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급 지식 노동이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뱀이 자기 꼬리를 먹는 그림이 있다. 우로보로스라고 한다. 고대부터 내려온 이 상징의 의미는 무한한 순환이다. 어제 이 이미지가 떠올랐다. OpenAI가 AI 연구원을 자동화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AI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제 AI로 자신들의 일을 없애려 한다. 올 9월까지 완전히 자동화된 AI 연구 인턴을 만들고, 2028년까지 사람 없이 돌아가는 멀티 에이전트 연구 시스템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어제 보도한 내용이다.
처음엔 그 이상함이 잘 안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논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보인다. AI 연구원이 AI를 더 빠르게 개선한다. 개선된 AI가 더 나은 AI 연구원 역할을 한다. 그 루프가 닫히는 순간, 속도는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이미 그 조짐은 보인다. 올해 3월에만 9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 아틀라시안은 1,600명을 내보내고 그 예산을 AI에 쏟겠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전체로 보면 41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직은 부분적이고 점진적이다. 하지만 루프가 완성된 이후에도 점진적이라는 말이 통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한다. AI 연구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이 소식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AI 연구가 자동화된다는 건 지식 노동의 정점이 자동화된다는 뜻이고, 그 아래에 있는 모든 것도 결국 시간문제라는 뜻이다.
사실은 이게 기술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자신의 대체재를 직접 만드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을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 막아야 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뱀이 이미 자기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면,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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