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정말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을까

So what?

by 최혁재


지난 글에서 AI 덕분에 내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올랐다고 썼다.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을 해낸다고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기사 하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Fortune지가 2월 10일에 보도한 기사다. UC Berkeley 연구진이 미국의 한 200명 규모 테크 회사에서 8개월간 40명의 직원을 인터뷰한 결과,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대신 오히려 번아웃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의 핵심은 이렇다

AI 도구 덕분에 직원들의 1인당 아웃풋은 분명 늘었다.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생산성이 올라간 만큼, 업무량도 같이 올라갔다. 이전에는 자연스럽게 존재하던 휴식 시간 — 회의 사이의 공백, 작업 간 전환 시간 — 을 AI 보조 작업으로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한 직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일을 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같은 양이거나 오히려 더 많이 일하게 됐다(You had thought that maybe...you can work less. But then really, you don't work less. You just work the same amount or even more)."


결국 AI가 만들어낸 여유 시간은 여유로 남지 않았다. 더 많은 태스크로 채워졌다.



더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AI 연구 단체 METR이 2025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더 도발적이다. 경험 많은 오픈소스 개발자 16명을 대상으로, AI 도구를 쓸 때와 안 쓸 때의 작업 속도를 비교했다. 246개의 실제 이슈를 랜덤으로 배정해서 진행한 꽤 엄밀한 실험이었다.


결과는? AI를 쓴 개발자들이 19% 더 느렸다.


더 재밌는 건, 개발자들 본인은 AI 덕분에 24% 더 빨라졌을 거라고 예상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느려졌는데도, 실험이 끝난 뒤에도 20% 빨라졌다고 느꼈다. 체감과 현실의 괴리가 있었던 것.



나도 예외는 아닐 수 있다

처음 이 기사들을 읽으면서 머리가 복잡했다. 나는 AI가 내 생산성을 확실히 올렸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몇 주 걸리던 작업을 며칠로 줄였다고, 그렇게 직접 체감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METR 연구처럼, 나도 체감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는 건 아닐까? AI로 코드를 빠르게 생성하지만, 그 코드를 검증하고 디버깅하는 데 드는 시간은 계산에 넣지 않은 건 아닐까?


UC Berkeley 연구처럼, 빨라진 만큼 더 많은 일을 벌이고 있을 뿐인 건 아닐까?



그래도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AI가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비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이 현재 비즈니스 사이클(2019 Q4~) 동안 연평균 2.0%로 성장하고 있고, 이는 이전 사이클(1.5%)보다 분명히 높다(참조). Stanford와 MIT 공동연구는 콜센터 환경에서 AI 도입 후 14% 생산성 향상을 확인했고(참조), GitHub Copilot을 쓴 개발자들이 코딩 작업을 55% 빠르게 완료했다는 결과도 있으니까(참조).


핵심은 "AI가 생산성을 올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쓸 때" 올리느냐인 것 같다. 경험 많은 개발자가 자기가 잘 아는 코드베이스에서 AI를 쓰면 오히려 느려질 수 있지만, 새로운 영역을 학습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처리할 때는 확실히 빠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도구는 도구다

망치가 있다고 모든 문제가 못은 아니다. AI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전히 AI를 매일 쓴다.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내가 정말 빨라진 건지, 아니면 빨라진 것 같은 건지"는 한 번쯤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말 빨라졌다면 이 질문을 해야 한다. So what? 바로 절약한 그 시간에 뭘 더 할지 질문해야 한다. 무작정 빨리 더 많은 일을 하는 건 결코 내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바라는 바이겠지만.


UC Berkeley 연구진이 제안한 것처럼, AI로 벌어진 시간을 더 많은 일로 채우는 대신 의도적으로 비워두는 연습도 필요하다. 빠르게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같은 게 아니니까.


사실은, 생산성이라는 단어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더 많이, 더 빨리 하는 게 더 잘하는 건 아니다. AI 시대에 진짜 생산성은,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능력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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