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AI 2041》가 그린 일상
16년 뒤,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온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2041년 인도 뭄바이에서는 AI 보험 서비스가 인기이다. ‘나야나’의 가족은 ‘황금 코끼리’라는 AI 기반 보험 서비스에 가입했고, 그 순간부터 가족의 삶은 데이터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AI는 가족의 모든 활동을 모니터링하며, 위험을 예측하고 비용을 산정한다.
황금 코끼리 AI는 식사, 수면, 대화, 이동 경로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AI는 날씨와 교통 상황은 물론, 관계와 감정의 변화까지 감지한다. 보험료는 단순한 건강 지표를 넘어 사회적 행동의 ‘위험도’에 따라 조정된다. 데이터는 예측을 넘어 통제의 수단이 되기 시작한다.
아빠는 AI의 조언에 따라 금연했고, 음주 습관도 레드와인 중심으로 바꿨다. 보험료가 낮아졌고, 그는 변화에 만족했다. 엄마는 가족 전체의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더 철저하게 AI의 안내를 따랐다. 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 제공에 서명한 것도 그 연장의 선택이었다.
어린 동생은 AI가 제시한 식단을 따르며 단 음식을 끊었다. 혈당 수치를 바탕으로 한 당뇨병 위험 경고는 행동 변화를 이끌었다. 보험료 할인 그래프를 확인하며 그는 자신이 ‘관리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가족 모두는 그렇게 시스템의 언어에 적응해 갔다.
하지만 나야나는 달랐다. 그녀는 메타버스 교실에서 만난 전학생 사헤지에게 호감을 느꼈다. 나야나의 감정을 AI가 먼저 감지했다. “남자에게 호감을 얻는 방법”이라는 조언이 화면에 떴고, 그 조언은 정확하고 구체적이었다. 나야나는 당황했지만 점차 조언에 익숙해졌다. 그 무렵부터 AI는 그녀의 관계를 ‘리스크’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AI는 사헤지가 불가촉 빈민 계급임을 추론하고, 나야나가 그와 가까워질수록 보험료가 인상된다고 경고했다. 두 사람이 함께 빈민가를 방문하면 알림은 붉게 변했다. 행동 하나하나가 리스크 점수로 환산되었고, 감정조차 보험료를 바꾸는 요소가 되었다.
엄마는 딸을 말렸다. “그 아이와 계속 만나면 가족 전체 보험료가 올라가.” 하지만 나야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사헤지와 함께 거리를 걷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스템이 부여한 가격보다 마음을 선택했다.
이 이야기는 리카이푸와 천치우판이 쓴 《AI 2041》의 첫 번째 장, ‘황금 코끼리’에 담겨 있다. 리카이푸는 구글 차이나 초대 대표이자 중국 AI 전문가이며, 천치우판은 인간과 기술 사이의 윤리를 탐구해온 SF 작가다. 두 사람은 현실 기반의 기술 시나리오와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해 책을 써내려 갔다.
《AI 2041》은 총 10개의 단편 소설과 해설로 구성된 책이다. 각 장은 다른 국가와 주인공을 배경으로, AI가 우리 삶의 일상에 개입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교육, 의료, 금융, 노동, 감정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과 인간이 부딪힌다.
이 책은 AI 시대의 미래를 그린 그럴듯한 상상의 문학이다. 기술이 만들어낼 사회 변화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하면서도, 그 변화가 인간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를 놓치지 않는다.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AI는 동반자가 될 수도, 통제자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하느냐다.
나야나는 자신의 감정을 선택한다. 보험료는 인상됐지만, 그녀는 시스템의 조언보다 자신의 내면 목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AI가 예측한 ‘위험’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선택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황금 코끼리’와 함께 살고 있을까. 편리함이라는 말 뒤에 감춰진 통제와, 효율이라는 기준 아래 사라지는 자유를 우리는 얼마나 자주 허락하고 있을까. 기술은 길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목적지는 우리가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