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보고서가 말하는 화이트칼라 대불황의 진짜 의미
3월 6일, 앤트로픽이 연구 보고서를 하나 냈다.
제목은 "Labor Market Impacts of AI(AI의 노동 시장 영향)." AI가 어떤 일자리를 얼마나 위협하는지 분석한 보고서다.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화이트칼라 진입 직무의 절반이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직접 말했다. (출처)
이상하다고 느꼈다면 맞다. 이 경고를 낸 곳이 바로 그 AI를 만드는 회사다.
보고서의 핵심 방법론은 "이론적 가능성"과 "실제 사용"을 구분한 것이다. AI가 이론적으로 할 수 있는 일(theoretical exposure)과, 현장에서 실제로 AI가 쓰이고 있는 일(observed exposure). 이 둘을 분리해서 측정한 연구는 이전에 없었다.
결과가 불편하다. 금융 및 투자 분석가는 57%, 마케팅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65%,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75%가 실제 관측 기준으로 이미 AI에 노출된 상태다. (출처) "앞으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다.
나는 소프트웨어 회사 재무본부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한다. 57%라는 숫자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 보고서의 가장 충격적인 발견은 따로 있다. 많은 사람들이 AI 자동화의 주요 피해자를 저임금, 저학력 노동자로 상상한다. 직관적으로 그렇게 느껴진다. 그런데 데이터는 반대를 가리킨다.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군 종사자는 저노출 직군 대비 평균 소득이 47% 높다. 대학원 학위 보유 비율은 3.7배 더 높다. 여성일 가능성도 16%p 더 높다. AI가 잘하는 일이 분석, 요약, 작성, 코딩이기 때문이다. 즉 지식 노동이다. 교육받은 사람들이 하는 일.
손으로 하는 일, 현장에서 하는 일은 AI가 아직 못 건드린다. 요리사, 정비사, 바텐더는 AI 노출도 제로 직군이다. 우리가 "대체될 것"이라고 걱정하던 그 직군들이, 오히려 지금 가장 안전하다.
보고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실업률이 아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실업률은 아직 눈에 띄게 오르지 않았다.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은 괜찮다.
그 대신 다른 신호가 포착됐다. 22~25세 사회 초년생들이 AI 노출 직군에 취업하는 비율이 ChatGPT 출시 이후 월 기준 약 14% 하락했다. (출처) 기존 직원을 자르는 게 아니라, 새 사람을 안 뽑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이다.
지난번 AI와 내 직업에 대해 쓴 글에서, AI가 주니어들의 성장 사다리를 없앨 수 있다고 했다. 이 데이터가 그 직관을 숫자로 확인해줬다. 신입이 반복 업무를 하면서 감을 익히는 구조가, AI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하나 더. 컴퓨터 및 수학 직군의 이론적 자동화 가능 비율은 94%다. 그런데 실제 관측된 AI 활용 비율은 33%다. 두 숫자 사이에 61%p 차이가 있다.
안심할 수도 있다. "아직 많이 안 쓰잖아." 그런데 반대로 읽으면 파이프라인이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한데, 채택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 그 gap이 좁혀지는 속도가 문제다.
앤트로픽이 이 보고서를 낸 의도가 뭔지는 정확히 모른다. 2월에 국방부 협상 테이블에서 원칙을 이유로 일어선 회사가, 이번엔 자기들이 만드는 기술이 수백만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를 직접 발행했다. 진심 어린 경고일 수도 있고, "우리는 투명하다"는 브랜딩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보고서 마지막 표현이 귀에 걸린다. "아직 첫 이닝이다."
그 이닝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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