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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성 Oct 04. 2023

왜 일하는가?

좀 더 즐겁게 일하려면... 글을 쓸 때가 대한민국 나이로 마흔 살이었다. 개발자의 삶을 산 지 12년 됐을 때인데 개발자의 삶, 내 업의 본질,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내 업에 대한 고민의 결과 개발자의 삶을 버리고 교육자의 삶을 선택했던 것 같다. 2023년 나는 일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1년 사이 달라진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 


2023년. 일에 대한 인식

대량 생산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단순, 반복적인 일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 지능인 ChatGPT가 등장하면서 기존에는 대체하기 힘들었던 일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에 우리의 평균 수명은 100세에 다다르고 있다. 하루는 아무 변화가 없는 듯 무심히 흘러가지만 어느 순간 주변을 돌아보면 참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세상에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많은 일이 기계화와 자동화,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진다면 우리는 일을 하지 않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일을 하지 않고 사는 삶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이지 않은가?


최근 대부분의 MZ 세대들은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FIRE)은 경제적 자립과 조기은퇴의 합성어를 줄인말이다.)을 꿈꾸고 있다. MZ 세대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빠른 은퇴 해 여가를 즐기며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일은 우리 삶에서 빨리 없어져야 할, 없어졌으면 좋은 대상이 되어 버렸다. 정말 그럴까?


MZ 세대가 꿈꾸는 파이어족이 되어 경제적 자립을 하고 40세에 은퇴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평균 수명이 100세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은퇴 후 남은 60년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1, 2년은 일을 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며 여가를 즐기는 삶이 좋겠지만 그 이후도 같을까?


삶의 선배들은?

나는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공유할 경험담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앞선 삶을 살았던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은퇴 후의 삶을 엿보면 좋겠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책을 쓴 최인아 대표는 회사가 정리해고를 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자발적 은퇴를 했다. 그녀가 느꼈던 은퇴 후 1년 뒤 느낀 감정이다.


'일하지 않는' 즐거움의 유통기한은
퇴직하고 1년이 지났을 무렵 알아차렸습니다.
일이 너무 많고 바쁜 삶을 살다 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해 갈아탔는데 어쩐지 저는 그 삶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았어요.


최인아 대표는 은퇴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최인아 책방을 만들어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은퇴를 했는데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했다.


노후의 재구성 책에서는 은퇴 후 삶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다루고 있다.

1단계 - 허니문 단계(은퇴 후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행복 상태)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일들을 목록에서 없애고,
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집수리나 정원 가꾸기 또는 페인트칠 같은 일들을 시작한다.
이것은 성취감을 주고 새처럼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준다.
이런 행복감은 일반적으로 은퇴 후 새로운 현실에 침몰되기 전까지 최대 1년 정도 지속된다.

이 책에서도 은퇴 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년 정도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은퇴 후 1년이 지난 이후의 삶은 어떨까?

2단계 - 은퇴 지옥(일하지 못한다는 불행 상태)
자신에게 기쁨을 주던 취미와 활동에도 관심이 사라지고
'정말 이게 전부인가'하는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토록 오랫동안 꿈꾸고 잠시나마 즐겼던 여가 생활이 갑자기 공허하고 무의미해진다.


조지 버나드 쇼는 "영원한 휴일은 지옥에 대한 그럴듯한 정의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일하지 않는 삶이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은퇴를 해 일을 하지 않아도 지옥 같고, 일을 하는 지금의 삶도 지옥 같다면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좋을까? 


나는 왜 일하는가?

나 또한 좀 더 즐겁게 일하려면... 글을 쓸 때는 빨리 은퇴해 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나에게 10억의 자산이 쌓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은퇴하겠다."라고 술자리에서 호언 장담했다.


일을 하는 삶도 지옥이고, 일을 하지 않는 삶도 지옥이라면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내가 일을 하는 삶을 지옥으로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일을 하는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시스템의 문제는 아닐까? 좀 더 즐겁게 일하려면... 글에서 다룬 다음과 같은 상황은 아닐까?


현대 경제학자들이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은 노동은 필요악이기 때문에 반드시 없애거나 줄여야 할 존재로 간주한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비용을 줄이는 측면으로만 고려하다 보니 기계화를 통한 비용 절감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이 기계화가 사람이 주가 아닌 기계가 주인이 되고 사람이 이 기계를 섬기는 노예로 전락한 상태가 현재의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우리 노동자들 또한 노동을 기피해야 될 대상으로 생각하고 여가만을 쫓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우리 삶에 있어 일은 정말 필요하고, 좋은 역할을 하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서 일을 하지 않아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나는 일이 좋다. 일이 좋은 이유는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부족한 점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일을 하기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좀 더 인격적으로 성숙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양한 측면에서 일은 나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는 은퇴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은퇴 여부와 상관없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단, 내가 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일을 하지 않는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일은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이 반드시 필요한 대상이라면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어떻게 하면 경제적 자유를 만들어 빨리 은퇴해 일을 하지 않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내가 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살 것인가?'


위 두 질문이 '같은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위 두 질문은 많이 다르다. 앞의 질문이 어떻게 하면 경제적 자유를 빨리 만들 것인가에 집중하는 삶을 살도록 만든다면 뒤의 질문은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일의 즐거움을 느끼는 삶을 살도록 만든다. 즉, 현재 내가 하는 일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기 위한 노력과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삶을 살다 보면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을 하면 사는 삶, 이런 삶이 우리 삶 전반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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