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
2년 전 어느 날 아들이 한 마디 한다. 아들은 그 무섭다는 중2, 15살이었다.
뭐로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묻는 질문들
"너는 하고 싶은 일이 뭐야?",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빨리 찾으면 좋지 않을까?"
맞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꿈을 빨리 찾으라고 아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든 생각.
나는 15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은 1도 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살았으니까.
나는 2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개발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을까?
나는 28살에 나와 맞는 일을 찾았으면서 15살도 되지 않은 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
나는 꼰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인가?
정말 일 깔끔하게 잘하는 괜찮은 친구다. 맡겨진 일은 정말 잘한다.
'단, 자기가 하는 일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하면 참 좋을텐데...
역시나 요즘 젊은 친구들은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성향이 부족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는 몇살부터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하게 됐지.
나의 소명이라 생각하는 일을 언제 찾은거야?
나름 재미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개발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항상 회의감이 들었다.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이런 고민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100% 몰입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맞다. 나는 마흔이 넘어서야 나의 소명이라 할 수 있는, 해야할 일을 찾았는데.
그 일을 찾은 후부터 삶 자체가 좀 더 주도적으로 바뀌었다.
나는 마흔이 넘어 찾은 것을 20대 후반, 30대 초반 친구들에게 기대하다니..
역시 나는 꼰대가 된 것이 맞다.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나는 꼰대가 되어 있었다.
맞다. 나는 꼰대다.
이런 말을 했더니 지인이 한마디 한다.
"자신이 꼰대라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꼰대다."라고.
그래도 꼰대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발표를 하거나, 교육을 할 때 마음이 편하다.
요즘은 발표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꼰대라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한다.
나도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들었던 잔소리가 나 또한 무지 싫었다.
나를 위하는 척 이야기해주는 조언 또한 듣기 싫었다.
나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나는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어른의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자식을 위한다는, 젊은 친구를 위한다는 변명을 하면서...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나 또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
꼰대의 모습을 보이는 순간 나 또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
나와 만나고 소통하는 수 많은 젊은 친구들에가 말하고 싶다.
나 또한 진심을 담아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테니, 나에게도 진심어린 피드백을 주면 좋겠다.
우리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하고, 발전하는 길은 서로에게 진심어린 피드백을 주고 받을 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