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해고를 옆에서 지켜본다는 것

AI 시대의 구조조정

by 최혁재


1월 22일 수요일 아침, CEO가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Our path forward and workforce changes." 제목만 봐도 느낌이 왔다. 이런 제목의 이메일은 좋은 소식인 적이 없다. 전체 인력의 7%, 약 1,000명을 감축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 작년 2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9%, 약 1,350명. 1년도 안 돼서 두 번째다.


CEO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런 대규모 인력감축이 연례행사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AI로 사람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고. CEO가 굳이 이 말을 먼저 꺼낸다는 건, 모두가 그렇게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간단한 산수다. AI 덕분에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의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 사람이 덜 필요해진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



살아남은 사람의 감정

다행히 내가 속한 팀은 이번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부터 뭔가 꺼림칙하다. 내가 안 잘렸다는 사실이 다행인 건 맞는데, 그 다행히 옆자리 동료의 불행 위에 서 있으니까.


영어로는 이걸 survivor's guilt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하면 "생존자 죄책감" 정도 될 텐데, 원래 전쟁이나 재난에서 쓰이던 말이 이제 회사 구조조정에도 쓰인다. 그만큼 감정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사람, 점심을 같이 먹던 사람, 채팅으로 농담을 주고받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오프라인이 된다. 프로필이 회색으로 바뀌고, 아웃룩에서 이름이 사라진다. 어제까지 같이 일하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없다.


그런데 나머지 사람들은 그 다음날 출근해서 또 일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물론 실제로 아무 일도 아닌 건 아니다.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진다.


회의가 조금 더 조용해진다. 농담이 줄어든다. 사라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안 한다. 마치 암묵적인 규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대신 "아, 그 프로젝트 이제 누가 맡지?" 같은 실무적인 질문만 오간다.


한국에서는 해고라는 게 상대적으로 드물다. 법적으로도 정규직 해고가 어렵고, 문화적으로도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게 미덕이었다. 물론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동료 1,000명이 한 번에 잘렸다"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 테크 업계에서는 이게 거의 일상이다. 2026년 들어 6주 만에 3만 명이 넘는 테크 인력이 해고됐다. 아마존만 해도 1월에 1만 6천 명을 잘랐다. 이쯤 되면 뉴스거리도 안 된다.



회색 프로필 뒤의 사람들

잘린 사람들은 대부분 조용히 사라진다. 링크드인에 "Open to Work" 배지를 단 프로필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긴 글을 써서 감정을 정리하고, 어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다음 기회를 찾는다.


남은 사람들도 괜찮은 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해고에서 살아남은 직원의 70% 이상이 동기 저하를 경험한다고 한다. 약 3분의 1은 자신이 남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더 흥미로운 건, 해고된 후 새 직장을 찾은 사람들이 남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적고 직무 만족도가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살아남는 게 반드시 좋은 건 아니라는 거다.



그래도, 일상은 계속된다

솔직히 말하면, 며칠 지나면 적응한다. 이게 더 무섭다.


빈자리가 채워지고, 새로운 사람이 오거나 남은 사람들이 업무를 나눠 맡는다. 프로젝트는 계속 돌아가고, 미팅은 예정대로 시작한다. 개인적인 슬픔은 있지만, 회사라는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복구된다.


이걸 미국식 효율이라고 불러야 할지, 냉정함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사실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한다는 건 이런 것이다.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 뒤에는, 언제든 내 이름이 그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다는 불안이 항상 깔려있다. At-will employment — 고용주가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시스템. 우리는 그 위에서 일하고 있고, AI의 발전은 이런 우리의 불안을 증폭하고 있다.


이 불확실성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잘하는 수밖에. 그리고 가능하다면, AI에 피해보는 쪽이 아니라, 도움을 받는 편에 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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