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다시 읽기 (10/10)
잘 나가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부침을 겪고 좌절하며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는 수없이 많습니다. 장기간 성공을 거둔 대기업도 이 문제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은 일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잘못된 일을 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오히려 옳은 일을 했지만, 성과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경영의 기본 '가정'들이 흔들리고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영의 기본 '가정'은 시장에 대한 조직의 '관'을 형성하고, 무엇을 할지와 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고객과 경쟁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지를 결정하며,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지에 대한 '철학'의 근간입니다.
모든 조직은 이러한 '가정'과 '철학'을 담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피터 드러커는 '비즈니스 이론("The Theory of the Business")이라 명명했습니다.
비즈니스 이론은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1) 시장과 고객, 기술 등 조직을 둘러싼 환경에 관한 가정이다. 시장은 계속 성장하는가? 우리 고객의 핵심 구매 요인은 무엇인가? 경쟁자와 우리의 경쟁우위는 무엇인가? 에 대한 가설을 포함한다.
2) 조직의 구체적인 미션이자 열망이 두 번째 요소이다. 그래서 우리 조직은 어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자고 하는 것인가? 미션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AT&T는 '모든 미국 가정과 기업이 전화를 사용하게 만들겠다'라는 미션을 정했다. GM은 '지구상에서 엔진으로 가는 교통수단을 만드는 리더'가 되겠다는 소박한 미션을 꿈꾸었다.
3) 조직의 미션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핵심 경쟁력에 대한 가정이다. 웨스트포인트는 '신뢰할만한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았다. AT&T는 꾸준히 가격을 낮추면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기술 리더십'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았다.
유용한 비즈니스 이론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다음의 네 가지를 충족해야 합니다.
1) 시장 환경과 조직의 미션, 핵심 경쟁력에 대한 가정이 현실에 적합해야 한다. 현재의 시장에 대한 '관'이 고성장기를 전제로 하는가? '경기침체'를 전제로 하는가? 우리의 미션이 구태의연하지 않은가?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 실상 경쟁사가 이미 따라 하고 있어 더 이상 차별적으로 보기 어렵지는 않은가?
2) 세 영역의 가정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한다. 시장 침체기에 모든 영역에서 비용을 줄이면서, 막상 핵심 경쟁력이 되는 R&D 부서를 축소하는 것은 얼핏 모순적이나 다반사로 벌어지는 일이다.
3) 비즈니스 이론이 전 조직에 알려지고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초창기에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날카로움보다 편리함과 익숙함이 당연시된다. 생각과 질문을 하고 싶어도 좌절을 한 조직원들은 소용없다고 느끼게 된다. 비즈니스 이론은 어느새 '비판' 없는 교조적인 '문화'가 된다. 하지만, 비즈니스 이론은 일방적으로 하달되고 지켜야 할 '정태적' 규율이 아니라, 소통과 개선을 전제로 하는 '동태적' 훈련이다.
4) 그래서 비즈니스 이론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돌판에 새겨진 모세의 10 계명이 아니라 시장, 고객, 기술의 변화에 따라 진화시켜 나가야 하는 생물이다.
따라서, 고루한 비즈니스 이론이 조직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하며, 예방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1) 3년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 정책, 유통 방식 등을 재점검하고 지속 가능한지 자문해야 한다. 가정을 검토하고, 유효한 가정과 폐기해야 할 가정들을 객관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비즈니스 이론이 낡았다면 정확하게 조직원들에게 공표하고, 새롭게 탈바꿈시켜야 한다.
2) 기존의 사업 영역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우리의 고객뿐 아니라 고객이 아니었던 인접 고객들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근본적인 변화의 조짐은 우리 사업 영역이 아니라 사업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오프라인 유통회사는 이커머스에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당했으며, PC 시장은 경쟁사로 여기지 않았던 스마트폰에 의해 시장을 잠식당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영자는 조직의 비즈니스 이론을 둘러싼 가정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해야 합니다. 조직이 빠르게 성장할수록 비즈니스 이론은 위기를 맞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에 규모가 2~3배 커진 조직은 기존 이론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조직을 2~3배 키운 구글, 메타 등이 빠르게 조직을 축소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쟁자가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거나 또는 실패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는 회사가 어려울 때 '마법 지팡이'나 '아서왕의 엑스칼리버'를 든 리더를 원합니다. 하지만, 경영자에게는 천재성이 아니라 인내심이 더 중요하고, 순간의 번뜩임보다는 성실성이 더 중요합니다. 기적을 일으킨 경영자는 카리스마나 비전보다는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서 시작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고 고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이론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상기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실패를 부하직원의 무능이나 우연이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로 규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성공을 자신의 덕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이론을 둘러싼 가정들을 재점검해야 할 때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떤 비즈니스 이론은 매우 강력해서 오랜 시간 지속됩니다. 빠르게 성장한 기업일수록 더 강력한 비즈니스 이론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듯, 영구한 비즈니스 이론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조직의 성과가 떨어질 때, 시장 상황이 갑작스레 변했을 때 우리는 비즈니스 이론을 재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Peter F. Drucker, “The Theory of the Business", Harvard Business Review (September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