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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무결한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 질문을 바꿔서 유일하면서 최선의 경지에 오른 문화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서울대학교 박원우 교수님은 자신의 저서 <조직문화 변화관리>에서 "유일 최선의 문화란 없다(no one best culture)"라고 단언합니다. 조직이 처한 외부 환경, 조직의 수명 주기에 따라 조직 성장에 필요한 문화의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문화는 계속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적합한 문화 측정 도구를 선정해 현재 기업문화 특성은 어떠한지, 향후 바람직한 특성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계속 진단하고 관리하며 적절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야 말로 좋은 문화라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기업문화 담당 팀이나 직원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정기적으로 문화의 현 수준을 파악하고, 조직이 가지고 있는 강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진단을 실시합니다. 진단 툴은 자체 개발할 수도 있고, 이미 만들어져 레퍼런스가 많이 쌓인 툴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Cameron과 Quinn에 의해 개발된 Competing Values Framework(CVF), Kilmann과 Saxton이 만든 Culture-Gap Survey(CGS), Mckinsey에서 개발한 Organizational Health Index(OHI) 등입니다.
CVF는 <자율성/유연성 vs. 안정성/통제성>, <내부지향성/통합성 vs. 외부지향성/차별성>의 두 축을 기준으로 문화를 4개지 유형(Clan 문화, Hierarchy 문화, Market 문화, Adhocracy 문화)으로 구분한 후 현 상태와 이상적 모습 간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어떤 문화적 요소를 강화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CGS는 문화를 과업지향(Task Support), 사회적 관계(Social Relationship), 개인적 자유(Personal Freedon), 과업 혁신(Task Innovation)으로 나누고 현재 조직문화 상태와 희망하는 문화 상태 간의 차이를 파악하게 해 줍니다. OHI는 9개의 outcome(방향성, 리더십, 문화 및 분위기, 책임소재, 조율 및 통제, 역량, 동기부여, 혁신 및 학습, 외부 지향성) 별로 현 수준을 진단하여 어느 곳이 강점이고 약점인지를 조망하는데 유익합니다.
어떤 진단 도구를,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는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진단 도구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진단에 앞서 반드시 이해하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단순히 문화의 구성요소를 나열해 해당 요소별 점수로 강약점을 제시하거나 일부만 측정한 후 전체 문화에 대입해 해석하는 1차원적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CEO 허브 갤러허(Herbert D. Kelleher)는 "문화란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다(Culture is what people do when no one is looking)"라고 말했습니다. 문화란 단순히 선언하거나 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문화가 추구하는 가치와 가정에 공감하여,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Payne 교수는 진단을 할 때는 심리적 강도(Psychological Intensity), 파급도(Pervasiveness), 합의도(Consensus)라는 3차원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단순한 강약점을 넘어 어떤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었는지 심리적 측면을 고려하라는 의미입니다.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가장 어려운 작업이 진단 결과를 피드백하는 것입니다. 점수가 좋게 나온 부분은 상관없으나 약점으로 나타난 부분이나 본인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온 부분이 있을 경우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진단 도구, 진단 방식, 진단 시기 등을 문제 삼아 결과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니면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어떻게 이런 마인드로 조직생활을 하는지..." 등 직원들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며, 오히려 분위기만 망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때 놓친 것이 바로 '기준점'에 대한 점검입니다. 만약 수평적 문화를 위해 양복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로 복장을 바꾸었다고 했을 때, 누군가는 대단한 변화라고 느낄 수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아직도 비즈니스 캐주얼을 버리지 못하는 보수적인 조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타기업들의 문화가 SNS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비즈니스 캐주얼의 기준이나 올바른 옷차림에 대한 기준점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처음 접한 정보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으로 문화를 평가하는 '문화적 기준점 효과(Cultural Anchoring Effect)'로 인해 조직이나 리더는 큰 변화를 시도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직원들은 더 불만만 쌓이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문화 진단을 할 때는 강약점만 파고들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정기적으로 기준점을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강점은 조직몰입도, 커뮤니케이션 빈도, 윤리성이고 약점은 공정성, 내적동기부여입니다"와 같은 진단만 할 것이 아니라 "계층별 직급별로 생각하는 공정성의 의미", "윤리적 행위에 대한 기준" 등에 대해 어떻게 조직 내 합의가 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죠. 조직의 강약점을 파악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기준점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조직문화 변화관리. 박원우(2019)
A three dimensional framework for analyzing and assessing culture, climate and its relevance to cultural change. Payne(2001)
https://www.linkedin.com/pulse/one-good-culture-jana-droess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