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 시대, 왜 AI 기회는 여전히 지리에 묶여 있는가
달라스에서 4년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회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시내에 있다. 요즘 그리 흔한 기회가 아니라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건가, 실리콘밸리 회사에서 일하는 건가."
2025년, AI 분야에 전 세계에서 약 2,110억 달러가 투자됐다. 그 중 75% 이상이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에 몰렸다. (The AI Economy, 2025) 팬데믹이 지리를 해방시킨다고 했는데, AI 붐은 오히려 지리를 다시 끌어당기고 있다.
AI가 SF를 구하지는 않았다. 2025년 SF 지역 테크 일자리는 오히려 4,400개 줄었다. 정보 산업은 1년 만에 4% 감소했다. (SF Standard, 2026) AI 붐의 수도이면서, 테크 일자리는 증발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건 팽창이 아니라 농축이다. AI 핵심 인재는 몰리고, 나머지는 밀려난다. 베이 에리어 AI 종사자는 76,079명으로 2위 뉴욕(47,245명)의 1.6배다. AI 일자리 밀도는 전국 평균의 6배. (CBRE, 2025) 평균 AI 연봉은 약 $216,000. 아마 보너스나 주식, 옵션까지 합치면 더 높을 것이다.
나는 화상으로 회의하고, 원격으로 코드를 올리고, 1년에 한 번만 SF에 간다. SF에 안 살아도 문제없이 일이 된다. 그런데 동료들과 저녁을 같이 먹거나, 그 동네에서 새로 나온 스타트업 얘기를 귀로 먼저 듣거나, 우연히 옆자리 사람이 다음 큰 회사를 만드는 경험은 달라스에는 없다.
원격근무가 커리어 천장을 없앤 게 아니라, 천장의 위치를 바꾼 것 같다.
지금 AI의 파도가 가장 먼저 닿는 곳이 어디인지, 나는 아주 잘 알면서도 달라스에 있다. 가족이 있고, 삶이 있고, 그게 더 중요해서 선택한 거다. 그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그 선택에 비용이 있다는 건 직시해야 한다. 원격근무가 준 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비용을 알고 어디에 있을지 고를 수 있는 자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