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은 돈을 잘 벌고 있었다

3만 명 해고, 새벽 6시 이메일, 그리고 서버실로 간 연봉들

by 최혁재

오라클의 분기 영업이익은 수십억 달러다.


그 회사가 3만 명을 잘랐다.



3월 31일 새벽 6시, "Oracle Leadership" 명의의 이메일이 왔다. 오늘이 마지막 근무일이라고. HR 연락은 없었다. 매니저도 몰랐다 (The Register, 2026).


커피를 끓이던 사람도, 출근 준비를 하던 사람도 그 시간에 이메일을 봤다.



이 해고가 불편한 이유는 규모만이 아니다.



회사는 어렵지 않았다. 오라클이 밝힌 이유는 명확하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자금이 필요하다고. TD코웬(TD Cowen) 추산으로 오라클의 AI 인프라 투자 목표는 1,560억 달러. 이번 구조조정으로 연간 80~100억 달러의 현금 흐름이 풀린다 (CNBC, 2026).


3만 명의 연봉이 서버 구축 비용이 됐다.



직원의 연봉이 서버 구축 자금이 됐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야기는 이런 그림을 그린다. AI가 내 업무를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싸게 처리한다. 나는 불필요해진다.


오라클의 경우는 다르다. 3만 명의 일을 AI가 대신하는 게 아니다. 3만 명의 인건비가 AI 인프라 비용으로 재분류된 것이다.


"당신보다 AI가 낫다"는 말이 아니다. "당신의 연봉보다 서버가 더 나은 투자처다"라는 말이다.



이 둘은 결과는 같지만 종류가 다르다. 전자 앞에서는 업스킬링이 의미가 있다. AI를 배우고, 프롬프트를 익히고, 활용하는 법을 알면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후자 앞에서는 그 논리가 흔들린다. 예산 항목의 이름이 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둘을 구분해서 말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우리가 "AI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말을 들을 때, 그게 어느 쪽인지 물어봐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AI한테 밀린 건지, 아니면 내 자리가 캐팩스 예산으로 재분류된 건지.


새벽 6시 이메일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참고

CNBC (2026): https://www.cnbc.com/2026/03/31/oracle-layoffs-ai-spending.html

The Register (2026): https://www.theregister.com/2026/04/01/laidoff_oracle_workers/

Austin Today (2026): https://nationaltoday.com/us/tx/austin/news/2026/04/03/oracle-files-thousands-of-h-1b-visa-petitions-amid-mass-layoffs/


매거진의 이전글실리콘밸리는 아직도 한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