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이야기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국악하는 청년들이 나와 공연을 했다. 그 청년들은 잔뜩 긴장해있었고, 꿈에 가득 차 있는 듯 보였고, 아주 밝았다. 가끔씩 티비 경연 프로그램이나 음악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 중 국악인들은 모두 자기 소개를 하며 국악 이야기를 먼저 한다. 내게는 그런 일이 없지만 국악 전공자들이 하는 인터뷰에는 '국악을 한다'는 말로 자신을 소개하며 국악인이라는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마찬가지로 국악 전공자인 나는 국악을 한다기 보다는 "악기인 대금을 연주하고 있습니다"로 소개를 대신한다. 대금이 국악기 중 그나마 인기있는 악기라서 그런지 그 소개는 연차 높은 어르신들께 꽤 먹히는 편이다. 아마 민요나 판소리 전공은 언급할 악기가 없거나 국악인이라는 이미지를 살려 공연하는 게 대부분이라 더 그렇게 자기소개를 할 것이다.
그렇게 국악하는 사람들의 공연을 보면서 내게도 질문이 하나 떠올랐다. '전통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다. 몇일 째 나를 파고들게 하는 질문인데, 그 질문의 정갈한 답을 하기 위해서 책을 뒤적여도 두고, 어제는 공연도 다녀와 블로그에 글을 썼다.
내가 전공한 악기인 대금은 전통과 관련이 깊은 악기이다. 대금을 불고 연주하고, 더 배워나가는 과정에서도 전통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번 주말에 본 국악 관련 책 <100년 전 경성의 음악 공간을 산책하다> 에서는 전통이 제 시대와 발을 맞추면 어떻게 사람들 속에서 관람되고 연주될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아직도 읽고 있는 책이긴 하지만, 더 살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들어서일까 내게 국악은 다른 장르로의 분류가 아니라 클래식과 한 묶음인 '고전'으로 구분된다. 그래서 '전통'이라 하면 고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직접 연주하고 겪어본 고전은 '보여짐'에 관한 예술이었다. 전통은 우리 삶에 남아 있지 않은 부분을 말한다.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것을 우리는 관람하고, 여가 시간을 같이 하는 문화로서 만날 수 있으며, 그리고 더 나아가 탐구하기도 한다. 그러한 전통은 시류와 시의성에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 한다. 예를 들어 관람하기 좋게 연극이라는 장르를 덧붙여 아리랑을 노래한다거나, 공연 프로그램에 전통 정악보다는 창작곡을 추가해 듣기 새롭게 만든다는 사례가 있다.
그렇게 여태까지의 내가 본 전통은 모든 문화가 그렇듯 '보여짐'이다. 그리고 역사성과 같이 지금은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유일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어제 밀양 영남루에서 하는 무형유산 상설 공연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국악 관련 공연을 감상하면서 생각한 전통은 결국 그것 나름대로 독자성을 띄고 있었다. 전통은 그가 가진 역사성과 더불어 그 자체로 유일하다. 그래서 더 전통을 보존하고 이어가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것들이 보여지도록 하는 일이 국악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내가 가진 질문인 '전통이란 무엇인가'는 내게 악기 중 정악이나 산조, 다른 전통 악곡을 어떻게 불 것인가,와 같은 말이다. 그렇지만 전통에 대해 더 존재론적으로 떠들어보면 이야기가 여기까지 와닿는다. 결국은 전통도 하나의 문화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보여짐'이나 '유일성' 더불어 '현대성'도 어쩔 수 없이 전통은 끌어안고 있게 된다. 현대에 와서 이야기되는 전통은 그런 성질 또한 갖는다. 앞으로도 지금도 악기를 연주하면서 같은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앞으로 공연을 더 보고, 예술에 대해 더 공부하려는 마음이 가득해진다.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일이 꽤나 즐거웠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듯 전통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들도 생각보다 흥미롭고 유쾌하다. 그런 점에서는 나도 전통과 친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통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