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을 쏟아부어도 성과가 없는 진짜 이유
IBM이 전 세계 CEO들한테 AI에 투자하는 이유를 물었다. 64%의 대답은 간단했다. "안 하면 뒤처질 것 같아서."
그 솔직함이 납득되는 건, 나머지 숫자들을 보면 이해가 된다. PwC가 4,454명의 CEO를 조사했더니 56%가 AI에서 매출 증가도, 비용 절감도 없었다고 했다. 가트너는 AI 프로젝트 50개 중 단 1개만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든다고 했다. (gartner.com/en/articles/ai-roadmap)
두려움으로 투자하고, 결과는 없고, 그래도 계속 투자한다.
2026년 전 세계 기업들의 AI 지출 전망은 약 2조 5천억 달러다. 전년 대비 44% 증가다. BCG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AI 지출을 매출의 약 1.7%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AI 성과를 전혀 못 내는 기업은 전체의 60%에 달한다.
성과가 없어도 지출은 늘어난다. 그 간극을 메우는 건 대개 다른 항목의 비용 절감이다.
나는 비즈니스 아키텍트다. 회사에서 AI 관련 프로젝트들을 꽤 가까이서 봐왔는데, 실패하는 패턴은 늘 비슷하다.
쓰던 툴에 AI를 붙인다. 하던 업무에 AI를 붙인다. 그리고 측정하지 않는다.
BCG는 AI 변혁적 가치의 70%가 알고리즘이 아닌 프로세스 재설계에서 온다고 했다. 성과를 내는 5%의 기업들은 AI를 기존 업무에 얹지 않고, AI에 맞게 업무 자체를 다시 짰다. 맥킨지에 따르면 이 기업들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한 비율은 일반 기업의 3배다.
기술 문제가 아니라 관리 문제다.
2026년 상반기에만 실리콘밸리에서 4만 5천 명이 넘는 테크 업계 종사자들이 해고됐다. 여러 기업이 AI를 이유로 댔다.
어떤 건 진짜다. AI가 특정 역할을 실제로 대체하고 있다. 어떤 건 아니다. AI 성과도 못 내면서 AI를 명분 삼아 비용을 줄이는 경우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AI로 생산성이 많이 올랐다고 느낀다. 그 향상은 진짜다.
근데 그 생산성이 내가 다니는 회사의 재무 성과에 반영되는지는 솔직히 불확실하다. 내가 2배 빠르다고 회사가 2배 버는 게 아니니까. 물론 인력 감축을 통해 기여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겠지만.
어쩌면 AI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기술이 아닌 것 같다. 업무속도가 더 빨라진 사람들의 시간을 어디에 쓸지, 어떤 조직구조를 만들어 생산성 향상을 가시적 재무성과로 연결지을지 결정하는 것, 그게 훨씬 어렵고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그 결정을 아직 잘 못 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