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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로스팅

네이버 이해진 의장 복귀 이유를 추정해 본다면

검색 플랫폼의 위기와 구글의 길

by 경영로스팅 강정구

2025년 3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 8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습니다. 검색이라는 구조가 AI의 파고 앞에서 해체되고 있는 이 시점, 이해진 의장의 복귀는 방향 전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기술을 넘어 플랫폼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 25여 년간 플랫폼 생태계를 설계해 온 인물입니다. 검색과 콘텐츠, 커뮤니티, 광고가 연결되는 구조를 구상했고, 기술보다 철학을 앞세우는 리더십으로 네이버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전면에 나섰다는 건, 단지 사업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플랫폼이 다시 ‘왜 존재하는가’를 묻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검색창은 오랜 시간 디지털 질서를 관통하는 입구였습니다. 사용자가 키워드를 입력하면 정보가 나열되고, 광고를 중간에 넣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였습니다. 정보가 권력이던 시절, 플랫폼은 검색창을 통해 그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구조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Youtube에서는 댓글이 답이 되고, Perplexity에서는 요약된 문장이 탐색을 대체합니다. 사용자는 더 이상 키워드를 입력하지 않고, 자신의 문맥을 이해하고 해석해 줄 도구를 찾고 있습니다. 검색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더 개인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은 여전히 ‘검색창’이라는 틀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는 정보를 ‘찾기’보다 ‘받기’를 선호합니다. 뉴스보다 요약, 블로그보다 쇼츠, 검색보다 대화형 AI. 이들에게 중요한 건 정보의 양이 아니라 ‘맥락의 적중도’입니다. 플랫폼은 정보를 나열하는 기술이 아니라, 해석을 설계하는 기술로 진화해야 합니다.

구글은 이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했습니다. 2024년 ‘AI Overview’를 도입하며, 검색 결과 최상단에 AI가 요약한 응답을 배치했고, 이를 100여 개국으로 확대했습니다. 이는 단지 기능의 변화가 아니라, 검색 경험 전체를 재설계하는 전략적 전환이었습니다. 사용자는 더 이상 정보를 고르지 않고, 이미 정리된 답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구글이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ChatGPT, Claude, Perplexity 같은 신생 모델들이 더 빠르고 감성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글은 제품 출시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마법 같은’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인식은 표면적인 비교에 가깝습니다.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만든 구글은 사실상 현대 LLM의 뿌리이며, Claude도 GPT도 그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속도나 인터페이스보다, 내부 구조와 공학적 정밀함이 더 중요한 시점이 있습니다. 구글은 그런 시점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Gemini 2.5 Pro는 여러 벤치마크에서 GPT-4나 Claude를 능가하거나 근접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과학적 추론, 수학, 프로그래밍 등 고난도 작업에서 보여준 집중력과 해석 능력은 눈에 띕니다. 이 모델은 단지 빠르게 답을 주는 AI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사고하고 해석하는 도구입니다.

무엇보다 Gemini는 질문을 받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질문 자체를 재구성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사용자의 문맥을 읽고, 더 나은 사고의 방향을 제안합니다. 구글은 더 이상 정보의 공급자가 아니라,
질문의 설계자’가 되고자 합니다. 그것이 검색 이후 플랫폼의 진화 방향입니다.

그러나 이 전환은 새로운 무게를 동반합니다. 과거에는 다양한 정보 중 사용자가 판단했지만, 이제는 AI가 요약한 한 문장이 판단을 대신합니다. 출처는 희미해지고, 맥락은 압축되며, 판단의 주체는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이 점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AI Overview는 출처 명시, 투명성, 설명 가능성 확보를 통해 신뢰를 설계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플랫폼은 여전히 ‘정보의 나열’에 머물러 있으며, 사용자의 질문조차 구조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해진 의장의 복귀는 이러한 정체 상태를 깨려는 철학적 결단일 수 있습니다.

이제 플랫폼의 경쟁력은 기술의 속도나 데이터의 양이 아닙니다. 누가 더 정교하게 맥락을 읽고, 더 나은 질문을 유도할 수 있는가, 그것이 플랫폼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검색은 반응에서 예측으로, 나열에서 해석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질문을 구성하지 못하는 플랫폼은, 곧 사용자에게서 잊힐 것입니다.

결국 플랫폼의 미래는, 더 많은 답을 빠르게 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깊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더 나은 질문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검색 이후 시대의 본질입니다. 검색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질문의 방식과 응답의 구조는 완전히 바뀌고 있습니다. 이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재설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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