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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ec 15. 2018

직업인의 8가지 커뮤니케이션 습관 - part I

직업인의 기본기 #02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 정답이 있을까?


필자는 '여는 글'에서 주니어의 실력을 '개인 생산 능력' x '협업력'이라 정의하였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협업력에서 대단히 큰 지분을 차지하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커뮤니케이션인가? 거기에 있어 정답이라는 것이 있을까? 아니면 그저 스타일의 문제인가? 이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싶다.


"기본기에는 정답이 있다. 기본기를 갖춘 이후에는 스타일의 문제다."


생각해보자. 내가 커뮤니케이션하기 편했던 사람은 어떤 특성이 있는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을 많이 접해보았다면 어느 정도 공통점을 추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기'이다. 본편에서는 이러한 관점으로 일을 잘하는 직업인들의 공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습관 8가지를 정리해보겠다. 


여덟 가지 습관은 아래와 같다.


직업인의 8가지 커뮤니케이션 습관

1. '두괄식'과 '미괄식'을 구분하여 활용한다

2. 서술에 그치지 않고 '할 것(To-do)'을 명확히 한다

3. 중요한 것은 '기록'으로 남겨 '공유'한다

4. 불완전한 정보라도 공유한다

5. 문제가 아닌 답을 제시한다

6. 최적의 수단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7. 핑퐁(Ping-pong)을 최소화한다

8. 선제공격한다


어느 정도는 습관의 타이틀만 보아도 어떤 내용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 예시를 들어 보다 상세히 설명하다 보니 글이 길어지게 되어 부득이 두 편으로 나누어 연재를 하고자 한다. 사실 위 8가지 원칙을 모두 지킨다면 이미 주니어의 레벨을 넘어서게 된다. 그만큼 중요한 주제란 점을 들어 줄여 쓰지 못함을 변명해보고자 한다. 


그럼 첫 번째부터 네 번째 습관까지 살펴보도록 하자.



첫 번째, '두괄식'과 '미괄식'을 구분하여 활용한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두괄식으로 해야 할까, 미괄식으로 해야 할까? 두괄식과 미괄식을 스타일의 문제라고 보는 관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당연히 두괄식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필자는 조금 다른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 커뮤니케이션의 예시를 보자.

A팀장: B님, 요청드렸던 리포트는 언제까지 될까요?
B팀원: 아 C님이 a를 부탁하셔서요, 그거부터 하고, 팀 회의 참석한 다음에, b 하고 c 하고....(etc)...., f까지 한 다음에 하면 4시 정도에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B팀원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어떤 점에서 부족할까? 

A팀장이 궁금한 것은 결국 리포트가 언제 완성되어 본인이 언제 검토에 시간을 할애하면 될지이다. 리포트가 언제 완료될 수밖에 없는 과정적인 이유들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 이유들부터 이야기를 하면 A팀장은 듣는 내내 '그래서 언제 완성이 된다는 거지?'하고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앞에 이야기하는 것들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질문에 답할 때는 두괄식으로 말하여 상대방의 궁금증을 단번에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이는 결코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이 원칙은 유명한 용어로 'Answer first'라 한다. 질문이 물어보는 바에 대해서 결론부터 답하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결론적으로', '가설적으로'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결론을 정리하여 상대가 편하게 이해하도록 하고, 가설로라도 결론을 잡아주어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두괄식으로 '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반한다. 이유가 있고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질문에 대한 답을 미괄식으로 '듣는 것'은 직업인의 본성에 반한다. 받아들여야 할 정보가 많은 직업인에게 있어 필요한 정보를 '적확'하고 효율적으로 획득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그래서 이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어려운 것이며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 유의하여 트레이닝해야 할 부분이다.


두괄식으로 바꾸어 답하면 B팀원은 아래와 같이 답하면 된다.


'4시 정도에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 생긴 a업무가 있는데 그 업무와 기존 업무 b~f를 하고 나서 진행하려 합니다'


상대방이 궁금한 순서대로 이야기하였으므로 훨씬 쉽게 이해되는 대답이 되었다.


그러면 이렇게 두괄식으로 하는 것이 언제나 옳은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 생각한다. 질문에 대해서는 결론을 즉답하는 것이 맞으나, 본인이 먼저 화제를 던질 때는 결론부터 말하면 헷갈리게 된다. 이때는 주제와 맥락을 먼저 던져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가 있다. 


4시까지 전달하기로 했던 위 리포트의 일정을 바꿔야 한다고 해보자. 아래 예시를 보자.


예시 1) 두괄식 발화

B팀원: 팀장님, 보고서를 6시까지 전달드려도 될까요? C님이 g업무를 새로 요청하셨는데, 4시까지 먼저 처리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하여서 보고서 작성 시한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시 2) 미괄식 발화

B팀원: 팀장님, 보고서 작성 건 관련해 논의드리려 합니다. C님이 g업무를 새로 요청하셨는데 4시까지 먼저 처리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하셔서 보고서 작성 시한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6시까지 전달드려도 될까요?


이 경우 두괄식 발화도 나쁘진 않으나 미괄식 발화가 훨씬 더 매끄럽고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기 편하다. 

이렇듯 질문을 받을 때와 화제를 던질 때의 접근이 달라야 한다. 상대방이 질문을 했을 때는 이미 맥락이 상호 공유되어 있지만, 본인이 상대방에게 화제를 던질 때 상대방의 인지 속에는 맥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합의된 것에 대해 변경을 요청하는 등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 상대방과 논의한 지가 조금 된 이슈라 맥락 업데이트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맥락 공유를 먼저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이유가 너무 길 경우 맥락 공유 → 결론 → 이유의 순서를 따르면 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해보면,  1)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두괄식과 미괄식이 모두 필요하며 두 가지를 적절한 상황에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2) 두괄식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인지적 맥락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커뮤니케이션하는 배려이다.


두 번째, 서술에 그치지 않고 할 것(To-do)을 명확히 한다

비즈니스는 결국에 회사 조직 내외부 인원의 업무수행 활동(To-do)이 모여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세스다. 즉 '결국 무얼 한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반해 현재의 상황에 대한 서술에만 그치는 경우가 있다. 두 가지 케이스를 보자.


['정보전달자=업무 수행자'가 아닌 경우]

어떤 이슈를 인지한 사람이 업무 관련자에게 이슈에 대응하는 업무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이럴 때 '비수기에 진입해서 검색 쿼리수와 전환율이 떨어지고 있다', '클라이언트가 A를 요청해왔다', '누가 B에 대해 c라고 코멘트를 주었다' 등등의 서술적인 말만 던져놓고 커뮤니케이션을 끝내는 경우가 왕왕 있다. (???? 뭘 하라는 것이야???가 된다) 심지어는 관리자가 이러는 경우도 존재한다. 정보전달자가 업무할 것을 명시하지 않으면 업무 관련자는 자신이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가를 주어진 정보를 놓고 분석/해석을 해야 한다. 이미 정보전달자가 머릿속에 한 번 처리한 프로세스인데(a업무는 A가 해주어야겠군 하고), 그것이 밖으로 나오지 않음으로 해서 팀의 리소스가 낭비되는 것이다.


['정보전달자=업무 수행자'인 경우]

정보전달자와 업무 수행자가 일치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수행할 업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 관리자 및 업무 관련자는 업무 수행자가 정확하게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지를 인지하고 아니라면 조정을 해주어야 한다. 단순히 맥락만 공유하면 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면(일정/아젠다/지식적 정보에 대한 공유 등) 대응이 필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본인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정리하면 직업인은 반드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파악하고, 그것을 누가 할 것인가를 정하여 업무화하는 것을 습관화하고, 업무 관련자/수행자에게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메일이라면 아래와 같이 간단히 구성 가능하다.


상황 1. 개인 업무이나 진행상황 공유가 필요한 경우

제기된 상황으로 인해 'B팀원'이 a, b를 해야 함.

1. 현황
  - 현황 설명 1
  - 현황 설명 2

2. 진행업무
 a. 업무 설명
 b. 업무 설명


상황 2. 협업이 필요한 경우

제기된 상황으로 인해 a, b, c의 업무를 해야 함. 모두 'B팀원'이 진행하되 이 중에서 a는 팀장의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b는 C님의 선행작업이 필요함. 

1. 현황
  - 현황 설명 1
  - 현황 설명 2

2. 진행업무
 a. 업무 설명 [B팀원]
 b. 업무 설명 [C님] → [B팀원]

3. 의사결정 요청사항 [팀장님]
 a. 의사결정 요청 내용

위 메일 커뮤니케이션은 구조를 보여주는 간단한 예시이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백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구두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e.g. "오늘 비가 오니 파전에 막걸리를 하면 괜찮겠네요. 어떠세요? 괜찮으시면 제가 회식장소 변경해두겠습니다.")


특히 두 가지 상황 중 유의할 것은 협업이 필요한 후자의 상황에서 요청사항에 대해 명확히 하는 것이다. 내 일은 내가 잊지 않고 하면 된다. 하지만 요청사항은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일이 시작되지도 않는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서술 속에 요청사항을 묻히도록 메일이나 메시지를 작성하는 경우, 회의나 대화가 늘어지면서 요청사항이 묻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요청사항은 서면에서나 구두에서나 가장 강조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메일에서는 따로 요청사항을 강조하고, 구두에서는 대회의 마지막에 요청사항을 재정리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세 번째, 중요한 것은 '기록'으로 남겨 '공유'한다.

이는 두 번째의 원칙과 연결하여 보면 좋다. 동료에게 요청할 업무가 있다고 해보자. 만약에 일련의 세부 작업으로 구성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일이라면, 구두로 업무 요청을 한 후에 그것이 제대로 수행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우리 동네에 처음 가는 택시기사님에게 "무슨 도로 타고 어디에서 빠져서 우회전, 좌회전 해서 ...(etc)... 하면 됩니다"라고 얘기하고 자버리는 것과 같다. 네비를 찍는 것을 보든지, 내가 찍어주든지 해야 한다.


우리의 대원칙, '상대방이 편하게 일한다'를 실천한다면 이런 복잡한 업무는 내가 요청내용을 서면화해서 공유하는 것이 가장 좋다(언제나 상대방이 꼼꼼하게 기록하리라 기대할 수 없으므로. 꼼꼼함을 떠나 바쁠 수 있지 않은가).


물론 모든 회의나 구두 커뮤니케이션을 기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듯 중요 업무가 많이 산출된 것, 또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 팀원들/업무 관련자들에게 공유해야 한다. 특히 기록과 공유는 망각/오해의 방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기록과 공유의 효과

1. 엉뚱한 업무가 진행될 여지를 차단한다.

2. 업무를 재확인하는 비용을 제거한다

3. (구두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에게 공유 시) 진행상황을 참고하여 자신이 업무에 투입될 필요/시점을 예측한다.

4. 업무에 새롭게 업무에 투입되는 이들이 쉽게 Follow-up 할 수 있다.


대부분 본인 업무에 대입해보면 이해가 가는 내용일 것이다. 3번은 추가 설명을 한다면 이런 것이다. 본인이 마케팅 AE로서 어떤 광고 소재의 초기기획을 카피라이터에게 의뢰했다고 하자. 그때 해당 업무에 대한 요청사항을 카피라이터에게만 공유하지 말고, 광고를 제작할 디자이너에게 참조를 걸어 함께 전달해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 디자이너는 1) 자신이 언제 업무를 할지 예측할 수 있고, 2) 앞단의 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파악하여 자신이 미리 할 수 있는 것을 진행하거나 생각을 해둘 수 있다. 우리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 일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팀의 정보가치를 제고할 것을 항상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막대한 효과가 있는 것이며, 실상 굉장히 당연한 것인데 의외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의록처럼 거창한 것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며, 구두로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많이 이루어져 일일이 기록하기 힘들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이를 지키는 팁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기록과 공유를 생활화하는 tip

a. 중요하거나, 오해의 여지가 있거나, 잊어버리기 쉬운 의사결정사항/업무 산출이 구두로 이루어졌을 경우 간단하게라도 기록하여 메시지/메일로 공유한다.

b. 요청사항은 가능하면 메신저나 메일로 정리해서 준다(요청자인 내가 정리해줌으로 상대방이 정리할 필요가 없어진다)

c. 산출물을 최대한 넓은 범위의 업무 관련자에게 공유한다(간접적 관련자도 업무를 Follow-up 할 수 있도록)

d. 이슈/정보 습득 즉시 간단하게라도 공유한다(지나가면 잊기 쉽다)


인류는 6천 년 전 문자의 발명으로 정보 혁명을 겪었고, 이후 활자의 발명, 메일의 발명, 슬랙의 발명으로 비즈니스 정보 혁명을 겪어 생산성을 향상시켜왔다. 문명의 이기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하자.


네 번째, 불완전한 정보라도 공유한다

이번 화에서의 마지막 원칙이다. 이 원칙은 우리의 평소 생활 습관에 반하기 때문에 많은 주니어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원칙이다. 심지어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분들도 잘 지키지 못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허나 일을 잘 하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실천하는 원칙이며, 실천할 때 필연적으로 팀의 정보가치가 높아지는 원칙이다.


불완전한 정보라도 공유한다는 것은 정보격차를 메울 수 있는, 정보가치를 더할 수 있는 정보라면 무조건 공유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아래 두 가지 세부 원칙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4-1. 지금의 불완전한 정보가 나중의 완전한 정보보다 낫다.

자사가 커머스 회사인데, 자사 상품 상세페이지를 리뉴얼하는 작업을 한다고 해보자. B팀원은 리뉴얼 기획안 산출을 5 영업일 동안 진행하기로 했다. 이틀째인 오늘 팀장이 물어왔다. 

A팀장: 어떤 걸 개선하면 될지 윤곽이 좀 잡혔나요?
B팀원: 아직이요. 경쟁사들 우수사례를 찾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A팀장: 대략적인 방향이 궁금한데, 개선할 포인트를 가설로라도 잡고 검증하는 식으로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B팀원:지금 그걸 잡아도 나중에 다른 벤치마크를 찾으면 또 바꿀 수 있는데... 시간낭비 아닌가요?
A팀원: 다 뒤집지 않아도 될 거고, 잡은 가설에서 조금씩 수정해가면 될 거예요. 가설을 가지면 그걸 가지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으니 시간이 더 절약되죠. 지금까지 보신 게 있으니 지금 판단으로 주요한 개선방향을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B팀원: 지금은 불완전해서... 좀 더 찾아보고 보고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설 사고'는 중요한 내용이므로 나중에 따로 다루어보겠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지금은 얘기할 수 없다는 B팀원의 관점이다. A팀장은 B팀원이 올바른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본인이 전달할 input이 있을 경우 도움을 주기 위해 물어온 것이다. 관리자를 활용할 절호의 기회인데(사실 관리자가 찾아오기 전에 찾아가야 할 일이다) 아직은 답할 수 없다고 대답하면 저 6번의 핑퐁에 걸친 대화는 비즈니스적으로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않은 것이 된다. B팀원이 상당히 서툴러 보이는 예시이나 아무 업무 경험이 없을 경우 처음에는 이렇게 반응하는 주니어가 더 많다.


정보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불완전한 정보라도 빠르게 공유하여 상사 및 동료로부터 input(업무 가치를 향상시킬 정보나 가이드)을 받아야 한다. 내일 가지고 왔는데 아예 이상한 방향이라고 하면 영업일 1일이 그냥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사수-부사수, 또는 관리자-실무자라는 일련의 생산 모듈이 오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B팀원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시적인 것이니 내용적인 부분은 참고만 하자.


B팀원: 크게 세 가지 정도는 개선점이 있어 보입니다. 첫째,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너무 많은 점, 둘째, 타겟이 불분명해 어필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뒤섞여 있는 점, 셋째, PC와 모바일의 레이아웃을 똑같이 사용해 모바일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입니다.

첫 번째 정보 문제는 특히 강조할 강점을 고객 리뷰에서 찾아보고자 하고, 두 번째는 타겟 문제는 주구매대상인 육아맘들에게 초점을 마추면 될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별도로 레이아웃을 만들고, 이후 디자인 시에 모바일 레이아웃은 여러 기기 환경에서 확인해보려 합니다.

다만 아직 '베스트다'라고 할 만큼 좋은 레퍼런스는 보이지 않아서, 내일까지 진행할 리서치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개선점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A팀장은 다음과 같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A팀장: 좋은 방향이네요. 큰 그림은 그렇게 가면 될 것 같습니다. 같은 업종보다 우리처럼 기능적으로 소개할 거리가 많고 고관여인 제품이 무엇일지 생각해서 레퍼런스를 찾아보면 좋겠네요. 그러고 보니 테슬라의 웹 카탈로그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한 번 확인해보세요. 타겟은 다르니 참고만 해야겠지만 크로스로 보면 좋겠습니다.

정보 전달이 늦어질수록 정보가 창출하는 가치는 떨어진다는 점, 불완전한 정보로라도 공유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4-2. 내 불확실성의 범위와 상대방의 불확실성의 범위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

두 번째 세부원칙은 보다 간단하다.


상품 상세페이지 리뉴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품 소개 영상을 만들기 위해 영상 프로덕션을 찾아 영상 제작의 가격 범위를 물어봤다고 하자. '이런 영상을 만들려고 하는데 대략 얼마 정도를 예상하면 될까요?' 그런데 이 질문에 프로덕션측 담당자가 '이러이러한 것들을 따져봐야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라고만 답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우리는 단지 대략적인 범위가 궁금할 뿐인데 말이다.


프로덕션 담당자 역시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영상 길이, 모델/소품/장소 대관 등은 어떠한가에 따라 가격 범위는 당연히 천차만별인데 어떻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하며 말이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는 것은 그가 생각하는 가격 범위와 우리가 생각하는 가격 범위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업체에서 주로 진행한 제품 소개 영상의 가격 범위가 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사이라 해보자.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 범위가 500만 원~2000만 원 사이가 아니라 50만 원에서 4천만 원 사이일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에게 정보를 구할 때, 우리의 입장에서 불확실하여 범위로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도 답해주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머릿속의 범위를 줄여준다면 해당 정보는 정보로써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가설적으로 말씀 드리면 ~하다', '대략적으로 말씀 드리면 ~하다', '~일 가능성이 있다', 'A, B, C라면 D일 것이다' 등 가설적이거나 범위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정보가 없는 것보다 가설이나 범위가 낫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정보라도 공유하자.




이렇게 직업인의 8가지 커뮤니케이션 습관 중 4가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1. '두괄식'과 '미괄식'을 구분하여 활용한다

2. 서술에 그치지 않고 '할 것(To-do)'을 명확히 한다

3. 중요한 것은 '기록'으로 남겨 '공유'한다

4. 불안전한 정보라도 공유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습관들은 스타일의 차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원활한 협업을 위해 꼭 지켜져야 하는 사항들이다. 사과를 고르느냐, 배를 고르느냐는 '취향'의 문제이지만 사과의 등급은 '퀄리티'의 문제이다.


마무리를 하면서 여기에서 필자가 말하는 '직업인'의 뜻을 한 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시리즈를 시작할 때 적어보고자 했는데 늦게나마 밝혀두려 한다.


왜 '퇴사'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던 걸까? 뜬금없는 질문처럼 들릴 수 있으나 생각해보자. 왜일까? 경쟁적인, 혹은 꼰대적인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 때문인가? 지금의 세대의 자유로운 마인드가 집단생활에 적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인가? 그런 일면이 있겠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성장하고 싶어 하는 인재들이 이전보다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성장의 기회를 한 직장에서만 찾는 '직장인'이기보다 본인의 직업적 발전을 찾아 새로운 환경을 찾아 떠나는 '직업인'이 되기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필자는 이 '직업인'의 등장이 퇴사 열풍의 다른 축이라고 본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직장에서 근속한다는 것이 직장인의 정의라는 것이 아니다. 직업인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 실력 향상을 추구하며, 그 직업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전략과 기술을 창출해내는 사람이다. 즉 회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직업이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인 것이다.


본 화의 제목은 '직장인'의 8가지 커뮤니케이션 습관이 아닌, '직업인'의 8가지 커뮤니케이션 습관이다(이 시리즈의 제목 또한 마찬가지이다). 직업인으로서 스스로의 실력을 끝없이 향상시키기를 추구하는 이들, 자신이 해결해나가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믿으며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게서 필자가 발견한 공통적인 습관과 업무 원칙을 정리해본 것이다. 


직업인의 길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다음 화에서는 나머지 네 가지 습관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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