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C 2026, 젠슨 황, 그리고 두 번째 AI 파도
3월 18일, 젠슨 황이 무대에서 디즈니 올라프를 옆에 세웠다.
올라프는 걸었다. 균형을 잡고, 방향을 바꾸고, 황의 농담에 반응했다. GTC 2026 청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나는 스트리밍으로 보면서 웃을 수가 없었다.
올라프는 귀엽다. 그런데 올라프가 가능하다면, 공장 라인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로봇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미 진행 중이다.
젠슨 황은 GTC 2026에서 새 키워드를 꺼냈다. 물리 AI(Physical AI). 우리가 아는 AI—글을 쓰고, 코딩하고, 분석하는—는 소프트웨어 AI다. 물리 AI는 손이 달린 AI다. 현실 세계에서 물건을 집고, 옮기고, 조립한다.
"물리 AI가 도착했다. 모든 산업 회사는 로봇 회사가 될 것이다."
선언문처럼 들렸지만, 이건 비전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ABB, FANUC, KUKA—세계 3대 산업용 로봇 제조사—는 이미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기반 로봇을 공장에 배치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로봇용 AI 모델 GR00T N1.7은 이달부터 상업 라이선스로 판매된다. (출처)
연구실 밖으로 나왔다.
10일 전의 예측
3월 6일, 앤트로픽이 노동 시장 보고서를 냈다. 거기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요리사, 정비사, 바텐더는 AI 노출도가 제로. 손을 쓰는 일은 AI가 아직 건드릴 수 없다. 그게 위안이었다.
그 보고서가 나온 지 열흘 뒤에 GTC 2026이 열렸다. (출처)
앤트로픽이 틀렸다기보다, 세상이 빠른 거다. 보고서는 오늘을 찍은 스냅샷이다. 기술은 그 스냅샷이 인쇄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소프트웨어 AI가 첫 번째 파도다. 분석가, 기획자, 개발자, 작가. 화이트칼라를 향하고 있다.
물리 AI가 두 번째 파도다. 조립, 용접, 운반, 검품. 블루칼라를 향하고 있다.
첫 번째 파도가 아직 다 오지도 않았는데 두 번째가 뒤따라오고 있다. 타임라인이 다를 뿐이다.
나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재무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한다. 내 직군은 이미 57% AI에 노출됐다고 앤트로픽은 말했다. 그 숫자를 보며 위안을 찾으려 했더니, 이번엔 공장 이야기가 나왔다. 두 파도가 다른 해안을 향하고 있을 뿐, 같은 방향으로 밀려오고 있다.
올라프는 3월 29일 디즈니랜드 파리에서 정식 데뷔한다. 그 날까지 그 역할을 하던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젠슨 황은 "점진적 전환"이라고 했다. 점진적. 그 단어가 자꾸 걸린다. 점진적이란 말은 언제나 당사자에게는 더 빠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