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 하고 들이키면 한 잔 끝마다 깊어지는 “중국 술” 이야기
요즘은 양꼬치 집도 흔하다 보니 중국 술을 흔히 볼 수 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 술이라고 하면 흔히 중국 음식점에서 어르신들이 드시는 빼갈, 조금 고급스럽다면 연태고량주 정도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었다. 언젠가 회사 근처 중국 요리집에서 마신 공부가주 정도가 조금은 특별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접근할 수 있는 중국 술 정도였다. 마오타이나 수정방 정도는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으나 일상생활에서는 만날 수 없고 가끔 중국 출장을 갔다 오시는 분들이 들고 와서 마시는 특별한 술이었다.
중국 술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백주를 마셔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중국 백주를 부를 때 고량주, 빼갈, 백주 등으로 부르는데
백주는 쌀, 수수, 밀 등의 곡물을 발효해 증류하는 방식의 술을 이르는 말로 우리의 소주와 비슷한 개념이다 (우리의 청주나 막걸리처럼 증류하지 않은 술은 황주라고 분류된다).
고량주라고 부르는 것은 백주의 제조 방식 중 그 원료가 되는 곡물이 수수인 경우를 의미한다. 수수의 또 다른 이름은 고량(高粱)이라서 수수로 담근 술이라는 의미로 고량주가 된 것이다.
빼갈은 백주에 북경식 얼화를 붙여 백간의 발음이 한국어로 바뀐 것인데, 이것은 증류 방식 중 불순물을 모두 없애고 맑게 걸러냈다는 의미다. 우리의 소주나 외국 술 중 보드카처럼 증류주이나 맑고 투명한 느낌의 술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술이 아니다 보니 백주의 명칭이 재료, 제조 방식 등으로 명칭이 모호하게 구분되지만, 중국에서는 스스로의 백주를 어떻게 구분할까?
몽고 사람들이 가져온 증류주 기술인 만큼 오래된 증류주의 역사에 따라 과거에도 어느 정도 분류가 있었으나, 1979년도부터 향에 따라 분류하고 지속적으로 세분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구분된 4가지 대표적인 향으로는 농향(浓香型), 장향(酱香型), 청향(清香型), 미향(米香型)이 있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높은 술은 향이 진한 술이라는 뜻의 농향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연태고량주가 대표적인 농향의 술이다. 연태고량주를 좋아한다면 중급 버전은 주걸량, 고급 버전으로는 수정방, 우량예를 추천한다.
공부가주는 장향형 술의 일종이다. 농향형과 재료는 유사하지만 좀 더 고온에서 누룩을 키우고 오랫동안 숙성을 한 술이다. 우리나라에서 된장, 간장 등도 오래 담글수록 깊고 진한 장향이 난다고 하듯이, 장향형은 농향보다 더 잘 담금“장”의 냄새가 난다는 의미의 장향이다. 공부가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급형으로 마오타이를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흔하지 않지만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중국집(요리집이 아닌 다른 어디)에 가면 간간히 주문하는 빼갈이 있다. 빼갈은 청향으로 분류되며 청향은 통상 수수 등 1개의 곡물로 만들어 향이 가볍고 깔끔하여 가볍게 요리에 곁들여 마시기 좋은 술이다. 고급형 술로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분주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백주도 각 지역별 양조장별로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지금 이야기한 것들 이외에도 많은 백주의 종류가 있을 것이다. 워낙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술을 마실 때 술자리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생산지에 대한 이야기, 원료나 제조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스몰토크를 시작할 수 있어, 비즈니스 등으로 어색한 자리의 아이스 브레이킹을 해야 하는 자리라면 아주 좋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