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봉 Dec 19. 2019

워킹홀리데이는 과연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까?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하기 전 생각해 볼 것들

이 글을 읽기 시작했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워킹홀리데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일 것이다. 새로운 도전의 문을 이제 막 발견한 분들, 한참 정보를 탐색 중인 분들, 이제는 결심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분들까지, 다양한 이유로 워킹홀리데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준비한 글은 여러분이 이미 얻은, 혹은 얻게 될 수많은 정보 중 하나를 더하고자 함이 아니다. 워킹홀리데이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는 개개인의 준비와 노력, 상황, 그리고 운에 달려 있다. 그것이 좋은가 나쁜가에 대한 가치 판단 역시도 그곳을 다녀온 뒤에 인생을 살아 가면서 바뀌어 갈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이야기를 먼저 해드리고 싶었다. 워킹홀리데이를 가느냐 마느냐 자체는 인생을 바꾸는 갈림길이 아니라는 것, 그것만이 젊음을 증명하는 도전은 아니라는 점이다. 만 18세 ~ 30세의 청년들만 할 수 있다는 조건이 뭔가 특별해 보이지만,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경험은 모든 것이 특별하다. 필자는 여러분에게 다른 질문을 드리고 싶었다. ‘워킹홀리데이를 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워킹홀리데이와는 다른 대안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이다.


오늘 이 글은 이 대안을 함께 찾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어디로 가는 것이 나은지는 필자도 알 수 없다. 각자가 선택할 몫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워킹홀리데이가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발쯤 물러나 다시 한번 결정을 검토해 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현명한 고민이, 현명한 경험을 만드는 법이니까.



1. 여러분은 왜 워킹홀리데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좋은 답을 얻으려면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필자도 질문으로 시작해 답을 찾아가고 싶다. ‘여러분은 왜 워킹홀리데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어떤 행동을 하고 싶다고 느꼈다면, '왜 그런 행동이 하고 싶은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성급히 행동에 옮기기 전에, 한발짝 뒤로 물러나 다시 한번 차근차근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욕망(니즈)을 느꼈다면, 분명 그 욕망의 바탕에는 나의 ‘바람’이나 채워지지 않는 현재의 ‘불만’이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필자가 주변에서 들어본 바로는 크게 세가지 주제가 가장 많았다.

여행

경험

어학연수

한마디로 새로운 변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크다. 그러나 여행도, 어학연수도 워킹홀리데이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경험 역시 워킹홀리데이가 아니어도 얻을 수 있다. 심하게 말하면 경험은 어디에서든 얻을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렇게나 많은 선택지 중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하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한국 밖을 벗어나 세계 속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구와 ‘돈’이 많이 든다는 현실적 한계 사이의 타협점이 바로 워킹홀리데이인 것이다. 그렇다면 워킹홀리데이의 방점은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돈’에 찍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돈’과 관련된 허들이 높을수록 워킹홀리데이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2. 경험의 노예가 되지 말자


이런 점에서 필자는 의문이 든다. 고된 노동까지 감내하며 얻는 여행, 경험, 어학연수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단지 젊다는 이유로 패기와 도전, 열정이란 이름 아래 그런 고된 노동을 감내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걸까?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어떤 일도 세상의 한 부분을 맡아 움직인다. 힘든 농장일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고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그 분야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경험이 아니라 시간의 탕진일 수 있다.


젊은 시절의 경험은 중요하다. 그러나 경험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험의 질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접근해 보자. 명확히는 아니더라도 나아갈 방향은 정하고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준비도 할 수 있고, 준비가 되어야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우연도 준비가 있을 때 기회가 되는 법이다.



3. 내 경험의 질을 높여주는 소중한 도구 언어. 언어. 언어.


외교부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의 워홀 참가자 현황에 따르면, 2018년 워킹홀리데이 전체 참가자 41,250명 중 호주 53.6%, 캐나다 9.8%, 뉴질랜드 7.2%로, 영어권 국가인 세국가가 전체 워킹홀리데이 비중의 70.7%를 차지하고 있다. 어학(영어)에 대한 니즈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필자는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고자 고민하는 분들 중, ‘영어’를 배우려고 가는 분들이 있다면 만류하는 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워킹홀리데이는 일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기 프로그램이다. 만약 자금이 여유치가 않다면, 가서 언어를 배울 여유나 기회가 없을 확률이 높다. 언어 준비가 안되어 있을수록 여건은 더 안 좋을 것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좋은 직업을 구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민에 대한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생활고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외국과, 일을 하며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현실의 공간인 외국은 다른 곳이다. 그곳은 영어를 배우는 기회의 공간이라기보다 영어로 돈을 벌어야 하는 노동의 공간이다. 한국에서조차 일을 하며 삶을 사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곳이라고 해서 더 낫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을 해보면 쉽다. 여러분이 한국에서 회사를 운영할 때, 면접자가 한국어를 할 줄 모르면 어떻게 하겠는가? 넓은 마음으로 채용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나라를 가든 그곳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려면, 가서 언어를 배우면 안된다. 언어를 배우고 가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원망스러운 질문이 들리는 것 같다.


"거 보쇼. 영어를 잘하면 내가 왜 거기를 갑니까." 맞다. 그것이 워킹홀리데이의 본질이다. 여러분이 돈도 있고, 영어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그곳이 가치 있는 곳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곳은 가고 싶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현실적 타협점으로서 떠밀려 가는 것이다.



4. 영어를 잘한다는 말의 의미


글을 마무리짓기 전에 한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필자가 말하는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기준과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TOEIC, TOFLE과 같은 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이나, 원어민 수준으로 완벽(?)하게 말하는 사람을 영어를 잘한다고 평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지, 잘난 체하는 도구가 아니다. 영어는 영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화가 목적이다. 누군가와 대화하려고 사용하는 것이지, 뽐내려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만약 정말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영어로 말을 만드는 기본기 정도는 꼭 익히고 가라고 권하고 싶다. 고급진 표현이나 원어민이 쓰는 ‘힙’한 표현을 외우는 것은 쓸모가 없다. 회화 학원에서 배운 몇 개의 패턴도 거기서 살아보면 금방 바닥난다. 중요한 것은 영어식 사고 방식 그대로 말을 늘어 놓는 원리를 몸에 익히는 것이다. 그것이 먼저 되어야, 가서도 언어를 배울 수 있다. 새로 배운 어휘들을 더해 말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필자가 말하는 ‘영어를 잘한다’의 기준이다. 한국인으로서 영어를 잘한다는 기준은 원어민과 달라야 한다. ‘얼마나 유창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나의 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는가’가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원하는 바만 잘 전달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는 기간이 길어지면 유창함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어떤 경험이든 중요한 것은 그 경험 이후의 여러분의 행보이다. 지금의 결정이 결론이 아닌 과정이길 바란다. 어떤 결정이든 여러분의 미래에 디딤돌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by 애로우 잉글리시 최재봉

공식 유튜브 채널

작가의 이전글 이민을 가면 더 행복해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