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센츄어의 위기와 조직 개편
컨설팅이 왜 필요할까.
우수한 인재를 즉시 아웃소싱할 수 있고, CEO에게는 실패를 외부로 돌릴 수 있는 심리적, 법적 안식처이기 때문일 것이다. 1886년 ADL이 처음 설립됐고, 1926년 맥킨지와 1929년 커니의 창립을 계기로 본격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0여년 간, 컨설팅 산업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과 늘 함께했다.
컨설팅의 가치는 주가 수익률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상장사인 액센츄어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17%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특히 2025년 2월 5일에는 시가총액 약 2,500억 달러로 정점을 기록하며,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주요 투자은행은 물론 컨설팅 회사 전체를 앞질렀다.
하지만, 6월 27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1,860억 달러로 떨어지며, 불과 넉 달 만에 25.6%인 약 640억 달러가 사라졌다. AI 시대, 액센츄어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실적은 일견 괜찮아 보인다.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은 매출 177억 달러, 주당순이익 3.49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하지만, 전체 신규 수주는 19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 줄어들며,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주의 질적 변화는 위기감을 낳기에 충분했다.
엑센츄어의 성공 공식이 AI 시대에도 유효한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전략 수립, 리서치, 문서화, 분석 보고서 작성까지 AI가 대체 가능한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디. 기존 컨설팅의 핵심 가치였던 ‘지식과 통찰의 독점’이 AI로 무너지는 중이다.
고객은 더 이상 액센츄어를 거치기보다 플랫폼 제공자나 엔지니어와 직접 협업하길 원한다. 실제로 액센츄어의 생성형 AI 신규 계약은 분기당 2억 달러에서 1억 달러대로 감소했다. 반면 팔란티어는 엔지니어를 고객사에 상주시켜 기술을 직접 이식하며 실행력에서 앞서가고 있다.
엑센츄어의 지난 10년간의 투자 전략은 이제 문제로 돌아오고 있다. 액센츄어는 딥테크 R&D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소규모 컨설팅 회사 인수에 주력했다. IBM이 AI 연구를 지속하며 기술 축적을 이어간 반면, 액센츄어는 표면적인 포트폴리오 확장에 머물렀다.
광고와 마케팅 전문 회사를 50곳 이상 인수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고객 경험과 브랜딩 전략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도였지만, 생성형 AI는 카피라이팅과 디자인을 포함한 전통 마케팅 영역을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다. 메타와 구글조차 인간보다 알고리즘에 기대는 지금, 이 인수들은 오히려 비용 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액센츄어는 지난 6월 20일, 모든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Reinvention Services’ 사업부 출범을 선언했다. 기존의 전략, 기술, 운영, 마케팅 부문을 통합해, AI와 데이터를 중심에 둔 일원화된 구조를 제시했다. 이 개편은 단순한 리브랜딩이 아니라, 컨설팅의 존재 방식을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이다.
줄리 스위트 CEO는 “고객 가치 재창조 파트너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조직 재편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번 개편을 총괄하는 인물은 북미 지역을 이끌었던 마니쉬 샤르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사실상 줄리 스위트의 과거 권한을 계승하는 수준으로, ‘통합’보다는 ‘통제 강화’에 가깝다. 내부 조직과 프로세스를 정리하는 데 집중한 이번 구조 조정은, AI 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키운다.
인터넷과 클라우드 시대, 고객사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했던 액센츄어는 이제 같은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과거에는 변화의 전도사였지만, 지금은 변화하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중개하던 시대가 끝나고, 직접 실행하고 운영하는 주체만이 살아남는 시장이 열렸다.
AI는 컨설팅이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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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코노미스트: “Who needs Accenture in the age of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