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업계의 고민
광고 업계는 지금 세 번째 대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1) 처음에는 TV와 신문 중심의 전통 매체에서 인터넷 기반 디지털 매체로 중심축이 옮겨갔다. (2) 이어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함께 알고리즘 기반 타겟팅이 광고의 법칙을 다시 썼다. (3) ‘생성형’ AI 제작 도구의 등장은 광고라는 언어와 제작 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쓰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상상보다 빠르다. 과거에는 한 편의 광고를 완성하기 위해 몇 주에 걸친 기획과 제작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제는 AI 덕분에 48시간에서 72시간이면 초안이 완성된다. 광고가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가 새롭게 바뀌고 있다.
비용 절감의 폭은 그 변화의 무게를 보여준다. 과거 TV 광고 한 편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들었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면 비슷한 수준의 영상을 수백만 원에 제작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AI ‘익시’를 활용해 제작비를 40%, 제작 기간을 70% 줄였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속도와 비용만으로 광고의 본질이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AI가 만들어내는 광고는 데이터의 평균값을 좇기에 내용이 예측 가능하거나 평면적일 때가 많다. 인간은 다르다. 사람은 시장의 변화와 브랜드가 지닌 고유한 서사를 엮어내며, AI가 미처 그리지 못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간다.
메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미래를 제시한다. 메타 Advantage+는 광고 소재를 실시간으로 변형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 타겟에 맞게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AI는 수천 개의 광고를 동시에 시험하며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 이는 사람이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을 AI가 대신 탐색하는 방식이다.
이제 광고 제작은 누구에게나 열린 세계가 될 것이다. 거대한 자본 없이도 고급 영상과 수많은 버전을 빠르게 만들어 시험할 수 있다. 광고는 더 이상 감과 경험만으로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분석이 이끄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네 번째 전환이 눈앞에 와 있다. AI 에이전트의 거래가 커질수록 AI가 광고를 만들고, 다른 AI가 그 광고를 소비하는 생태계가 펼쳐지기 시작할 것이다. 구글의 AI 검색과 챗봇이 소비자를 대신해 제품을 추천하고 선택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 징후는 이미 다가오고 있다. ChatGPT에 침대 추천을 부탁하면 어떤 AI는 에이스를, 어떤 AI는 시몬스를 추천한다. 광고의 영향력은 이제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AI의 판단 방식 속에서 새롭게 규정될 것이다.
이 변화는 광고의 접근 방식도 변화시킬 것이다. 감성적 문구나 시각적 이미지보다 AI가 읽고 해석하기 쉬운 구조화된 정보가 더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시각적 요소가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정교한 데이터와 세부 정보가 AI의 선택을 이끄는 핵심이 될 것이다.
미래의 마케터는 창의적 연출을 넘어 AI가 기억하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데이터를 설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광고의 본질은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것을 넘어 AI에게 선택받는 구조화된 정보로 변하고 있다. 이는 화려한 창의성 경쟁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본질과 핵심 가치를 다시 세우는 일로 이어질 것이다.
마케팅의 승부처는 결국 AI가 AI에게 이해시키고 추천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언어에서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