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고 가장 긴 시간 글을 쓰지 않았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회의감 때문이기도 했고 육아에 지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보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 디아블로 때문이다. 9월 24일에 클래식 PC게임인 디아블로2가 재출시되면서 내 여가 시간은 완전히 재편됐다. 이전에는 일과 육아 외에 비는 1-2시간을 글쓰기와 독서, TV 시청에 써왔는데, 이제는 100% 디아블로로 바뀐 것이다. 그렇게 재밌는 디아블로조차 이미 텐션이 조금씩 떨어져 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글 쓸 시간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회사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 Autodesk는 전통적으로 연말 1주 휴무 제도를 시행해왔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12월 마지막 주에 전사적으로 쉬는 것이다. Shutdown 또는 Week of Rest라고 부른다. 앞뒤 주말에다 신년 휴일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전 직원이 무려 12일 간이나 휴가를 갖는다는 뜻이다. 2021년 올해는 더 좋아졌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고생이 많다며 회사 경영진은 올해 연말 휴무 기간을 한 주 더 늘리기로 했다. 와우. 무려 12월 18일부터 1월 2일까지 회사 휴무라니. 아이와 집에만 있기엔 너무도 긴 시간이라 LA 여행을 계획 중이다.
우리 회사가 가진 방학 제도가 한 가지 더 있다. '안식년 sabbatical' 제도다. 이 복지제도는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의 지사에만 적용되는 걸로 알고 있다. 어쨌든 해당된다면 4년에 한 번씩 6주의 연속된 휴가 기간이 보장되는 어마 무시한 제도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때문에 재직 4년을 채우기 전에는 회사를 못 떠날 것 같다. 떠나고 싶어도 4년 채우고 6주 여행 다녀온 뒤에 떠나야지. 이제 5개월 정도 다녔으니 앞으로 3년 7개월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아이도 많이 자라서 같이 여행하기 좋은 나이가 돼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워낙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더 길게는 못 쓰겠고, 랜선 오피스 투어로 마무리 지어야겠다. 아래 사진들은 내가 주 1-2회 정도 출근하는 샌프란시스코 중심지에 위치한 Autodesk 오피스에서 직접 찍었다. 공짜밥이 없다는 점만 빼고는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드는 오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