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소프트웨어융합 전공
철학 복수전공생인 저는 지금까지 3마리의 스핑크스를 만났습니다. 스핑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 괴물입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수수께끼를 던지는 기이한 괴물이죠. 그리고 대답하지 못하면 그 사람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괴물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제가 지금까지 철학을 공부하며 꼭 답해야만 했던 질문 3가지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첫 번째 스핑크스는 복수전공을 처음 시작할 때 만났습니다. 이 스핑크스는 “왜 철학을 복수전공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만 합니다. 두 번째 스핑크스는 철학을 공부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만났습니다. “왜 철학 공부를 계속하는가?”라고 질문하더군요. 철학 공부를 정당화해줄 좋은 이유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마지막 스핑크스는 지금 제 앞에 있습니다. “철학을 공부해서 무엇이 바뀌었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철학을 공부하기 전과 후를 신중히 비교해야겠지요. 지금부터 이 3마리의 스핑크스 각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같은 스핑크스를 만났을 때,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글로벌소프트웨어융합
저의 소속은 글로벌소프트웨어융합 학과입니다. 학과 이름이 너무 거창해서 어디 가서 말하기가 부끄럽습니다. 무엇보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학과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죠. 그래서 누군가 물으면 소프트웨어 학과라고 간단히 대답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과도하게 생략한 대답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를 중점으로 공부하는 학과이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학과에서는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는 법을 배웁니다. 예를 들어 요리사에게 특정 요리를 부탁하기 위해서는 레시피를 제공해야 합니다. 여기서 요리사는 컴퓨터이고, 레시피의 지시사항이 바로 소프트웨어입니다. 컴퓨터라는 만능 요리사는 인간이 작성한 레시피를 읽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죠. "소프트웨어" 앞에 "글로벌"이 붙은 이유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학과의 목표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영어 공부와 해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뒤에 "융합"이 붙은 이유는 융합형 인재를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중전공이 졸업 조건 중 하나이죠. 이 졸업 조건을 시작으로 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나는 어떤 다중전공 할까? 저희 학과는 여러 융합전공들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경영과 소프트웨어 또는 농업과 소프트웨어처럼 말이죠. 이러한 융합전공은 복수전공보다 취득해야 하는 학점이 적어서 비교적 수월합니다. 다른 학문과의 연계가 구체화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무턱대고 철학을 복수전공하겠다고 결정합니다. 본 전공과의 연계도, 어떠한 실용적인 이유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