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더 많이, 그리고 어쩌면 더 얕게
어제 저녁 딸아이를 재우면서 생각했다. 내가 요즘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회의에서 AI가 요약해주고, 문서는 AI가 초안을 잡고, 코드는 AI가 고쳐주는 하루 속에서, 내 뇌가 진짜 힘을 쓰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나는 업무 생산성이 최소 50% 이상 올랐다고 느낀다. 숫자로만 보면 성공한 AI 사용자다. 그런데 3월 23일, Cal Newport의 Deep Questions 에피소드(Ep. 397)를 듣다가 그 자신감에 금이 갔다.
Newport가 소개한 연구는 단순하지만 불편하다. AI 협업 도구를 도입한 기업 직원들을 추적 조사했더니, 얕은 업무 시간이 늘고 깊은 집중 시간이 줄었다. 나는 더 많이 처리하고 있다. 그러면서 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을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게 찜찜한 요즘이다.
Python 코드 에러 하나에 한 두시간 씨름하던 시절이 있었다. 공식 문서, 스택 오버플로우, 에러 메시지를 반복해서 읽었다. 그게 비효율로 느껴졌다. 지금은 에러를 AI에게 넘긴다. 30초면 해결된다.
문제는 그 한 두시간이 단순한 에러 해결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코드가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내가 뭘 잘못 이해했는지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AI가 30초에 해결해줄 때, 나는 그 이해 없이 앞으로 넘어간다. 뒤돌아 보는건 비효율적이다.
AI는 불편함을 없애는 데 탁월하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사실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Newport는 이 함정을 피하는 방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AI를 쓸 작업과 직접 씨름할 작업을 미리 구분한다. 깊은 집중 시간을 캘린더에 먼저 넣는다. 중요한 판단 전에 AI 없이 먼저 생각한다.
당연한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AI가 바로 옆에 있을 때 이걸 지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인다.
깊이 생각하는 능력은 근육이다. 안 쓰면 약해진다. 그리고 그 약해짐은 조용하게 온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복잡한 문제를 혼자 못 풀게 될 때까지, 잘 모를 수도 있다.
나는 AI를 계속 쓸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가끔 에러를 바로 넘기지 않고, 30초라도 먼저 들여다보려 한다. 어떤 날은 그 30초가 너무 짧아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 그 순간이, 사실 가장 솔직한 내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출처: Cal Newport, Deep Questions Ep. 397 "Why Do 'Productivity Technologies' Make My Job Worse?" (March 23, 2026), https://www.thedeeplife.com/l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