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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l 14. 2023

혼자 떠난 17000km 미횡단 #21 파리아비치,CA

Ventura County Park, CA

Death Valley 국립공원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캘리포니아 Faria beach로 떠났다. 동쪽에서 시작해 마침내 미국의 서쪽 끝에 도달하는 것이다. 황량한 벌판을 대 여섯 시간 운전하다가 드디어 기대했던 1번 해안도로에 진입하자 왼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 바다가 보인다. 마음과 눈이 시원해졌다. 미국의 서쪽 끝까지 와서 태평양 바다를 보니 내가 집에서 정말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집에서 4500 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있는 것이다.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이동한 것이 아닌가!) 캘리포니아 서쪽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1번 도로는 바다 경치가 아름다워 유명한 드라이브코스다.  도로 양쪽으로 주차한 RV들이 끝도 없이 보인다.  원래는 중간에 잠시 멈추고 바닷가 산책로를 걸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더운 날씨에 오랜 운전으로 피곤했기 때문에  운전하면서 지나치는 바다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계속 진행했다.  


캘리포니아 해안에는, 바다에 인접한 카운티들에서 운영하는 바닷가 캠핑장들이 많은데 내가 예약한 곳은 파리아 비치 캠핑장이다. Ventura couty park 안에 있는 파리아비치 캠핑장은 ventura county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몇 달 전에 예약을 해도 자리를 잡기가 힘이 들다. 11월에 예약을 했는데 4월 주중에도 자리가 없어서 겨우 남은 한자리를 운 좋게 예약했다. 가격은 하루 $65이었는데 사이트에 물도 전기도 따로 없었지만 캠핑장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기 때문에 차 안에 앉아 눈앞에 있는 바다를 지겹게 볼 수 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오피스와 가게 둘 다 닫혀있었다. 관리인이 없었기에 예약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이트에 주차를 하고 있었다. 대체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듯했다. 내가 예약한 사이트도 누가 주차를 하고 있어서 예약한 사이트라고 했더니 차를 옮겨 주었다.  원래는  그동안의 쉴 새 없이 이동했던  일정을 잠시 쉬고 3일 동안 바닷가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캠핑 사이트가 오션 프런트에 있는 장점을 제외하면 사이트들 사이에 분리된 공간이 전혀 없고 캠핑장 내 부대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3일 동안 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도착한 순간 3일이나 예약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원래는  캠핑장 내에 있는 가게에서 얼음을 살 계획이었지만 가게가 닫혀있으니 차를 타고 나가야 했는데, 긴 운전으로 피곤하여 나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옆 사이트에 딸 둘을 데리고 굴을 따러온 아빠가 굴채취를 마치고 짐을 정리하는 게 보였다. 굴을 버켓 가득 채취를 했는데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가게가 닫혀있어 얼음을 구할 수 없다고 했더니 자신들이 가져온 얼음을 한 버켓 주었다. 자신들은 집으로 가니까 없어도 된다고 말이다. 말을 들으니 근처에 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 굴 채취가 합법적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워싱턴에서 한인들이 산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다 각각 $650불의 벌금을 물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지역에 따라 소유주가 누구냐에 따라, 또는 채취한 양과  채취 종류에 따라 합법인지 불법인지가 결정된다.  합법인 경우도 허가증(Permit)을 구입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이런 종류의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하고 법규대로 처리하기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에 오래 살다가 한국을 방문할 때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한국의 법규가 매우 느슨하고 또 해당 법규가 존재하더라도 법규의 집행이  느슨하고 관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위법 행위들을 미국에서 보다 훨씬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불법으로 주차를 하고 주차 단속하는 인력들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다. 


저녁이 되어 아름다운 일몰을 즐기고 있었는데 다른 사이트에 있던 사람들이 커다란 개를 목줄도 없이 풀어놓아 개가 내쪽으로 돌진하는 바람에 혼비 백산을 했다. 미국에서는 산책하다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개를 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너무 놀라고 바짝 긴장이 되어서 개를 단속하라고 했더니 그제야 개를 데려갔다.  가족끼리 떠들썩하고 즐겁게 일몰을 즐기며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에, 방해하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대형견을 그런 장소에 줄 없이 풀어놓는 것은 잘못이다.  난 애완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든 사람이 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특히 나는 어릴 적에 개에게 물린 적이 있어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대형견의 경우 근처에서 짖는 소리만 들어도 공포스럽다. 개가 크든 작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줄 없이 풀어놓아 내 근처로 오면 공포를 느낀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면 열이면 열, 애완견주들이 하는 말은 "괜찮아요, 우리 개는 해치지 않아요, 착해요" 하는 말이다. 그런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런 안이한 생각이 가끔 심각한 사고를 유발한다. 우리가 아이들도 통제할 수 없는데 하물며 개를 어떻게  항상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분명히 외출 시 목줄이 의무화되어 있는데도, 또 군데군데 이를 상기시키는 사인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소형견주들 중 이런 경우가 많은 듯하다. 작으니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한강 공원을 산책하다 도중에 산책을 포기한 적이 있다. 1킬로미터 정도를 걷는데 얼마나 많은 자유로이 걸어 다니는 개들과 부딪혔는지. 이때마다 바짝 긴장을 하고 멈추거나 돌아가야 했다. 

벌금이 너무 작아서 그런가. 


어떨 땐 목줄이 있어도 소용없는 것이, 줄이 개가 가는 데로 늘어나기에 줄이 있으나 마나 한 경우도 많다. 다른 사람이 다가왔을 때 자신의 개가 타인에게 근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줄을 당겨 조정하는 견주는 매우 드물었다. 드물게 그런 사람을 보면 호감이 간다.  이번 횡단 여행에서만 개에게 물린 사람을 세 번 만났다. (그중 두 사람은 만났을 때 자신들의 개와 산책하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다리에 물린 상처를 직접 보여 주었는데 10센티 정도 되는 흉터가 있어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 나도 언젠가 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면 개를 키울 수도 있겠지만 언제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다. (옛날 옛적 소머즈에 나오는 '맥스' 같은 개는 같이 지내면 든든할 것 같다!)

파리아 비치 파크 캠핑장, 캘리포니아
파리아 비치 파크 캠핑장, 캘리포니아
파리아 비치 파크 캠핑장, 캘리포니아
Stearns Wharf, Santa babara, 캘리포니아

둘째 날, 모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나 산타바바라에 있는 Stearns wharf를 다녀왔다. Stearns wharf는 1872년에 건설되었다. 19세기에 바닷물에 이런 구조를 건설할 기술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골든게이트를 방문했을 때  그것이 1930년대에 (1932-1937) 지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었다. 1930년 대에 벌써 그런 기술이 있었다니 골든게이트 설계자와 두 공학자들, 그 세 사람은 천재가 아니었을까? 그들이 위대하다고 느껴진다.  Stearns wharf는 캘리포니아에서 나무로 만든 유사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그 길이가 약 700미터 정도 되는 관광 명소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나무로 된 말뚝들이 보드웤을 지탱하고 있는데 말뚝의 숫자가 무려 2700여 개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차를 타고 나무로 된 boardwalk까지 올라가 바다 위 보드웤에 차를 주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가라앉을까 봐 조금 무서웠다! 지상에 지은 빌딩도 무너지는데..). 보드웤에는 141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고   90분까지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 (이후는 시간당 $3). 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중요한 해상 교통수단의 역할을 했으나 철도 개통 이후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현재는 해산물 가게, 식당, 기념품과 낚시 용품 가게, 뮤지엄들이 있다. 

3일을 머무를 예정이었지만 가게나 식당등의 부대시설이 계속 닫혀있어 이틀을 지내고 파리아 비치를 떠나 세코이아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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