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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Mar 19. 2016

전주 동서학동, 나의 유년시절.

지도 위에 기억을 그리다.

꽃과 나무가 아름답던 임업시험장에서. 언제나 포근한 몸과 마음의 쉼터였다.


동서학동은 북쪽의 전주천을 너머로 전주의 랜드마크가 되버린 한옥마을을 면하고 있는 동네이다. 동쪽으로는 남원 가는 도로와 치명자산을, 남쪽에는 남고산을 품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완산동과 면한다. 주요한 것으로 전주교대와 교대부속초등학교가 있고, 지금은 서학동예술마을이 조성되어 예술의 분위기가 피어나려는 곳이기도 하다. 난 4살 때부터 8살 즈음까지 이 곳에 살았고, 가장 좋았던 것으로 '임업시험장(현재는 국립무형유산원)'이 기억난다.


동서학동의 지도(by JAYANG)


1. 4살 즈음부터 8살때 여름까지, 나즈막하고 아담한 주택들이 모여있던 이 근처에 우리 집이 있었다. 우린 2층집에 살았고, 아랫집엔 교회를 아주 열심히 다니시던 할머니가 사셨다. 우리 집 건너편에는 약수터를 '물통골'이라 부르시던 할아버지가 사셨다.


자다 일어난 얼굴로, 엄마 구두 신고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다.


2. 이 곳은 전에는 임업시험장이라는 곳이었다. 나무와 숲들이 울창했고, 자주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늘 나는 유치원 버스를 탔다(옛날에 많던 콤비 버스). 난 전동성당 안에 있던 유치원을 다녔고, 동네에는 나와 같은 유치원을 다니던 친구가 둘 있었다(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 유치원을 마치고 다시 이 곳에서 내려 집에 돌아가는 길목에 계시던 할머니는 꼭 나를 불러세우고 노래를 시키곤 했었다.


임업시험장에서 친구와, 에쁜 사루비아꽃 앞에서


3. 지금은 큰 길이 나서 삭막해 보이지만 이전에 이곳은 우리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터가 있었다. 동네 친구와 형들과 함께 공터에서 야구를 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임업시험장 쪽에서 길을 건너 개울가를 따라 엄마손을 잡고 걸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난 손이 따뜻해서 겨울에 엄마는 늘 내 손을 잡고 다니셨다.


동서학동의 집에서, 친구와 레고에 열중하는 중.
동서학동 집에서, 마당에서 목욕!


4. 전주에서 가장 물이 좋다는 좁은목약수터. 원래 이 곳은 남원가는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었다. 현재는 약간 안쪽으로 위치가 이동되었는데, 큰길가에 있어서 사고의 위험 등이 많아서 옮겼다고 한다. 주말 아침에 아빠와 함께 운동을 한답시고 약수터에 가던 생각이 난다. 이 곳은 너무 유명해서 늘 사람들이 많았다.



5. 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교대부속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한 학기를 다녔다. 추첨을 통해 입학여부가 결정되었고, 나는 운이 좋았었나보다. 반에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많았다. 나는 성 때문에 번호가 맨 끝이었고, 여학생과 짝이 되지 못했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남학생이 더 많아서 자양이가 어쩔 수 없이 남자아이와 짝을 하게 되었다며 다음에는 꼭 여학생과 짝을 하게 해주겠다고 어머니께 말씀하셨었다고 한다.ㅎ 학교 내에 동물사육장이 있어서 토끼에게 먹이를 주던 기억, 급식을 했던 생각도 난다. 점심을 먹여서 집에 돌려보내니 엄마는 편했다고 하셨다.ㅎ 아쉽게 한 학기를 다니고 우리가족은 삼천동으로 이사가야 했다.


전동성당에서 찍은 사진들.

상품으로 받은 바가지를 머리에 쓰고 한 컷(지금은 공사로 인해 달라진 풍경)

몇 컷 남아있지 않은 가족사진(역시 지금은 없어진 성모동굴 앞에서)



6. 이 곳은 서학동 성당이 있던 자리. 나는 유치원을 전동성당 안에 있는 성심유치원으로 다녀서 이 곳에 대한 기억이 많지는 않다. 이순성신부님이 이 곳에 계셔서 자주 뵈었던 생각이 난다. 어렴풋한 모습과 이미지만이 내게 남아있다.


7. 3년전쯤 겨울에 이 곳에 가보았다. 지금은 '서학동예술마을'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는 동네가 되었다. 건너편의 한옥마을과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서학동사진관 등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카페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어쩌면 한옥마을의 초기모습이 이와 같았을 것이다. 현재 한옥마을의 모습이 너무 아쉬운 나로서는 이 곳이 지금 모습대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현재는 공사로 인해 모습이 달라진 경기전에서 나무에 기대선 모습, 같은 동네에 살던 독일계 친구와.



이런 것을 해보겠다고ㅋ 어머니께 옛날 사진들을 찾아주십사 부탁드렸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진들을 찾아 찍어서 보내주신 후 서로 이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 땐 네가 이렇게 예뻤는데 지금은... 과 같은 이야기에서부터 잘 기억나지 않는 것들까지.. 그 당시의 골목들이나 동네의 모습들이 찍혀진 사진이 없는 것은 좀 아쉽다. 하지만 간만에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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