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 유행어가 AI 시대에 소환된 이유
진행시켜!
요즘 내가 하루에 몇 번씩 하는 말이다. 회의에서가 아니라, 혼자 모니터 앞에서. Claude한테.
이경영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짧게 설명하면: 한국 드라마에서 대기업 실세 역할로 자주 나오는 배우다. 별명이 "또경영"일 정도로 출연작이 많다. 트레이드마크는 아랫사람 보고를 받고 한마디로 끊는 것. "진행시켜."
재밌는 건, 이경영이 실제로 이 대사를 한 적은 없다는 거다. 코미디언 황제성이 성대모사로 유행시킨 말인데, 어느새 이경영의 대표 대사가 됐다. 원본 없는 밈.
그 밈이 내 AI 작업 루틴에 들어왔다.
Claude: "이 방향으로 수정할까요?"
나: "진행시켜."
Codex: "이 파일을 변경해도 될까요?"
나: "진행시켜."
처음엔 그냥 혼자 재밌어서 한 것 같다. 그런데 쓰다 보니 습관이 됐고, 이제는 거의 자동반사다.
생각해보면 이 한 단어가 인간-AI 협업의 구조를 꽤 잘 요약한다. 실행은 AI가, 승인은 내가. 나는 임원 자리에 앉아서 보고를 받고 결재를 찍는다.
어쩌면 "진행시켜"가 이 시대의 가장 솔직한 협업 언어일지도 모른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고, 격려도 없고, 그냥 권한 이양. 한 단어로.
이경영도 황제성도 이런 맥락은 상상 못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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