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읽기 (1/9)
많은 이들이 바로 지금의 답을 원합니다. 하지만, '무엇'이라는 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무엇'을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에 대한 과정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출신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그래서 본인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가르치는 이라고 규정합니다. 최대한 즉답을 피하고, 대신 생각할 수 있는 모델을 제공하고, 그 모델이 기존의 생각이나 편견과 어떻게 다르게 작동할지를 설명하는 것에 주안점을 둡니다. 이렇게 하면, 질문을 했던 스스로가 더 깊이 있는 답변을 찾게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저서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How will measure your life?>를 통해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경영 이론을 습득하게 하고, 그 이론이 향후 경영 일선에서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체화하게 도와주었다고 강조합니다. 매 강의마다 하나의 기업 사례를 두고 다양한 이론의 렌즈를 통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고, 개별 의사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설명하고 토의합니다.
강의 마지막 날, 크리스텐슨 교수는 다양하게 습득한 이론의 렌즈를 통해 다음의 3가지 질문에 대해 스스로를 들여다보게끔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인생을 평가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 강조합니다.
1)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2) 나는 가족과 화목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
3) 나는 감옥에서 멀어질 수 있을까?
세 번째 질문이 뜬금없다 생각할 수 있겠으나, 클레이튼 교수의 32명 옥스퍼드 대학 동창 중 2명은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도 사회에 발을 내딛을 때 감옥을 가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의 여정에서 무언가 잘못된 선택이 그들을 감옥으로 이끌었을 것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이론은 프레드릭 허츠버그의 동기위생이론 (Motivation-hygine theory)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 요소는 돈이 아닙니다. 오히려 배울 수 있는 기회, 책임감의 확대, 기여, 성취에 대한 인정이 더 많은 심리적 동기부여를 제공합니다. 아침 일찍 자신감을 가지고 출근한 직장인이 근무 시간 동안 좌절하고, 무시당하고, 유휴 인력으로 취급받고 퇴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아마도 그의 저조한 자존감은 집에서 아이들과의 소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반대로 오늘 하루 직장에서 성장했고, 인정받았으며, 중요한 업무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퇴근하게 되면, 가족들과의 소통에서 얼마나 긍정적 일지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경영은 사람들을 성장하게 도와주고, 책임감을 부여하며 성취에 대한 인정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귀한 직업입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이론은 '전략의 수립과 실행'입니다. 우리는 전략을 수립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완벽하게 계획을 짜려고 수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 짜인 그 전략이 의도대로 실행되게 하는 것입니다. 전략의 실행은 경영진이 어떤 이니셔티브에 자원을 투입하느냐로 결정됩니다. 만약, 자원 배분이 잘 관리되지 않는다면, 전략을 수립할 때와 실행의 결과가 매우 상이하게 됩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이혼을 경험하고 아이들에게서 멀어져 서운함을 느끼는 지인들을 쉽게 만납니다. 그 어느 누구도 의도적으로 이혼을 하거나, 아이들과 멀어지는 것을 계획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그들의 시간과 재능 그리고 에너지를 인생의 목표에 부합하게 사용하기로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인생의 목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만약 지금이 아닌 나중에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인생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복잡해질 따름입니다. 지금 안 하면 영원히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인생의 목표를 구체화하라.
자원을 그에 맞추어 배분하라.
목표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스스로 점검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해라.
세 번째, "한계비용"의 이론에 맹점이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경제학은 투자 기회를 평가할 때, 매몰비나 고정비는 무시하고, 대신 해당 투자 기회가 창출하는 그 순간의 한계 매출과 한계 비용만을 고려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한계 비용 이론을 적용합니다. "이번 한 번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탈선을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한번 탈선을 하고 그다음부터는 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인생에서는 그 한 번이 연속성을 가지고 다음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작은 하나하나의 결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교훈은 하나의 원칙을 98%를 지키는 것보다 100%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것입니다. "이번 한 번만"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텐슨 교수는 겸손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수업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겸손을 가르치며, 그들이 아는 가장 겸손한 사람의 특징을 묘사해 주길 요청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겸손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높은 자존감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그릇을 알았고, 그들의 현재 모습에 대해 만족할 줄 알았습니다. 겸손은 자신을 얼마나 낮추느냐로 정의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로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스스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평온할 때 겸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를 느끼는 사람을 더 도와주게 됩니다. 무례하거나 거만하거나 또는 까다로운 사람들은 대체로 자존감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암에 걸려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느끼게 된 것이 많다고 강조합니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느냐로 자신의 인생이 평가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로 인생은 평가받습니다. 혼자 어떤 성취를 했느냐보다, 당신이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노교수의 마지막 조언은 단순합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떤 지표로 평가할지 생각하고, 매시간, 매일 그에 맞추어 결정을 하면 당신의 인생은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것입니다.
<Clayton M. Christensen,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Harvard Business Review (July-August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