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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이꽃 Sep 28. 2018

행복이 대체 뭐길래



언제 한 번은 행복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싶었다. 가족이 괴롭고 청춘이 괴로울 나이에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당면 과제였다. 행복 운운하는 것은 철없고 식상하며 배부른 소리로 느껴졌다. 나는 행복을 외면하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행복은 누구나 아는, 평범한 가치고 쉬운 말이지만 자학이 익숙한 나에게는 좀 낯설다. 자신이 선택한 가치를 쫒아 그냥 사는 것이지 그것이 행복인지 불행인지를 따져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자신에게 충실한 것이 굳이 말하자면 행복이지 뭐겠냐는 입장이었다.


쾌청한 가을 하늘이 어느새 다가오셨다. 이토록 맑고 푸른 하늘을 본 것이 언제였던가 싶다. 그리고 눈으로 보는 이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느끼고 산 게 언제였나 싶었다. 이유 없이 감사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잠시 있었을 뿐이다. 단 몇 분의 멈춤이다. 나는 이 몇 분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바빠 죽겠다 하면서 뛰어다녔다. 그러는 동안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놈의 숙제는 평생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올해의 목표가 책상머리에 붙어 있다. 목표를 볼 때마다 힘을 내게도 되지만 이게 되기는 할까 의심하기도 했다. 나는 할 일이 많고 바쁘기 때문에 소소한 일들을 미루고 미뤘다.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다"라는 게 미루는 이유였다.  


사실상 뉴스도 보고 뉴스공장도 보고 인기 드라마 션샤인도 보고 할 거는 다 한다. 이불에서 안 나오고 뭉개고 있을 때도 많다. 그러나 남들 앞에서는 너무 바쁘다 말한다. 늘 목표에 쫓기고 있어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약간의 불안에 시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도 밥도 아닌 채 인생이 끝날까 봐.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최인철 교수의 행복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에서다. 나를 위해, 또 나처럼 길잡이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흥미로웠던 부분을 나름 정리해 본다.


1. 그는  "무엇이 경험되면 행복이라고 느끼게 되는가?"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삶이 불안했던 과거에는 운 좋게 살아남거나 무탈하면 행복에 포함했다. 이때의 행복이란 외적 조건이자 사건의 나열이었다.

맛있는 요리를 먹었고, 좋은 영화를 보았고, 테니스를 배웠고, 그 또는 그녀를 만났고, 그래서 신났고 즐거웠고 행복했다가 다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순간의 쾌락 정도로만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굿 라이프> 최인철, 2018 


2. 개인의 만족도도 행복이다. 그러나 인간은 삶의 의미와 목적이 없을 때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영국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가치를 측정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영국 통계청이 행복을 측정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우리는 4번째 질문에 주목한다. 

   1) 요즘 당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

   2) 어제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습니까?

   3) 어제 얼마나 행복을 느끼셨습니까?

   4) 당신의 인생에서 하는 일들이 얼마나 가치 있다고 느끼십니까?

의미는 고통을 이겨내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의미의 부재는 쾌락을 고통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행복은 고통의 완벽한 부재를 뜻하지 않는다.  <굿 라이프> 최인철, 2018

 

3. <정서로 측정하는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행복을 삶의 만족도가 아니라 정서로 측정하면 한국의 행복 순위는 83개국 중 83위라 한다. 존중, 신뢰, 성장, 배움, 자유를 측정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아마 대답이 쉽지 않을 것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가치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1) 어제 하루 얼마나 존중받았습니까?

  2) 어제 믿을만한 누군가가 있었나요?

  3) 어제 잘하는 일을 했나요?(일을 잘했다가 아니다.)

  4) 어제 새로운 것을 배웠나요?

  5) 어제 시간의 선택권이 있었나요?

 행복한 삶이란 가슴에 관심 있는 것 하나쯤 담고 사는 삶이다.  <굿 라이프> 최인철, 2018


4. <행복을 말하는 신조어>

  1) 소확행 : 작지만 확실한 행복

  2) 욜로 : 인생은 한 번뿐이다. You only live once

  3) 요도 : 한 번 죽는 인생, 의미 있게 살자 You only die once

  4) 행복 회로 : 다가오지 않은 일에 대해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는 상태

선진국으로 갈수록 계층이동의 가능성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사회구조가 불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하튼 소 한 마리 끌고 와서 그룹 회장이 되는 신화가 더는 없는 사회에서 젊은 이들은 소확행의 가치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 가치는 즐거움과 의미를 중시하는 두 가지 경향을 보인다. 행복에는 이 두 가지의 균형이 중요하다 한다.

삶을 바라보는 인간의 방식은 그의 운명을 결정한다.  <굿 라이프> 최인철, 2018


5.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유전적인 요인 50%

  2) 경제력, 사회 상황 등 외부적인 요인 10%

  3) 개인의 습관과 노력 40%

행복은 내면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 인간관계에 영향을 받아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이나 외적 조건은 나의 선택이 아니다. 관심을 가져야 할 건 내 행복도를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 좋은 습관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일찍 일어나고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고... 그러나 이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라 한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이 철저하게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한 나머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을 등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굿 라이프> 최인철, 2018


6. 우리가 주목하는 <행복의 비결>

어느 나라나 공통적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행복감은 증가한단다. 늙으면 불행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왜냐하면 노인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택과 집중을 한다. 나의 행복을 깨뜨리는 사람을 거절하는 용기를 내며 미움받을 용기를 낸다. 어쩌면 진정한 욜로족은 노인인 것 같다.

  1) 미래의 계획보다 현재에 집중한다.  

  2) 만나는 사람이 소수다.  

  3) 행복을 위해 관계, 일, 상황을 선택적으로 재정리한다.  

이상적인 관계에는 어떤 갈등도 없어야 한다는 비현실적 기대 역시 우리를 힘들게 한다. 가끔은 다툴 수도 있고 갈등도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다툼과 갈등이 실제로 발생해도 충격을 덜 받는 법이다.  <굿 라이프> 최인철, 2018




사는게(Buy) 다르면 사는게 (LIVE) 달라진다


1. 그는 행복해지기 위해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보라 했다.  

이것은 자기 내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주어진 가치에 매달렸고 되어야 하는 나를 향해 달려갔던 것이 나의 삶이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지 않았다면 이 몇 줄의 글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자기를 돌아보고 명상하는 것보다는 남의 책을 읽고 밑줄 치며 명심하는데 더 길들여져 있지 않을까. 자기를 돌아보는 일은 번거롭고 까마득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를 이해하는 재미도 만만찮다. 그리고 분명 구체적인 나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2. 그는 사회적 비교가 아니라 사회적 유대가 필요하며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으라 한다. 이것 역시 가치의 재검토를 통해 가능하다. 비교란 남을 희생시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다. 혹은 누군가의 희생양이 되어 열등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비교는 쉽다. 익숙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래서 상처투성이가 되어서도 또 비교를 한다. 이미 길들여져 습관이 되었고 다른 삶의 방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굿윌헌팅>이라는 영화를 기억한다. 수학 천재의 이야기다. 영화에는 주요 인물은 아니지만 노벨상을 받은 수학 교수가 나온다. 그는 문제를 단숨에 풀어버리는 윌 헌팅을 보고 좌절하며 주저앉는다. 자기보다 더 우월한 윌 헌팅에게 위협과 두려움을 느낀다. 윌 헌팅에게 우호적이고 유대감을 가지는 사람은 같은 고통을 겪었고 그래서 윌 헌팅을 너무나 잘 이해하는 숀 교수뿐이다. 


나 또한 비교 대상을 두고 느끼게 되는 굴욕감과 열등감, 고통스러운 질투심을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자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남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사회적 유대는 자기에 대한 이해로부터 피어나는 꽃이다. 누구나 그런 천국에서 살고 싶지만 아무나 살 수 있는 곳은 아니다.


3. 그는 소유보다는 경험을 사고 돈으로 시간과 이야깃거리를 사라 권한다. 시간의 빈곤은 새로운 형태의 가난이기 때문이다. 소유에 대한 욕망을 삶에 대한 경험과 관찰로 대체한다. 걷고 여행하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명상을 하라 한다. 행복한 사람이 사는 게 (LIVE) 다른 이유는 사는 게(Buy)  다르기 때문이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채움으로 채우려 하지만 행복한 사람은 비움으로써 채운다. 배우 신애라는 돈과 남편과 자식이 있어도 행복하지는 않았다 했다. 그리고 봉사와 입양을 통해 행복해졌다 했다. 소득보다는 관계의 깊이가 행복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들은 선물을 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나눔을 실천한다.




나는 시골에 산다. 산책을 하다 보면 부지런한 농부가 잡초를 확 밀어서 새로운 길이 날 때가 있다. 반면 인적이 끊어진 작은 오솔길이 잡초로 뒤덮여 없어질 때도 있다. 내가 놀란 것은 살아 움직이는 잡초의 기민함이었다. 조건이 달라지면 자연은 확확 변해갔다. 어떤 잡초는 사라지고 새로운 풀이 군락을 이루며 무성해지는 것이다. 그 이동의 속도와 치열함이 무서울 정도였다. 세상은 분명 살아있고 변화하고 있다. 좁아터진 자기 속에 갇혀 있기를 멈추고 잠시 돌아보자. 길 위에 있는 나를. 그리고 세상과 호흡하며 달라지자.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러울 때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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