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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담자 P Jun 03. 2020

우울증 증상 자가진단 테스트, 무턱대고 하지마세요

#우울증테스트 #불안장애 #자가진단

우울증 테스트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


사람들이 우울증 자가진단,
불안장애 테스트를 하기까지의 과정



자기 자신에 대한 촉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우울감이 한동안 지속되어도 '몸이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요즘 좀 무리했나 보다', '금방 괜찮아지겠지.' 하며 넘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가 우울증의 신호가 여러 개 찾아오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시작하는 수준으로 증상이 심해지면 그제야 '엇, 설마!' 하며 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를 네이버에 검색한다.


스스로도 자신이 어떤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지 전혀 감을 못 잡다가, 주변인이 알아차릴 정도로 심각해졌을 때, 사람들로부터 "너 요즘 상태 많이 안 좋은데? 엄청 우울하고 무기력해 보여."같은 말을 듣고서 그제야 자각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여러 가지 계기들로 인해서 사람들은 우울증 테스트를 검색하고, 불안장애 자가진단을 검색한다.


문제는, 자가진단을 통해 나름대로(?) 대략적인 자신의 상태를 판단해볼 수는 있지만,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경우에 생각보다 큰 파도에 휩쓸릴 수 있다는 것.



1) 진단받기 전에는 보통 이런 마음이 든다. [호기심, 불안감, 찝찝함, 걱정]

2) 그런 마음속에서 진단 시작을 누르고 약간은 초조한 마음으로 문항에 응답해나간다.

3) 나와 일치하는 문항이 많을수록 괜히 기분이 싸해진다. (....)

4) 결과를 보고 싶지 않은데, 궁금은 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 보기'버튼을 누른다.

5) 결과가 생각보다 안 좋으면 낙망하고 좌절한다. 또는 내가 유난이어서 점수가 높게 나온 거겠지 라고 생각하고 테스트 결과를 안 믿는다.


내가 최근에 풀었던
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


검사에서는 우울, 불안, 자살, 일상 활력 네 가지를 측정해준다. T점수와 백분위도 나와있어서 인터넷 상의 아무 검사나 받는 것보단 이 검사를 받는 게 더 낫다.


우울과 불안의 경우 검사 결과는 가벼운, 중등도, 높은 우울(불안)의 세 가지 레벨로 나누어서 제공된다.


가벼운 우울(불안)

현재 가벼운 우울(불안) 증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수준의 우울(불안)은 모두가 경험하는 정상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주변 환경의 스트레스가 지속 혹은 악화되거나 우울(불안) 증상이 심해진다면 정신건강 및 심리전문가와의 면담이나 전문기관의 방문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중등도 우울(불안)

중등도의 우울(불안) 증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울(불안)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 및 심리전문가와의 면담이나 전문기관의 방문을 추천합니다.


높은 우울(불안)

높은 수준의 우울(불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울(불안)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 및 심리전문가와의 면담이나 전문기관의 방문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해석 텍스트가 다소 성의 없다는 느낌이 든다... 무료 검사인 거 알면서 뭔가 다를 거라고 기대했나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더 얘기하기로 하고 일단 패스.


자가진단의 부작용


그래도 가벼운 우울(불안)이라고 나오면 '아, 내가 요즘 잠깐 그런가 보다~ 마음을 좀 잘 챙기고 돌보아줘야겠다' 하겠지만... 중등도부터는 말이 달라진다.


'와아~ 그래도 참 다행이다. 난 높은 우울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안 좋으면 [슬픔, 속상함, 무기력, 좌절, 막막함] 등에 빠지기도 쉬울 거다.


마치 낙인찍힌 느낌,...

'내가 우울증이구나! 불안장애구나!' 하는 그 느낌이 너무 크게 나를 짓누른다. 자기 상태가 안 좋아서 그렇게 결과가 나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등도 우울'이라는 그 글자가 엄청 무겁게 다가오는 것.


물론 사람을 앞에 두고 "공황장애입니다." "우울증이 엄청 심하시네요. 약 처방받아 가세요."같은 말로 돌직구 쏴대는(?) 의사 선생님께 듣는 것보단 좀 충격이 덜하겠지만, 자가진단만으로도 충격받을 사람은 부지기수.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자가진단 결과를 보고서 자신들의 주특기를 활용해 더 우울하고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기도 쉽다.



우울한 사람들 주특기

인지적 오류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기

"내가 우울증이라니, 난 이제 끝이야."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항상 엉망진창일까?"

"이렇게 계속 우울증으로 살아야 하는구나... 희망이 없어..."

"남들은 다 멀쩡하게 살아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약해 빠졌을까?"


불안한 사람들 주특기

자석처럼 세상의 모든 걱정 다 나에게로 끌어당기기

"이런 내가 취업/결혼/육아는(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대로 계속 안 나으면 어떻게 하지?"

"사람들이 내가 이상해졌다는 걸 알면 어쩌지?"

"불안장애 증상 찾아보는데 완전 나랑 똑같아. 이것도 똑같고 저것도 똑같아!"


그래서 나는 자가진단이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 가기 전에 일차적인 진단의 역할을 해서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약물치료로의 발걸음을 이끌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지만, 혼자 층격에 빠지는 그 기간 동안 나 혼자 계속 버티고 생각하면 진짜 더 안 좋아지는 거다. 더 우울해지거나 더 불안해지는 식으로 상태가 훨씬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물론 검사 시작 전에 이런 주의사항이 있기는 하다.

간편형 심리검사이므로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심리전문가와의 면담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주의사항이 있어도, 앞에 놔두는 건 별로 안 보게 된다. 일단 '검사 시작' 버튼 누르기 바쁨.


그리고, "결과가 안 좋게 나왔으니, 사람들이 병원이나 심리상담을 받으러 가지 않겠느냐." 이렇게 맘 편히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자가진단을 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점수가 높게 나오긴 했는데, 우울증이 아닐까 봐 걱정돼요. 그냥 제가 유난인 걸 수도 있잖아요.

별 일 아닌데, 제가 너무 약해서 점수가 원래보다 높게 나온 거 아닐까요?

남들은 다 잘 이겨내고 사는데 저만 괜히 약한 척하는 것 같아서 병원 가기가 좀 그래요.

엄청 심각한 게 아닌데 병원에 간다는 게 좀 부끄럽고 그래요.

이 점수로 병원에 가면 제가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닐까요?

제가 과민 반응하는 것 같아요.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은데...

그냥 잠깐만 이러고 말지 않을까 싶어서 병원은 안 가려고요.

부모님이 네가 우울할 이유가 뭐가 있냐면서 제가 의지가 약하고 게을러서 그렇대요.

테스트가 정확한 게 아닌데, 괜히 제가 오해하는 거면 어쩌죠? 테스트 결과를 못 믿겠어요.


(지식인과 웹사이트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댓글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자가진단 테스트하기 전에
미리 읽어보면 좋은 내용(예방주사)


일단 테스트를 하기 전에 아래의 글로 예방주사를 맞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결과가 안 좋게 나온다면, 만사 다 제쳐두고 꼭 정신과든 심리상담이든 받으러 가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는 것도 좋다!


Q. 제가 유난 떠는 거 아닐까요? 너무 의지가 약한 것 같아요.

"이 점수 가지고 병원 가는 거 유난 아니냐고 묻는데... 감기 걸리고 콧물 날 때 병원 간다고 누가 유난이라고 말하는 사람 없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 내가 나를 위해서 병원을 찾는 건데 유난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거다. 무엇보다 '내가' 일단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지금보다 더더더더 우울해야만 정신과에 갈 수 있다는 건 정말 착각이다. 정말로 그 상태가 되어서 가면 이미 한참 늦은 거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그만큼 치료가 더뎌진다.


우울하고 삶이 힘들게 느껴지고 예전에 비해서 의욕이 뚝뚝 떨어지면, 그것만으로도 정신과에 방문해볼 이유는 충분하다. 테스트 결과가 과장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정확한 진단을 원한다면 조금만 용기를 내어서 정신과에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참고로, 유난 떠는 거 절대 아니다. 내가 힘들면 그냥 힘든 거다. 다른 사람이랑 비교할 필요도 없고, 내가 너무 의지가 약한 건가? 이 정도는 별로 안 심각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내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에 집중하면 된다.


남들은 다 잘 이겨내고 살아가는 데 왜 나만 이렇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남들도 티를 안 내서 그렇지 속으로는 다 힘들다. 내가 힘들면 힘든 거다. 남과 비교할 이유가 없다"



Q. 정신과 가는 게 무섭고 걱정돼요. 가도 안 나을 것 같은데...

"정신과에 대한 두려움이 많을 수 있는데, 요즘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는다.


불면증이 있는 직장인, 아끼던 강아지를 하늘로 떠나보낸 고등학생 소녀, 발표불안 때문에 호흡이 자꾸 가빠지는 대학생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으며, 막상 가보면 다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나름 여유롭게(?) 대기하고 있다. 초조한 건 오직 처음 방문한 나뿐(!)


정신과 약도 의사 선생님이랑 잘 이야기해서 나에게 잘 맞는 약을 찾으면, 지금의 우울이나 불안도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

지금 우울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영원히 우울할 거라는 건 내 착각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불행하다고 해서 앞으로도 평생 불행하리라는 법은 없다. 참고로 정신과 진료 및 약 처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만원 대)"

"제대로 검사를 해봤을 때, 잠깐 지나가는 단순한 우울일 수도 있고, 정말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설령 어떤 진단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그게 부끄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천식이나 당뇨가 있다고 해서 환자가 자신을 자책하지는 않는다. 몸에 대해서 관대하듯, 마음에 대해서도 좀 더 관대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 또는 불안장애 자가진단 테스트를 소개하는 포스팅이나 검사 페이지를 만들 때는 검사를 마치고 난 후의 후속 조치나 대처, 연결도 잘해주었으면 좋겠다. 기계적인 말투로 심리상담이나 정신과를 찾으라는 말만 반복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검사가 종료되었습니다.' 같은 허망한 말로 페이지를 끝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충격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좀 쓰담쓰담해달란 말이야!!! 결과를 마치고 철저히 혼자가 된, 외롭고 막막하고 속상한 느낌에 빠진 피검사자를 혼자 두지 말아 줘... 해석을 좀 더 자세히 써주란 말이다. 그다음 몫을 혼자서 감당하고 알아보기에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 여리고 약해진 상태란 말이야....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973799&memberNo=2235634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만 되어도 훨씬 보들보들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불안을 낮춰주고, 정신과 방문을 너무 무겁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도록 해주는 그런 멘트들이 검사지 해석 부분에 꼭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그 외에 함께 보면 좋은 글(닥터 프렌즈)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985447&memberNo=9257519


#우울증자가진단 #우울증 테스트 #불안장애자가진단테스트 #불안장애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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