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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06. 2018

콩자와 생리패드

181201

“딸내미를 키운게 이런 것도 다 신경을 써줘야 되네~”
콩자에게 생리패드를 입혀주며 엄마는 싫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올해 7월에는 엄마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 근 10년 만에 6개월간 함께 즐겁게 살았던 아들이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를 결정했으며, 내가 서울로 떠나기 며칠 전 작년부터 함께 지내오던 진돗개 금강이(수컷)와도 좋지 않게 이별을 하게 되었던 것.  


작년에 엄마가 혼자 계실 때 즐겁게 지내실 수 있었던 건 금강이의 역할이 컸다. 애완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위로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올 초부터는 엄마에게 나도 있었고, 금강이도 있었다. 우리 셋은 즐겁게 살았다.


하지만 6월쯤 나는 더 즐거운 삶을 위해 서울로 돌아갈 것을 말씀드렸고, 그에 발맞추어 금강이는 자꾸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나와 엄마는 모두 금강이에게 몇 차례 물렸다. 그래도 다독여서 잘 지내보려 했지만 급기야 금강이는 엄마를 심하게 물었고, 결국 우리와 이별하게 되었다. 그 상황에서 나마저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으니...




엄마의 마음과 상태가 조금 진정되고, 엄마와 나는 유기견 입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이사 날짜가 다가오고, 떠나기 이전에 꼭 엄마와 함께 할 아이를 데려와야 하겠다는 생각에 부단히 찾아보았다. 그리고 꼭 마음에 들 것 같은 아이를 하나 발견했다.


그 유기견이 보호되고 있던 곳은 김제였다. 믹스견이었다. 수줍음이 많고 유순해 보이는 검은 아이. 엄마는 그 아이를 안고, 몇 차례 눈을 마주쳐보고, 쓰다듬어 보고, 잠깐 생각하시더니 단숨에 입양할 것을 결정하셨다.


“너무 착하고, 안쓰러워 보여. 요즘엔 검은 강아지는 별로 인기가 없어서 잘 데려가지도 않는데. 우리가 얘를 데려가야 할 것 같아서.”


돌아가는 길에 엄마는 아이를 안고 차 안에서 사랑스러운 눈신호를 나누었다. 나도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 안심이 됐다.





그렇게 엄마 집으로 온 아이는 콩자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엄마가 사는 동네 이름(낭청)과 ~순이를 붙여서 ‘낭순이’로 하려고 했는데, 검정색이니까 ‘콩’을 붙여서 좀 더 부르기 쉽고 귀여운 ‘콩자’가 된 것이다. “콩자야~”


콩자는 그렇게 엄마와 아주 잘 지냈다. 전에 키웠던 금강이가 사람을 잘 안 따르고 몹시 사나웠던 것에 반해 콩자는 크기도 크지 않고 사람 말도 잘 따르고 실내에서도 같이 잘 지낼만큼 친근하게 잘 자라났다.


매일같이 엄마는 사진으로 콩자의 귀여움을 내게 전해오셨고, 나도 2~3주에 한 번씩은 집에 내려가서 콩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귀엽고 사람과 친근하게 잘 지내는 아이가 엄마집에 오게 돼서 참 다행이야’




저번주쯤부터 그런 콩자에게 변화가 생겼다. 집에서 핏자국이 조금씩 보였더랬다.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개들도, 콩자도 마땅히 생리를 하는 것이었다.


집에 내려가던 지난 토요일, 논산역 앞 애견미용샵에서 콩자를 위해 생리패드를 구입했다. 10장에 8천원. 강아지들은 6개월 만에 한 번씩, 일주일 전후 간격으로 생리를 한다고 한다. 사람처럼 폐경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죽을 때까지 새끼만 낳을 용도로 키워지는 개들도 있다고 한다... 하...ㅠ



“아이고, 콩자야~ 힘들지~? 여자들은 이렇게 좀 불편한 게 있어~ 딸내미를 키운게 이런 것도 신경을 써줘야 되네~”
웃음을 띠며 콩자에게 말씀하신다.


겨울을 맞아 구입한 군복 외투와 함께 생리패드를 착용하고 있는 콩자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콩자야~ 힘들어도 조금만 참어~ 2주 후에 또 내려가서 같이 재미있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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