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이 그 전 4년보다 길었다
오랜만에 키보드 앞에 앉았다. 글을 안 쓴 지 꽤 됐다. 두 아이 육아 때문에 바빴다는 핑계도 있고, 쓸 말이 없었다는 핑계도 있다. 한편으론 브런치 플랫폼에 대한 회의감도 없지 않았다.
과장이 아니다. 2022년 말 ChatGPT가 나온 이후 4년 동안 AI 관련 변화를 겪어왔지만, 최근 6개월간 내 업무에 일어난 변화는 그 4년을 통틀은 것보다 크다. 2024년까지는 AI가 "성능이 뛰어난 검색엔진"였다면, 지금은 내 업무 파이프라인 안에 완전히 들어와 있다.
내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올랐다. 러닝커브도 가팔라졌다. 예전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데에 몇 주가 걸렸다면, 지금은 AI와 함께 며칠이면 비슷한 결과에 도달한다. 이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매일 새로운 AI 툴과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제 배운 게 오늘 이미 구식이 된다. 머리가 복잡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 동료들도 다 비슷하다. 그건 인사팀이든 개발자든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테크 업계 전반에 큰 규모의 대량 해고가 있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도 피해가지 못했고, 많은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2026년 들어 불과 6주 만에 3만 명이 넘는 테크 인력이 해고됐다. 회사들은 하나같이 "AI로 인한 인력 대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구조조정이라고, 전략적 재편이라고. 물론 그렇게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은, 간단한 산수다. 내 경우처럼 한 사람이 AI 덕분에 두 사람 몫의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 추가 고용에 대한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내가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건, 뒤집어 말하면 나 같은 사람이 덜 필요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모순 앞에서, 모두가 불안하다.
너무도 클리셰지만,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나 같은 지식노동자의 업무방식은 더욱 그렇다. 실리콘밸리 현업에서 매일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는, 한국에서 뉴스로 접하는 것과는 온도가 다르다. 회의실에서 나오는 대화, 슬랙에서 공유되는 링크, 동료들의 표정 같은 것들은 기사에 안 실린다.
그래서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았다. 미국 현업에서 느끼고 배우는 것들을 더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서. 거창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불안한 것도, 흥미로운 것도, 씁쓸한 것도. 있는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