 민감하다. 보고된 원료와 다른 원료를 사용해서 신약을 생산했다는 것은 일종의 사기다. 국내 판매는 즉시 중단되었다. 해외 임상도 중단되었다. 이후 회계 조작, 상장 사기 의혹까지...


  주가는 기사가 나오자마자 급락.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 버티다가 잠깐 반등, 다시 급락.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고, 손실액이 커지는 것을 더 감당할 수는 없었다. 투자금의 1/2 정도 손실이 난 상태에서 다 팔았다. 또 처참하게 실패다. 여윳돈이었는데도 실패다. 그렇다. 여윳돈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신약 제품 원료를 속여서 신약을 만들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는 물음은 변명이다.


  주식시장에서 주식투자를 꽤 오래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공부가 되어 있지 않았다. 주식들을 분별하는 능력이 있어서 스스로 주식을 정말 잘 골라야 하는데 남에게 의지해서 주식을 골랐다. 보유하는 동안에도 그 기업에 대해서 속속들이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저 장밋빛으로 전망만 하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들고 있었다. 이래 놓고 몰빵투자로 큰돈을 벌겠다고... 대단히 어리석었다.


  두 번의 큰 실패. 잘못은 철저하게 내 자신에게 있었다. 하지만 당시 마음 한 편으로는 여윳돈이 없었던 내 환경, 나에게 종목을 알려준 내 지인, 사기를 쳤던 회사 등 남 탓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주식이 싫어지고, 주식하는 사람도 싫어졌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 나는 주식을 안 하겠다고 결심했다. 주식은 잘못하게 없는데 아무튼 나는 주식을 버렸다.


  굳이 두 번의 주식 실패담을 통해서 내가 주식을 접었었던 이유를 적어놓은 것은 당신은 주식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할 거면 제대로 하시고, 제대로 못 할 거면 몰빵은 하지 마시고, 그나마 여윳돈이 아니면 주식은 되도록 하지 마시라는 거다. 그래도 할게 주식밖에 없으시면 레버리지는 사용하지 마시고, 기대수익률은 너무 높지 않게 가져가시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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