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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로스팅

AI First 선언이 중요한 이유

모바일 중심에서 AI 중심으로

by 경영로스팅 강정구

2016년, 구글 CEO 순다 피차이는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의 진화를 시작합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2025년, 쇼피파이 CEO는 “AI 활용은 이제 모든 직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 역량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듀오링고는 학습 플랫폼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있으며, 존슨앤존슨은 약물 개발부터 공급망, 내부 운영까지 전 영역에서 AI 전환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말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조직의 운영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실행의 언어입니다. AI를 기존 체계 위에 얹는 것이 아니라, 전략과 구조 자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짜고 있습니다. 기술이 전략을 보조하던 시대는 끝났고, 전략이 기술 위에서 시작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쇼피파이 CEO는 “AI를 쓰지 않는 선택도 가능하지만, 그 선택은 성공에서 점점 멀어지는 길입니다”라고 말하며 AI 퍼스트 전략의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담담하지만 단호한 이 문장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말해줍니다.


듀오링고는 교재를 사람이 직접 쓰던 방식을 버렸습니다. 이제 AI가 콘텐츠를 설계하고, 교사는 이를 다듬습니다. 반복과 구조화는 AI가 맡고, 사람은 창의와 해석에 집중합니다. AI 퍼스트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뿌리를 다시 설계하는 전략입니다.


쇼피파이는 모든 직원이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서, AI가 조직의 언어가 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언어가 되는 순간, AI는 곧 조직의 문화가 됩니다.


존슨앤존슨은 수백 개의 AI 프로젝트 중 실질적인 성과가 입증된 소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앙 통제가 아닌 각 부서의 자율적 도입을 통해, AI는 실험이 아닌 실전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혁신은 더 이상 주변이 아닌 중심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 역시 비슷한 전략적 전환을 이미 경험해 왔습니다. 1990년대 후반, 네이버, 다음(현 카카오), NHN, 엔씨소프트 등 1세대 IT 기업들은 ‘인터넷 퍼스트’를 선언하며 오프라인 중심의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들은 검색, 커뮤니티, 뉴스, 게임, 쇼핑 등 다양한 영역을 인터넷 기반으로 재편하며 ‘인터넷은 곧 일상’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정착시켰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모바일 퍼스트’가 새로운 전략 언어가 되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에서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의 문법을 바꾸었고, 쿠팡은 ‘모바일 앱 기반의 1초 결제’와 익일배송 시스템으로 유통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모바일 중심의 주문 경험을 설계하며 외식 산업의 흐름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기술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고, 실현해 본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중요한 질문은 ‘AI 퍼스트가 가능한가’가 아닙니다. ‘AI 퍼스트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조직이 어떤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전략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누가 이 일을 할까?”에서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로 질문이 바뀌는 순간, 경쟁력의 조건도 달라지게 됩니다.


AI 퍼스트 전략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실행이 따르지 않으면 전략은 흩어집니다. 듀오링고는 외주 비중을 줄이고, 채용 기준을 AI 적응력 중심으로 바꾸었으며, 성과 평가에도 AI 기여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쇼피파이는 전 직원이 AI 도구를 익히고, 리더가 사용 경험을 공유하며, 비효율적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직 전체에 AI 퍼스트를 내재화할 실행 설계를 시작할 시점입니다.

(1) 모든 부서가 AI 도구를 일상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2) 각 팀은 AI가 기여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을 식별하고, 구체적인 실행 목표를 수립해야 합니다.

(3) 채용과 평가에 ‘AI 적응력’과 학습 태도를 반영해야 합니다.

(4)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는 가능한 한 AI 기반 자동화로 전환해야 합니다.

(5) 그리고 리더는 직접 AI를 사용하고, 그 경험을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변화를 일상의 언어로 전환해야 합니다.


선언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일하는 문장을 바꾸는 일입니다. 사고의 틀을 바꾸고, 전략의 언어를 다시 쓰는 일입니다. 기술을 ‘도입할지 말지’ 고민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AI를 전제로 어떤 미래를 설계할지를 조직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조용한 한 문장이, 오래가는 전략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그 첫 문장을 써 내려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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